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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문을 나설 때 우리 모두 행복해지기를 기원합니다

시론

2018년이 어느새 절반이 지나갔다. 더위와 장마로 올라가는 불쾌지수에 여름 바람에도 물러가지 않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가뜩이나 지친 사람들을 더 답답하게 만든다. 사람 마다 각자 사정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겠지만 같은 지역에서 같은 시간대를 살아가다 보면 날씨라는 환경 요소는 모두에게 비슷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격변하는 국가 상황과 국제 정세, 크고 작은 정책 변화와 사회 현상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한 걸음 뒤로 물러서 보면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나의 삶’은 달라지는 것도 같지만 그리 크게 달라지는 것 같지는 않다. 개인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말이다. 혼자 따로 떨어져 사는 것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다 보니 크고 작은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갈등의 요소는 사람 사이에서 생길 수도 있고, 개인의 내면에서 생길 수도 있다. 풀어 낼 수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있다. 풀리지 않는 갈등과 고민을 품고 있다 보면 지나간 시간을 곱씹어보며 후회하다 우울해지기도 하고, 앞으로 다가올 일을 걱정하며 불안해지기도 한다. 그러기를 반복하다 보면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기는 거야?’ 하며 화가 나기도 한다. 때로 그 ‘화’는 ‘눈 앞의 누군가’에게 폭력적인 언행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치과 진료실에서도 이런 갈등상황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그것이 치료 자체에 대한 불만일 수도, 의료진에 대한 불만일 수도 있고 그냥 오늘 그 사람의 기분이 나빠서 생길 수도 있다. 대학병원에서 구강내과 진료를 보다 보면 다른 치과병원에서 받은 치료로 인해 자신의 모든 불행이 시작되었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치료받은 병원의 진료의뢰서를 소지하고 방문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이전 진료 기록을 전혀 확인할 수 없는 상태에서 ‘크라운’을 하고 난 뒤로 ‘교합’이 틀어지며 온 몸이 뒤틀린다고 호소하거나 ‘교합조정’ 또는 ‘임플란트’ 등을 지칭하며 이 치료를 받고 난 뒤로 턱이 뒤틀어졌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자기가 진료받은 내용을 기억할 수 없다고 녹음을 하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진료실에서 의사에게 할 말을 못 할 까봐 걱정되어 질문 내용을 종이 한 가득 적어 오는 사람들도 많다. 임상검사를 시행했을 때 신체적 징후가 있는 경우도,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상담시간이 길어져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예약환자들을 생각하며 지금 이 자리에서 어떤 진단과 설명이 최선일까 생각하게 된다. 과거의 불만과 앞으로의 불안 속에서 일단 지금 현재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 환자가 느끼는 감각과 지각의 차이, 통증과 고통, 불편감과 불만족 등 신체적 징후에서 생물행동적 증상까지 고려해야 한다. 인터넷에서 무분별하게 주워담은 잘못된 지식을 버리게 하고 환자의 현재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환자가 느끼는 주관적 증상에 귀 기울이며 환자에게 천천히 설명한다.

치과의사는 구강안면통증을 치료하고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의료인이다. 환자가 호소하는 내용이 때로 앞 뒤가 맞지 않는 것 같더라도 귀 기울여 듣고 어째서 환자가 그런 말을 하는지 잘 생각해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치료할 수 있다면 치료하고 그럴 수 없다면 효율적으로 조절해서 환자가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모든 과정 속에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항상 치과의사는 환자를 위로하고 기운을 북돋아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통증이나 괴로움, 불편함 등 여러가지 이유를 가지고 치과진료실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갈등을 최선을 다해서 우리가 조금이라도 해결할 수 있도록 말이다. 찡그리고 들어온 병원을 조금이라도 웃으며 나갈 수 있다면 그만큼 함께 행복해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