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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받아들이는 방식

Relay Essay 제2269번째

우리는 자라오면서 각자 많은 꿈을 꾸었을 것이다. 어떤 꿈은 오랫동안 간직됐을 것이고, 어떤 것은 그냥 재미있는 상상으로 끝났고, 또 어떤 것은 눈물을 삼키며 접었던 상처로 남은 꿈도 있을 것이다.

어느덧 50대의 복판으로 와버린 나는 기성세대로 분류되고 꿈을 꾸기보다는 젊은이의 꿈을 재단하고 그들의 생각을 억압하는 일명 ‘꼰대’로 불리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나이가 들었다고 꿈이 없을 리가 만무하고 100세 노인에게도 꿈을 물으면 분명 그만의 꿈을 말하리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대 간의 갈등을 부인하지 못할 현실적인 상황은 늘 우리 앞에 전개되고 있다.

문화계의 블랙리스트는 지금도 언론에 나오고 있으며 수사가 진행 중이다. 블랙리스트가 세대갈등과 꿈과 무슨 관계란 말인가? 궁금한 분도 있을 것이다. 블랙리스트는 권력을 가진 자가 만들 수 있는 것이고, 권력은 대부분의 젊은이에겐 아직 허락되지 않은 힘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책임은 기성세대에게 크다고 하겠다.

기성세대는 항상 젊은이에게 꿈을 가지라고 주문한다. 그러면서도 거기에 전제조건을 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 이게 상당히 모순관계라는 것이 문제점이다.

‘헤르만 헤세’는 전 세계에서 사랑을 받고 있지만 극우파가 지배하던 그의 고향 독일에서 안전하게 글을 쓰지 못했던 시기가 있었다.

소위 블랙리스트의 탑에 랭크됐던 시기가 헤세에게도 있었던 것이다. 결국 헤세는 1923년 스위스 국적을 취득했고 2차 세계대전 때는 헤세의 작품에는 인쇄에 필요한 종이가 배당되지 못하게 하는 탄압도 있었다고 한다. 만약 그가 안위를 돌보느라 타협을 했었다면 아마도 1946년의 노벨상도 그리고 현재의 독자에게까지 사랑 받지 못했을 것이다.

분명 현재의 독일은 헤세에게 행했던 한때의 크나큰 잘못을 반성하고 헤르만 헤세를 자랑스러워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문단에서도 일찍이 이런 문제를 지적하고 방향을 제시했던 시인이 있다. 김수영 시인은 <실험적인 문학과 정치적 자유>라는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모든 실험적인 문학은 필연적으로는 완전한 세계의 구현을 목표로 하는 진보의 편에 서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모든 전위문학은 불온하다. 그리고 모든 살아 있는 문화는 본질적으로 불온한 것이다.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문화의 본질이 꿈을 추구하는 것이고 불가능을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김수영의 글에서 권력자들이 왜 문화 예술을 색안경을 쓰고 보는지 알 수 있다. 1968년에 발표된 김수영의 글에서 지적하고 변화시키고자 했던 문제가 21세기의 대한민국에서 한 치의 다름도 없이 그대로 재현된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

 과연 우리는 꿈을 꾸며 살고 있는가? 어떻게 하면 우리 모두가 자유로운 꿈을 꾸며 살 수 있을까? 서로의 꿈을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은 결국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리라.

내가 꿈에 대해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된 사연이 있다. 나는 얼마 전 박인환 시인의 ‘목마와 숙녀’를 해설한 책을 낸 일이 있었고, 치의신보의 기자가 관심을 가지고 인터뷰를 하고 기사를 냈다. 그리고 책이 출간된 후에 소감을 수필로 전달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처음엔 완곡하게 거절을 했지만 결국 미안한 마음에 글을 쓰게 됐다.

개인적으로 신춘문예에 관심이 많았었기에 신혼 때 아내가 나에게 꿈이 뭐냐고 물으면, “몇 달만 책과 FM수신 라디오를 싸가지고 지리산 자락의 조용한 암자에서 글을 쓰고 싶다”고 대답했다. 그 말을 듣는 아내의 표정은 그리 달가운 표정이 아니었다. 대부분이 그랬던 것처럼 개원 초기엔 빚도 있고 집은 세를 들어 살고 있고 동생들의 학비도 도와줘야하고 여러 가지 일로 스트레스가 많은데 조금 의외의 대답에 당황했을 수도 있다. 이처럼 각자의 마음속에는 현재의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는 꿈들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때로는 상황에 맞는 대답을 하며 꿈을 감추거나, 의식적으로 꿈을 들춰내지 않고 스스로가 깊숙이 묻어두고 조용히 혼자서만 꺼내보는 상태로 지낸다.

어렸을 때는 자기의 꿈을 자유롭게 말했겠지만 자라면서 점점 꿈을 숨기고 표현을 안 하는 쪽으로 변했을 것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의 자녀도 그러기를 바라고, 젊은 세대에게  조언을 한다고 하면서 결국은 강요를 하고 있는지 모른다. 분명 젊은 세대는 그렇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서로에게 불행한 일이며, 자칫 변화 없이 세대를 거듭하며 이러한 상황이 되풀이 되는 일은 그 누구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글의 마무리를 위해서 영혼 없는 “우리 서로 노력합시다”라는 멘트를 날리고 싶지는 않다. 제대로 된 해결책은 아닐는지 몰라도 하나의 제안을 하며 글을 마치고 싶다.

주변 사람들에게 자기의 꿈을 용기 내서 말하자! 타인이 말하는 꿈에 대해서는 들어주고 칭찬은 안 해도 좋으니 비난은 삼가자!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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