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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들아 입안에서 어떻게 살아가니? (더불어 살아가기: 조화로운 균형)

중기의 재미있는 구강 세균 이야기(3)

연재순서
1회 구강 세균의 유래
2회 구강 세균 명명법
3회  세균들아 입안에서 어떻게 살아가니?
4회  치아우식증 관련 세균들의 이야기
5회  치주질환 관련 세균들의 이야기
6회  유익균과 유해균 그리고 균주의 다양성
7회  구강세균과 전신질환과의 관계
8회  잘 있고 있는 듯 하지만 잘 모르는 구강위생용품 사용법
9회  한국구강미생물자원은행은 어떤 일들을 하나요? 
10회  에필로그

“오메 저 하얗고 단단한 것이 뭐지? 어디서 이렇게 끈끈한 물이 나오지? 저기는 옴팡져서 숨어살기 좋것네~. 근디 가끔씩 산더미처럼 뭐가 들어오고 저 하얗고 단단한 것이 움직일 때마다 너무 출렁거려서 멀미가 나려고 하네이~. 우미 어지러운그~.”

이제 막 태어난 구강 세균이 말하는 소리가 들리시나요? 세균이 말하는 곳이 우리 입안의 어떤 조직을 말하는 것인지는 아시겠죠! 사람의 구강에는 치아(경조직), 치은 및 혀 등의 다양한 조직과 더불어 타액이 존재하며, 다양한 음식물들이 들어오는 특수한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온도와 수소이온농도(타액의 완충능 덕분)가 일정하게 유지되어, 구강은 일종의 세균배양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구강은 세균들이 잘 살 수 있는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조건들만 생각한다면, 구강은 세균들에게 완벽한 환경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세균들이 무한대로 증식한다면 세균들끼리 살아남기 위한 전쟁이 일어나고, 숙주인 사람의 구강 환경도 파괴되어 결국 공멸할 것이니까요. 그래서 구강 조직 세포와 세균들은 서로를 견제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사람은 하루에 약 2,500번의 연하 작용을 통해 타액에 존재하는 세균들을 삼킵니다(하루에 약 1.5-2 gm). 위(stomach)에서는 대부분의 세균들은 위산에 의해 죽게 됩니다. 이러한 시스템이 존재하기 때문에 비로써 구강은 세균들이 대를 거쳐 살아갈 수 있는 조금더 완벽한 환경이 될 수 있게 됩니다. 그럼 구강 내 숙주세포들과 세균들 간 및 세균들 간의 상호 작용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숙주인 구강 조직세포들은 항세균 물질들을 만들어 냅니다. 일차 면역 기능을 갖는 구강상피세포는 defensin과 같은 항균 펩타이드(아미노산 잔기가 100개 이하)를 만들어 내고, 타액으로부터는 lactoferrin, lactoperoxidase, lysozyme 등과 같은 항균 단백질들이 생산됩니다. 그리고 여러분들도 잘 아시는 세균들에 대한 항체가 치은열구액으로부터 나오기도 합니다. 세균들도 만만치 않습니다. 세균들도 숙주 세포를 공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단백질가수분해효소들입니다. 사람 결체조직이나 골조직의 개조(remodeling)에 필수적인 효소가 바로 collagenase(교원섬유 분해효소)이죠. 오래되고 낡은 collagen(교원섬유)을 제거해야 새로운 교원섬유를 생산하여 견고한 결체조직이나 골조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때 섬유모세포나 골모세포가 분비하는 게 교원섬유 분해효소입니다. 그런데 교원섬유 분해효소를 분비하는 구강 세균들이 있습니다. 이들의 목적은 숙주세포의 파괴를 위한 것이죠. 왜 그럴까요? 맞습니다. 자신들의 음식이 부족해서 숙주의 구강조직 파괴를 통해 자신들의 먹이를 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일부 구강세균들은 사람 구강조직세포에서 분비되는 항세균 물질에 대해 저항성을 갖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세균 종에 따라 이들에 대한 항균력이 다양합니다. 즉, 구강에서 오랫동안 살아가면서 숙주 세포에서 만들어내는 항균물질에 대한 내성을 갖게 된 것이죠. 그리고 구강 세균 종들은 서로 떨어져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응집하면서 생체막(biofilm)을 형성하고 살아가기 때문에 여러 항균 물질에 대한 저항능이 커집니다.



