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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 10년차를 돌아보며

시론

망하지 않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병원을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읽는다고 하던데, 개원초기에 연배가 있는 선배님들을 뵈면 다들 너무 대단하시고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아우라?가 느껴지기 까지 했었습니다. 치과의사도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직업인지라 선배님들이 하는 말씀 중에 그 사람이 말하는 말투나 행동을 보면, 그 사람에 대해서 훤히 알겠다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마치 점쟁이가 사람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하는 것처럼이요.

개원을 하고 10년이 지나보니 그 말 뜻의 언저리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 것 같고, 실제 환자를 보면서도 이 사람은 이렇게 말하겠구나, 이런 타입이구나 하는 정도는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학원강사, 백화점 근무, 항공사에 근무하는 등 서비스 업종에 근무하는 분들께는 묘한 경계심을 늦출 수 없는 느낌이 듭니다. 아마도 평상시에 다른 사람을 위해서 서비스를 행하고 그에 따라 손님의 평가를 받아 혼이 나거나 싫은 소리를 듣는 경우도 종종 있어서인지, 갑자기 버럭 화를 내는 경우나 직급에 따른(예를 들면 원장님한테는 고분고분하지만, 데스크나 직원한테는 함부로 대하는) 차별을 하는 경우도 종종 경험합니다. 또는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는 말처럼 괜한 화풀이를 치과에 와서 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무서운 중2들… 사춘기 아이들의 무관심하고 무성의한 태도에는 먼저 부모님이 두손 두발 다 드시는 경우가 많지만, 교정치료 특성상 이런 연령대의 환자를 많이 만나다 보니 가능하면 그들의 마음을 이해해주서 따뜻하게 감싸주는 것이 치료 성공의 지름길이란 생각이 듭니다. 또한 그 학생들의 어머니에게 하소연을 듣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아이들과 속상했던 일들로 치과에 와서 우시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엄마 말을 아주 무시를 한다거나 담배를 피우는 것 같은데 치과선생님이 이야기를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등이요.

하지만, 무엇보다 개원 10년차가 지나면서 편안해지는 것은 제 마음입니다. 개원초창기에 환자한테 이런 저런 말을 듣고 혼자 속앓이를 하며 끙끙댔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이 사람은 이래서 그랬구나 하고 좀 더 이해하는 폭이 커져서인지 병원에서 환자를 만나는 일이 아직도 기쁘고 즐거운 일입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은희 원장
바른해치과
한국구강근기능연구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