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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포드의 구인난, 이직률 해결법

Relay Essay 제2288번째

치과계에 직원 구인난이 문제다. 치과뿐이 아니고, 치과기공소에서도 적은 월급과 강한 노동 강도로 인하여 신규 젊은이들이 일하길 꺼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 1, 2년 내에 기공소에서도 신규인력을 채용하지 못하여, 인건비가 많이 드는 골드 보철물이나 도재치아 보철물, 틀니 등은 제작 포기를 하거나, 기공료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젊은이들이 힘들고 어려운 일자리를 싫어하는 게 문제라고 치부하는 것으로는, 앞으로 우리에게 닥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 같다.

치과근처에 점심을 먹으러 나갔을 때, 점심시간에 한두 테이블 손님을 받고 있으면서 점심장사를 하고 있는 것을 볼 때마다, 인건비나 나올까 걱정스러운 곳들이 있었다. 올해 들어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올라서 그런지 최근에 점심장사를 포기하고 저녁장사만 하겠다고 써 붙인 곳이 늘어났고, 다른 한편으로는 식사 값을 올려서 받는 식당이 늘어났다. 11시 장사를 시작하던 곳이 오후 3시 시작으로 변하였고, 1500원 김밥집이 3000원 프리미엄 김밥집으로 변했다. 12시간 노동을 시키면서 적은 인건비로 유지되던 식당들은, 늘어난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서 손해나는 시간에 장사를 포기하고 시간을 줄이는 것으로 대응을 하거나, 경쟁력이 있는 곳에서는 음식 값을 높이는 방법으로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최저임금제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겼다는 의견도 나오는데, 이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나는 87년도 생각이 난다. 1987년 여름부터 전국적인 노동자 대투쟁 시기가 있었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용인에서 폐차장을 운영하시던 친척 어르신께서 집에 와서 하시는 말을 엿들었는데, 전국적인 데모가 그 회사에도 몰아쳐서 직원들에게 월급 2배 인상 밖에 못해준다고 미안하다고 사과하면서 넘어갔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사실 그 당시 인천제철에 다니시던 아버지께서도 60만원 하던 월급이 120만원으로 두 배 인상되었던 상황이었다. 전국적으로 2배 이상으로 월급이 급격히 오르던 시기였지만, 그 당시의 경제상황이 호황이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회사들의 이익이 원래 많이 남아있었기에 인건비 상승에 대한 부담이 적었던 건지, 임금 2배 상승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큰 문제라고 하는 뉴스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오히려 국민들의 수입이 2배가 되면서, 사람들의 외식문화가 발달하여 고기를 구워먹기 시작하였고, 여행에 대한 수요가 커져서 김포공항 대체 공항이 필요하다고 하였고, 자기 주택에 대한 수요가 커져서 부동산 가격이 급상승하는 문제가 나타나기도 했다.

얼마 전에 87년 이야기를 하던 중에, 원로 의사 선배님께서도 그런 말씀을 해주셨다. 그 당시에 본인도 간호조무사에 월급을 30만원 주고 있었는데, 갑자기 60만원으로 인상시켜준 적이 있었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요즈음 젊은이들은 200만원을 주어도 일을 안 한다고 비판을 하셔서, 그럼 그 선배님 자식이 그런 일을 한다고 하면, 기꺼이 하라고 하시겠냐고 물어보았더니, 본인 자식이 그런 일을 하는 것은 싫다고 하신다. 그렇다면, 우리의 후손들에게 어떤 일자리들을 물려주어야 할까 고민이 되었다. 우리의 후손들은 우리들의 직원이 되고, 우리들에게 서비스를 팔아야 하는 직원이 되는 동시에, 우리들의 노후를 책임져줄 세금을 내야 할 당사자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들이 그 후손들의 인력과 서비스를 저렴하게 이용하기를 원하지만, 또다른 상황으로는 그들이 수입이 많아져서 노인들을 위한 세금은 많이 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20세기 초 헨리포드는 자동차 공장의 컨베이어 밸트 시스템을 정교한 시계처럼 구성하고, 직원들의 노동 강도를 매우 높여놓고서, 다른 곳에서 자동차 1대를 만들 때, 포드 자동차에서는 6대를 만들 수 있게 하였다. 정교한 시계 같은 시스템에서, 숙련된 노동자들의 장기 근속이 절박했던 그는 1914년 1월 5일 폭탄선언을 했다. 앞으로 포드자동차는 하루 최저임금을 5달러로 인상하고, 9시간 노동에서 8시간 노동으로 근무시간을 단축하며 연말에는 이익분배금으로 1,000만 달러는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그 당시 미국의 평균 일당이 2.34달러였는데, 직원들의 이직률은 380%가 넘는 시기였다. 그 다음날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당 5달러 지급은 경제적 범죄에 가깝다고 공격했고, 경쟁업체나 은행들은 포드자동차가 곧 망할 것이라는 악담을 펼쳤다.