그럼 서로 다른 세균 종들끼리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요? 세균들도 사람들처럼 서로에게 도움을 주면서 살기도 하고, 서로에게 해를 끼치면서 살아가기도 합니다. 먼저 세균들이 서로 협력하면서 살아가는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치아우식증의 원인균 중 하나인 Streptococcus mutans는 당질 대사를 통해서 젖산(lactic acid)을 만들어 냅니다. 젖산이 치면세균막(dental plaque)에 많이 축적되면 수소이온(H+)농도가 높아져서 대부분의 세균들은 잘 자랄 수가 없게 됩니다. 이 때 생산되는 젖산을 섭취하여 이보다는 약한 산을 만들어 내는 세균이 바로 Veillonella 속(genus)의 세균입니다. 이들 두 세균 종은 서로 응집하면서 살아갑니다. 왜 그럴까요?  Veillonella는 치아에 부착할 수 있는 능력이 없습니다. 반면 S. mutans는 치아에 부착능이 매우 뛰어납니다. S. mutans가 제아무리 산(acid not mountain^^)에 대한 저항성이 강하다고 하지만 자신이 내는 산이 너무 많으면 자신도 성장을 멈출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두 세균 종은 서로 도와 가면서 친한 이웃이나 친구처럼 함께 살아갑니다. 이들의 관계를 상리공생(mutualism)이라고 합니다. 반면에 서로 앙숙도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Lactobacillus와 치주질환원인균종인 P. gingivalis의 관계입니다. Lactobacillus 속의 세균 종들이 만들어 내는 bacteriocin이라는 항균 펩타이드를 분비하여 P. gingivalis의 성장을 억제하게 됩니다(다른 기전도 있는 듯 합니다). 2차 세계대전 때 영국의 윈스턴 처칠 경을 살렸던 페니닐린도 바로 푸른곰팡이가 만들어내는 대표적인 세균을 죽이는 물질이고, 이를 항생제(antibiotics)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P. gingivalis에겐 Lactobacillus 균종들이 절대 가까이 하고 싶지 않는 상대일 겁니다. 그런데 모든 Lactobacillus 균종들이 그러한 기능을 갖지는 않습니다. 균종이나 균주에 따라 P. gingivalis를 직접적으로 죽이는 능력이 없기도 합니다. 왜 그럴까요? 이에 대한 정답은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만, P. gingivalis가 저에게 귓속말로 “우리도 bacteriocin을 파괴할 수 있는 별도의 단백가수분해효소를 가지고 있어요!”라고 말해주네요.

이처럼 구강 내 세균들은 숙주의 독특한 환경 속에서 때론 서로 도와가면서 때론 서로 싸워가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에 지금의 구강 세균들이 모두 사라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구강에서 치주질환, 치아우식증 및 치수염 등등을 유발시키는 세균들이 모두 사라졌으니 우리 모두 박수치고 기뻐할 수 있을까요? 저는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기도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공기 중에 떠돌아다니는 수많은 곰팡이와 세균들이 들어와서 구강에 정착한다면 어떤 일 벌어질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한 예가 바로 Klebsiella oxytoca에 의한 악골골수염입니다(그림 1). K. oxytoca는 주로 토양에 존재하지만, 환경이나 병원 내에서 이차 감염에 의해 악골골수염을 유발시킬 수 있습니다. 저희들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악골골수염 병소의 약 50% 정도에서 이들이 분리됩니다. 이들은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르고 협막(capsule)이라는 다당류가 세포막 전체를 싸고 있어서 사람의 면역시스템에 저항성을 갖습니다. 예전 마징가 제트 만화영화에서 적의 로봇 공격이 오면 마징가제트 본부에 투명한 보호막이 쳐져서 적 로봇의 미사일 공격에 저항하듯이요.
만약 구강 내 모든 세균들이 사라진다면, 외부 환경에서 독력이 강한 미생물들의 침입에 의해 구강질환을 야기함은 물론이고, 사람의 생명까지도 위협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오메! 방금 제가 기지개를 펴면서 공기를 들여 마셨더니 곰팡이와 세균들이 마구 들어왔네요. 그런데 전 걱정 안합니다. 제 입안의 토착 세균들과 구강 면역시스템이 이들을 살아남지 못하게 죽일 거니까요. 그래서 요즘은 무작정 모든 세균을 죽이는 것보다는 병원성세균의 성질을 약화시키는 방법이나 질병을 유발시키는 특정 병원성 세균의 성장을 억제시키는 천연물이나 비병원성 세균(프로바이오틱스)을 이용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드리겠습니다.

이처럼 구강세균은 조화롭게 구강 환경에서 서로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사람들도 우리의 환경을 잘 보존하면서 조화롭게 살아가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음 호에는 치아우식증에 관련된 세균들의 이야기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도 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신 여러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국중기 교수
조선치대 구강생화학교실 및 한국구강미생물자원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