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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추천도서-人문학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인문학의 인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인문학은 인간과 인간의 근원문제, 인간의 사상과 문화에 관해서 탐구하는 학문입니다. 흔히 문사철(文史哲)로 대표되는 학문입니다. 우리가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동물은 필요에 의해서만 움직이지만 사람은 지금 당장 쓸모가 없다고 해도 상상하고 창조하는 일에 매달립니다. 그런데 당장 써먹지 못하는 것들, 시와 문학과 예술이 지닌 그 ‘쓸모없음’이 인간을 구원합니다. 장석주 시인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영혼이 녹아들어가는 듯 한 죽음과 커다란 재난이라는 압도적인 경험에 마주칠 때, 바흐의 음악을 들으며 마음의 위안을 구하고, 스피노자와 레비나스의 철학책을 읽으며 삶의 잔혹함을 견디는 힘을 얻는다.”

동네서점이 사라졌습니다. 그나마 있는 서점도 학습지와 실용서적 위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책을 단순한 정보를 얻는 실용적 수단으로 생각한다면 읽을 이유가 없습니다. 스마트폰 하나로 족합니다. 하지만 책읽기는 실용성을 넘어선 그 이상의 가치가 있습니다. 문명의 번성은 인문학의 발전과 맥을 함께 합니다. 진실, 정의, 지혜, 통찰을 통해서 정신의 사막화를 막고 물질만능주의로 향하는 위험을 벗어나게 도와줍니다. 인문학의 몰락은 작게는 가정, 나아가 한 조직과 국가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당장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인문학 책을 동네 서점에서 사보면 어떨까요?

우리 사고의 틀을 넓혀주는
‘살아있는’ 철학 이야기

『세상을 알라』 열린책들, 2018
서점에서 가끔 500 페이지가 넘어가는 두꺼운 책을 찾아서 삽니다. 두꺼운 책만이 가지는 무게감, 읽고 난 후의 성취감 등 중독성이 있나 봅니다. 이번에 산 두꺼운 책입니다. ‘철학하는 철학사’ 시리즈로 앞으로 두 권이 더 출간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윤리책에서 한번쯤은 들어봤을 수많은 철학자들이 등장합니다.

저자는 현대 독일 철학의 아이콘이라고 불리는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입니다. 자칫 뻔 한 철학사 책이 될 수도 있었던 이 책이 독일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철학사 책이 된 이유는 읽어보니 알 수 있었습니다. 당시의 정치, 경제, 사회와 관련되 수 많은 일화들이 등장하고 현대적의 논증을 결합시켜 고리타분한 옛 이야기가 아닌 지금도 여전히 ‘살아있는’ 지식임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다른 철학사 책들과는 다르게 저자는 우리에게 단순한 철학의 역사가 아닌 우리의 삶을 더 생동감 있게 만들고 날카로운 생각으로 재단할 수 있게 하고자 한다. 고대 아고라의 현장에서 음험한 중세 교회를 오가면서 사회와 개인, 권력과 지위, 도덕, 지성과 사고 등이 어떻게 변해왔고 지금의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이 책을 읽다보면 끊임없이 되뇌게 된다. 역사란 것이 정답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감히 생각하게 해주는, 우리의 사고의 틀을 크게 해주는 분명한 역할이 있음을 알겠다.

치과의사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생각에도 노동과 연습이 필요하다

『생각하기의 기술』 윌북, 2018
우리는 다양한 창작물을 보면서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해낸 사람들을 늘 타고난 천재나 남다른 사람으로 여깁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여러분, 생각에도 노동과 연습이 필요해요!” 책에는 ‘좋은 생각’을 찾아나가는 과정과 방법들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노력하고 열망하고 사색하고 탐구하고 좌절하고 모방하고 절망하는 시간들의 디테일한 단면들. 한 줄의 글과 한 컷의 만화로 묘사된 그 순간들은 깊은 공감과 통찰을 안겨줍니다. 하나의 아이디어 뒤에는 언제나 고뇌와 좌절이 꽉 차 있습니다. 감각적인 컬러의 그림과 짧은 문구가 어울려 ‘게을러진 생각’을 흔들어 깨웁니다.

저자인 그랜트 스나이더는 치과의사입니다. 낮에는 치과의사 밤에는 일러스트레이터인 그는 뉴욕타임즈에 만화를 연재하면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짧은 만화에 압축된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장황하고 긴 이야기는 어쩌면 핵심조차 없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압축시킨 한 페이지의 컷에는 정말 많은 생각이 녹아있음을 느낍니다. 매일 아이디어와 씨름하신다면 이 책을 권합니다. 응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두꺼운 책을 읽을 때 얇고 가볍고 그림이 많은 책을 함께 봅니다. 이 책은 정말 딱 들어맞는 책이었습니다.

‘인간에게 책이란 무엇인가’
인문학적 주제 담은 단편소설

『살아 있는 도서관』 서해문집, 2018
제본이 덜 되어있는 듯 한 독특한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책을 읽다보니 책을 이렇게 만든 의도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책에 대해서 상상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이 녹아있는 소설입니다. 각 단편들은 마치 동화처럼, 미스터리, 추리물처럼 재미있고 스릴이 넘칩니다.

저자의 이력이 독특합니다. 혼자 책 읽고 글 쓰다가 ‘방안퉁수’가 될 것 같은 불안감에 쫓겨 출판사에 취직해 편집주간으로 일하며 5년 동안 근 200종에 달하는 책을 펴냈고, 결국 대인기피증과 활자울렁증이 도져 그만두었습니다. 그 뒤 어린 날의 꿈을 되살려 현재 글쓰기에 전념하고 있답니다. 이 책은 이렇듯 평생을 ‘책’과 함께 살아온 저자의 내공이 빛을 발하면서, ‘인간에게 책이란 무엇인가’라는 인문학적 주제를 다채로운 단편소설들 속에 담아낸 새로운 시도입니다. 인류의 놀라운 발명품인 ‘책’에 관한 흥미롭고 기발하며 때론 어처구니없고 참혹하기까지 한 ‘거짓말 같은’ 이야기들이 새로운 형식의 지식소설로 탄생했습니다.

저승이라는 도서관, 인피 장정, 조선시대 패설에 얽힌 살인 사건, 분서(焚書), 일본 에도 시대의 책 대여상 가시혼야, 사람 책, 중국 최대의 개인 장서각, 중세 유럽의 필경 수도사, 책의 적(敵) 등등 ‘책’에 얽힌 기발한 상상력이 동서고금의 다양한 시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집니다.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