미국에서 최저임금법이 1938년에 제정되었으니, 그런 상황에서 기업주 스스로 노동자의 임금을 인상하고, 연말에 이익분배금까지 지불한다고 선언했으니 경쟁업체들로서는 기가 막힐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다음 날부터 회사 앞에는 이 회사에 들어오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어서, 그 사람들을 막느라 부상자가 나오는 등 사고도 많이 일어났다. 헨리는 자신이 원하는 인력만 골라 쓰는 여유를 즐겼고, 보수주의자들은 그를 사회주의자라고 공격했다. 하지만, 포드자동차는 그 후 3년간 1억 달러 이상의 순이익을 남겼는데, 그 원인 중의 하나가 포드자동차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포드차를 구입할 수 있을 만큼 부유해졌다는 이유도 있었다. 포드는 훗날 회고록에서 이렇게 말했다. “일당 5달러는 우리가 고안해낸 최고의 비용 감축 조치가운데 하나였다.”

치과계에서는 그동안 줄곧 직원 구하기 어렵다고 해왔고, 이런 문제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 확실한 상황이다. 치과의사들의 은퇴는 아직 멀었지만, 출산율 자체가 줄어들어 취업시장에 뛰어드는 젊은이들은 점점 줄어드는 인구구조에서부터 해답이 없다.

치과 개원가의 인력난 문제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에 발 맞춰서 인건비도 급격이 오르고 있고- 올려준다고 해도 구할 수 없는 문제가 더 크다- 건물 임대료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치위생학과나 치기공학과를 졸업하고, 치과계에 취직을 하는 비율도 줄어들고 있는데, 막상 들어온 직원들조차 장기 근속에 대한 마음이 적은 것 같다. 결혼과 출산 이후에 되돌아 와서 취직하는 비율도 높지 않은 것 같다.

앞으로 신기술이 나와서 치과계 수입이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현재 치과의사들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별로 없는 것 같고, 동네 식당과 비슷한 대응밖에 없을 것 같다. 첫째, 직원들의 노동 시간을 줄이거나 더 저렴한 노동력을 구하든지, 아니면 둘째, 인건비를 대폭 인상해주고, 그에 따라 진료의 질을 높여서 진료비도 대폭 인상하는 방법밖에 없을 것 같다. 첫째 방법으로는 진료시간을 단축하거나, 더 인건비가 저렴한 직원들을 늘리거나, 독일에 갔던 간호사들처럼 해외 치과위생사를 수입하는 방법이 있을 것 같다. 둘째 방법으로는 비보험료를 인상하거나, 대정부투쟁을 통한 보험수가를 높이는 방법이 있을 것 같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하여, 저임금 직원을 쓰는 첫 번째 방법은 큰 도움이 안 될 것 같고, 덤핑치과들에 의하여 두 번째 방법의 비보험료 인상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어찌보면, 인건비 상승을 핑계로 진료비 원가 상승을 주장하여 수가 상승을 정부에 요구하는 방법이 제일 어려우면서도 제일 쉬운 게 아닌가 싶다. 사회주의자 아니냐고 비판받았지만, 누구보다도 더 자본주의자였던 헨리포드의 방법이 사실 제일 확실한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참고 도서 “누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가” 전성원 저


조남억 연세조아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