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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명예를 걸고

시론

요사이 교정환자를 진단하다보면 10명 중 3~4명은 교정치료 받으면서 문제가 되어 본인의 치료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거나 치료가 끝났지만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여 재치료를 받고자 오는 경우이다. 이런 환자들은 환자 본인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으나 치료한 의사들의 잘못된 치료로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 기본적인 생역학적인 치료개념도 없이 치료하거나 잘못된 발치로 공간이 남거나 교합이나 심미성이 악화되는 경우, 치료시기를 실기하거나 치료해야 하는 부위를 잘못 생각하여 제대로 진행하지 않은 경우, 방사선 사진도 찍지 않고 치료하다 치근흡수 같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는 등 다양한 원인으로 환자의 피해가 발생한다.

작년부터 여러 매체를 통해 문제가 됐던 압구정동의 모 치과에서 치료 중 최근에 내원 한 환자는 3~4년을 치료받았지만 개선은 되지 않고 치료를 받으려고 기다려도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없게 되자 내원한 경우이다. 환자의 사정을 들어보면 싼 치료비를 미끼로 능력이상의 많은 환자를 유치하고 이로 인해 과부하가 걸리자 적절한 치료를 못해주게 되고 환자 스스로 지쳐서 딴 병원으로 가기를 종영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치료가 제대로 안되어 있었다. 애초에 환자 치료에 관심을 가진 것이 아니라 환자를 돈으로만 보고 유치한 의료상업화의 단면이다. 환자치료로 수익을 얻는 것은 병원 경영에 중요하나 오로지 의사가 환자 치료가 아니라 돈을 목적으로만 돈에 몰입하다보면 스스로 블랙홀에 빠지게 되고 환자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의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그리스 출신 의사인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 BC 460- 375?)를 생각하게 된다. 히포크라테스는 아스클레피아드파의 의사인 헤라클리데스와 어머니 페나레테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릴 때에 아버지에게 배우고, 자라서 의사 헤로디쿠스, 소피스트 고르기아스, 철학자 데미크리토스에게 배웠다. 그는 자신의 고향인 코스 섬에 의학교를 세웠고, 이미 생존 시에 명성을 얻었고 그리스 전국을 무대로 의료 활동을 하며 일생을 보냈고 후에 고향에서 ‘반신(半神)’으로 숭배를 받았다. 비록 히포크라테스의 생애에 대해 알려진 것이 거의 없지만 ‘히포크라테스 전집’이라 불리는 일련의 사본들은 오늘날까지 남아 있다. 의학적 문제들에 대한 정보 외에도 의학교수와 그 학생들을 위한 행동원칙에 대한 강령을 포함하고 있다. 이 강령 또는 그 일부분은 다양한 형태로 수세대에 걸쳐 ‘히포크라테스 선서’라는 이름으로 전해지고 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히포크라테스 학파에서 제자들에게 강조한 일종의 규율이지만 실제로 어디서 어떻게 기원했는지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고 기원전 5세기에서 기원후 1세기 사이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을 뿐이다. 선서는 장인과 도제 간의 계약서와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데, 중세까지 이 용도로 사용되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많은 학자들은 아스클레피아드 학파에 가입하는 의사에게 요구한 서약이 바로 이 선서였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히포크라테스선서는 수세기에 걸쳐 의료인들의 행위의 지침으로 채택되었고 지금까지도 의학공부를 하게 될 때 치르는 입문의식의 한 절차로 뿐 아니라 많은 의학 교육기관의 졸업식에서 선서하게 된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선서문은 1948년에 세계의사협회(WMA)가 제네바에서 만든 ‘제네바선언’이다. 이는 나치의 범죄에 의사들이 참여했던 비극을 반성하는 의미에서 선서를 제정하기로 한 것이었다. 이 선서는 원래 히포크라테스선서의 내용을 축약 또는 수정한 것이다. 선서의 내용은 크게 2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첫째 단락은 의사가 의학도들에게, 그리고 학생이 스승에게 해야 할 의무와 책임을 제시하고 있고, 둘째 단락에서는 의사의 맹세로서 자신의 능력과 판단에 따라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치료만을 행할 것이고 해가 되거나 상처를 주는 일은 하지 않으며, 개인으로서, 그리고 전문인으로서 모범이 되는 삶을 살아가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히포크라테스는 의사의 윤리, 친절, 권위, 기능 등을 강조하였는데 우리가 한번쯤 했을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다시 한 번 되뇌면서 명예를 걸고 환자를 치료했으면 어떨까 생각하며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적어본다.

히포크라테스의 선서(제네바선언)

이제 의업에 종사할 허락을 받음에
-나의 생애를 인류 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
-나의 은사에게 대하여 존경과 감사를 드리겠노라.
-나의 양심과 품위를 가지고 의술을 베풀겠노라.
-나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나는 환자가 나에게 알려준 모든 것에 대하여 비밀을 지키겠노라.
-나는 의업의 고귀한 전통과 명예를 유지하겠노라.
-나는 동업자를 형제처럼 여기겠노라.
-나는 인종, 종교, 국적, 정당관계 도는 사회적 지위 여하를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 대한 나의 의무를 지키겠노라.
-나는 인간의 생명을 그 수태된 때로부터 더 없이 존중하겠노라.
-나는 비록 위협을 당할 지라도 나의 지식을 안도에 어긋나게 쓰지 않겠노라.
나는 자유 의사로서 나의 명예를 걸고 위의 서약을 하노라.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황충주 교수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교정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