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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서(避書)하고 싶은 피서철’ 원장님의 책 한 권은?

뇌과학, 법가, 미술 등 다양한 장르 추천


연일 폭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례적인 무더위와 휴가철이 겹쳐 예년에 비해 환자의 내원도 줄어들고 있다는 비보도 들립니다. 이래저래 ‘열 오르는’ 여름입니다.  

기자는 지난해에 이어 휴가철 선생님들의 독서가 궁금해 여기저기 연통을 넣었습니다. 작열하는 태양은 사람의 너그러움도 녹여버리는 걸까요? “더워 죽겠는데 무슨 책이냐?” 볼멘소리가 간간히 섞여 나왔습니다. ‘피서(避書)하고 싶은 피서철’이지만, 그럼에도 책으로 피서하는 선생님들이 여전히 많았습니다.

# 한비자를 닮은 원장님?

‘마포구의 현인(賢人)’ A원장은 평소 비분강개의 아이콘입니다. 그의 SNS에는 죽비소리가 가득합니다. 그의 적은 전문직 윤리를 파괴하는 일부 치의와 합리성을 무시하는 사람들입니다.

세계평화와 정의사회 구현이 필생의 과업이라는 A원장에게 내심 기대했던 책은 ‘정의’를 부르짖으며 독자 대중을 꾸짖는 책이었지만, 의외로 한비자를 추천했습니다. <그때, 한비자를 알았더라면> (역자 손영석).

“사실 맹자를 추천하고 싶었지만, 아마도 경영자의 역할을 하기도 하는 치과의사의 입맛에는 한비자가 더 맞을 것 같아요. 경영자로서 현장에서 활용하기 좋은 내용들이 많은데, 유념해야 할 점은 이 책이 법가 사상의 극히 일부만 발췌한 책이라는 점이라는 거예요.”

책의 목차를 살펴보면 역자는 리더의 덕목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조직이 옳고 그르고는 모두 리더에 의해 정해진다 ▲부하는 리더의 가치관에 따라 움직인다 ▲철저하게 부하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어라 ▲인간 전문가가 되지 않으면 도저히 설득해 낼 수 없다 ▲만물이 모두 스승이다 ▲겸허함을 잃을 때 조직도 사람도 망한다. 이름난 연자면서 평소 다양한 교육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A원장의 철학을 엿볼 수 있기도 한 책입니다.

평소 온화한 성정이지만, 소문난 다독가로 알려져 있는 강서구의 B원장. 그의 독서는 단순히 지적유희가 아니라 어떤 문제에 답을 찾기 위한 여정입니다. 요새 그의 화두는 ‘뇌(brain)’입니다. 일단 그의 추천은 <핸즈온 머신러닝>(오렐리앙 제롱)과 <뇌과학의 모든 것>(박문호).

너무나 익숙한 ‘핸즈온’. 말 그대로 최근 인공지능분야에서 핫한 분야인 기계학습 이론을 핸즈온처럼 설명한 매뉴얼입니다. 내용은 다소 어렵습니다. B원장은 “요즘 유용한 기계학습 툴인 사이킷런(scikit-learn)과 구글의 텐서플로(tensorflow)를 이용해 입문자부터 실제 개발자가 참고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뇌 과학의 모든 것에 대해서는 “700여 페이지에 이르는 두꺼운 책이지만 그림과 도표가 가득해 한 눈에 들어오는 장점이 있다. 뇌 과학에 관심이 있다면 입문서로 탁월한 책”이라고 추천했습니다.

# 그래도 여전히 의사는 소중하다

매년 휴가 대신 그림을 통해 치과의사학 여정을 떠나는 광주광역시의 C원장은 역시 그림책을 추천했습니다. <미술관에 간 의학자>(박광혁).

“미술이라는 것을 사람들은 어렵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어요. 본인이 서 있는 그 자리에서 그 느낌 그대로 보는 게 그림인거죠. 이 책은 미술관에 간 사람이 직종에 따라서 그림을 보는 시각과 해석을 달리 서술하는 게 매력인데, 의학자, 화학자, 수학자 시리즈에 이어서 나중에 치의학자 시리즈를 집필해 보고 싶어요.”

책은 이런 식입니다. 의학과 관련된 명화를 두고 의사의 시각으로 의술과 인술에 대해 서술하는 방식입니다. 피카소의 <과학과 자비>라는 그림이 있습니다. 16세 피카소가 정통회화 기법으로 그린 그림인데, 죽어가는 여인을 의사와 수녀가 지키고 있는 그림입니다. 저자는 이 그림을 두고 “인간의 영역이던 의술을 기계가 넘보는 시대가 됐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유하는 사람으로서 의사는 필요할 것 같다. 환자와 마찬가지로 불완전한 인간인 의사만이 환자의 불안과 고통에 공감하고 이해해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미술관에 간 치의학자>의 출간을 기대해 봅니다.

기자 역시 묻어서 슬쩍 한 권 추천해 볼까합니다. <우울할 땐 뇌과학>(앨릭스 코브). 우리의 불안감, 우울감을 뇌 과학의 영역에서 설명하면서 뇌를 컨트롤하는 방법을 조언합니다. 말하자면 우울감에 대처하는 ‘뇌 계발서’인 셈이지요. 덥지만 힘찬 여름 보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