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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 추천도서-소비와 투자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우리가 흔히 ‘소비’라고 말하는 것은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시간이나 돈을 들이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욕구가 충족되면 만족스러운 소비가 되는 것이고 그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면 낭비였다고 이야기합니다. 소비와 다르지만 비슷하게 쓰이는 말이 ‘투자’입니다. 투자는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시간, 돈, 정성을 쏟는 것입니다. 투자의 결과는 손해를 보거나 수익을 얻는 것입니다. 우리가 어감상 소비보다 투자란 말을 더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소비는 소모되는 것처럼, 투자는 얻어지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투자에는 반드시 소비가 따르게 됩니다. 물건, 능력, 시간, 체력 등을 소비하면서 그 대가로 무엇인가를 얻게 되는 것이 투자인 것입니다.

책읽기에도 소비적인 독서와 투자의 독서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자체로 각각 의미가 있기 때문에 경중을 따지기는 힘들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조절할 필요가 있습니다. 소비적인 책읽기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심리적 보상과 여유보다는 내 일상생활과 직장생활에 도움이 직접 되는 책읽기를 더 중요시한다면 자신에게 꼭 필요한 책을 찾아서 읽어야 하는 안목도 필요한 것입니다. 저는 지금의 나를 위해 책을 소비하고 미래의 나를 위해 책에 투자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힐링을 위해 책을 소비적으로 읽습니다. 알지 못하는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투자의 안목으로 책을 또 읽습니다. 하지만 결국 이 두 가지 모두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내 시간을 책읽기에 써야 한다는 점입니다. 뭐든 거저 얻어질 수는 없는 법입니다.

때론 가볍고 때론 무거운
철학하는 철학사 이야기

『너 자신을 알라』 열린책들, 2018

철학하는 철학사의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첫째 이야기인 [세상을 알라]와 마찬가지로 쉽게 잡히지 않는 700페이지에 이르는 책입니다. 15~19세기에 이르는 400년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이 두꺼운 책이 얼마나 요약된 책인지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데카르트가 30여 페이지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철학자를 시대 순으로 열거하고 있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상과 지금의 우리가 봐야할 것들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저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전문 영역과 전문가들의 세계]라고 정의합니다. 그는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축적되어 온 전문 지식의 양이 너무나도 부담스럽다고 고백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오늘날 지식인으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방향 정립에 필요한 지식으로서 잃어버린 것들을 보충하는 것’이며, 철학사는 지식인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영역들 중 하나라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 다루는 거대 질문들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오래전부터 거듭되어 오는 것들로서, 우리가 고대와 중세 철학자들의 고민들로부터 이미 알고 있는 것들입니다. [신의 존재는 증명될 수 있는가?] [현실은 얼마나 현실적인가?] [나는 내가 안다는 것을 어떻게 아는가?] [나는 왜 도덕적이어야 할까?] [선하고 정의로운 사회란 무엇일까?] [민주주의는 어떻게 관철되었나?]. 좋은 삶, 정의, 자연과 우주와 인간, 신의 존재 등은 우리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고민의 지점입니다. 따라서 철학적 발전의 교차점에서는 언제나 시대의 이론과 현재의 사고로 이어지는 연결선이 그어지게 됩니다. 어렵게만 생각했던 철학자의 소소한 일상생활까지 담담하게 쓰여 있는 이 책은 때론 가볍고 또 한없이 무겁기도 한 마법 같은 책입니다. 세 번째 이야기가 기다려지는 이유입니다.

폭풍 공감 웨딩드레스 스토리
페미니즘이 절로 느껴저

『옥상에서 만나요』 창비, 2018

소설가로서 이미 탄탄한 입지를 가진 저자가 8년 만에 처음으로 낸 단편소설집입니다. 개인적으로는 SNS에서 회자되었던 단편 ‘웨딩드레스 44’로 처음 저자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한 드레스에 얽힌 44명의 이야기가 너무 독특하고 기발해서 아주 인상적으로 기억합니다. 이런 단편들이 모여서 책으로 탄생했습니다. 모든 작품들이 개성 있고 기발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페미니스트가 아니면서도 모든 여성들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페미니즘이 바로 이런 거구나 하고 느끼게 되네요. 그 이면에는 저자의 여성적 귀 기울임이 있습니다.

여성, 남성이라는 것을 나누어서 말하는 것 자체가 시대적으로 진부한 평가일 수 있지만 이 책은 누가 읽어도 작가가 남성일 수는 없다고 느낄 만큼 여성적이기 때문입니다. 너무나 다양한 여성이 이 책에 녹아있는데 그 묘사가 각각 너무 탁월합니다. 그리고 주인공마다 가지고 있는 묘한 설렘이 있습니다. 때론 파괴적인 문체와 시니컬한 행간에 숨어 있는 그 무엇이 이 책에 많이 녹아있습니다. 그걸 찾아가면서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아니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느껴지니까요.

‘인간이란 무엇인가’ 질문에
독자 눈높이의 답을 하다

『당신이 내게 말하려 했던 것들』 파람북, 2018

책과 영화, 음악 이야기는 말하는 화자에 따라서 그 의미와 재미가 달라집니다. 재미없게 느껴졌던 영화도 그 의미를 되새겨주는 영화평을 보고 다시 보기도 하고, 지루하게 느껴졌던 클래식 음악에 담긴 작곡가의 고뇌를 알고 난 후 눈물을 흘리며 음악을 듣기도 합니다.

방송과 지면을 통해 잠깐잠깐 들어보았던 최대환 신부님의 잔잔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이야기가 책으로 엮여졌습니다. 최근 영화인 [리틀 포레스트]부터 개봉한 지 70년이 넘은 고전 영화 [멋진 인생]까지, 베토벤이나 모차르트 등 천재 음악가들의 연주곡은 물론이고, 밥 딜런, 돈 매클레인 등 한 시대를 풍미한 팝 가수부터 조금은 생소한 인디 음악가들의 음악까지, 영화로도 유명한 소설 『리스본행 야간열차』부터 헬레니즘 철학의 근본정신이 담긴 『고대 철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서까지, 최대환 신부의 깊고 넓은 예술적 소양은 다양한 시대와 세대를 어우르며,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자연스레 내어놓고 있습니다. 종교인으로 신성을 증명하고 살아있는 인성을 억지로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살아가려는’ 사람들에게 가장 기본이 되면서 중요한 질문에 답하려고 합니다. 복잡하고 분주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가 혹 잊고 사는 것들은 없는지 이 책의 글들은 그 마음을 어루만져 주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