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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꿈을 갖고 함께 갈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중기의 재미있는 구강 세균 이야기(10)


연재순서
1회 구강 세균의 유래
2회 구강 세균 명명법
3회  세균들아 입안에서 어떻게 살아가니?
4회  치아우식증 관련 세균들의 이야기
5회  치주질환 관련 세균들의 이야기
6회  유익균과 유해균 그리고 균주의 다양성
7회  구강세균과 전신질환과의 관계
8회  잘 있고 있는 듯 하지만 잘 모르는 구강위생용품 사용법
9회  한국구강미생물자원은행은 어떤 일들을 하나요? 
10회  에필로그

 

“나는 미생물학자가 되겠다.” 제가 본과 3학년 때 일기장에 썼던 문장입니다. 제가 학부생일 때에는 저희 대학에 기초학 교수님이 병리학 교실에만 계셨습니다. 그래서 의과대학과 서울대학교 기초 교수님들로부터 수업을 받았었습니다. 특히 기초치의학 과목의 경우 한 달에 한 번씩 토요일에 서울대 교수님께서 오셔서 오전부터 오후까지 수업을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80년대 중·후반은 사회적으로 불안정한 시기라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저희 학년 친구들끼리 기초치의학 공부 모임을 통해 방학 동안 기초학 공부도 하고, 제가 본과 4학년 여름 방학 때까지 방학 때마다 후배들과 조직학, 신경해부학, 발생학 등의 공부도 함께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미생물학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제가 본과 4학년 때 구강미생물학 교수님이 저희 대학에 부임하시게 되었습니다.


그 후 학교에서는 저에게 생화학을 전공할 것을 권하셨습니다. 저도 본과 3, 4학년 때 의과대학 이병래 교수님 수업을 청강할 정도로 생화학을 좋아했기에 민병무 교수님 제자가 되어 구강생화학을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중에 구강미생물학 교실에서 1년간 연구원 생활을 하게 되었고, 그게 인연이 되었는지 결국은 모교(그림 1)에 발령을 받은 후 지금까지 세균쟁이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꿈이 있어야 그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말이 있지요. 정말 그런가 봅니다. 제가 학부 때 가졌던 꿈을 지금까지 이루어가는 중입니다.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마다 저는 고민을 많이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가슴이 시키는 데로, 제가 좋아하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선택하지 않았던 길을 되돌아보려 하지 않습니다. 저도 사람인지라 제가 선택한 길을 가는 데 힘들 때도 많았지만,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므로 후회는 없었고, 빨리 극복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대학에 발령을 받고 미생물학 연구를 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지난 호에서 말씀드렸듯이 우리나라에는 연구에 사용할 구강 세균이 거의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구강 세균 감염성질환에 대한 역학 연구 결과물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2001년 9월에 30년 연구 목표를 세웠습니다(그림 2).

10년 단위로 세부 목표를 정하였고, 지금은 2단계 후반부에 있습니다만, 벌써 3단계 목표인 ‘한국구강세균도감’ 집필을 시작했습니다. 구강 세균의 세균 집락 모양, 균주들의 주사전자현미경 사진, 그람 염색, 16S ribosomal RNA 유전자 및 지놈 DNA 핵산염기서열, 지방산 분석, 생화학 검사 등의 데이터와 함께 각 세균 종과 균주들의 특성을 기술한 책을 서술하는 게 제 최종 연구 목표입니다(그림 3).
 


한국구강세균도감을 별도로 출판하지 않고, 인터넷에 공개하여 구강 세균 연구에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들이 참고할 수 있게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균주들은 국가 기관에 기증하려고 합니다. 한때는 한국구강미생물자원은행을 위한 건물도 짓고, 제 제자들이 운영할 수 있게 하려고도 해봤습니다만, 이를 운영하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저에겐 불가능한 일이라고 판단되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얻은 연구 결과물들은 우리나라 정부와 저희 대학에서 지원해주신 연구비가 있어서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전 세계 미생물학자들의 피나는 연구결과물인 책과 논문을 통해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었고, 미국국립보건원 및 우리나라 천랩에서 제공하는 유전자분석 프로그램을 통해 저희 연구 결과를 분석하여 좋은 논문 등의 성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얻은 연구결과물은 제 것이 아닌 전 인류의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이유로 저희가 보유한 구강 세균을 국내·외 연구자들에게 무료로 분양해 드리고 있으며, 한국구강세균도감도 모든 사람들과 공유하려고 합니다.

저의 꿈은 교수가 아니었습니다. 공부를 잘하지는 못하였지만, 그 자체가 좋아서 계속하다 보니 지금 이 자리에 있게 되었습니다. 공채가 있기 하루 전에 교육학을 전공한 제 아내에게 물어봤습니다. “미향씨가 생각하시기에 선생은 어떤 사람입니까?” 제 아내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가장 뒤처져가는 학생을 보듬고 가는 사람입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 말은 제 가슴에 아직도 생생히 살아있습니다. 제가 학교에 있는 이유는 바로 학생입니다. 제에게도 저를 보듬아 주신 은사님들이 계십니다. 그분들이 계셨기 때문에 제가 있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선생과 종교지도자의 공통점은 남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사람이며, 그러기에 항상 고독하고 외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은사님들의 훌륭한 가르침뿐만 아니라 정의로운 행동을 보면서 자랐듯이, 저도 그런 선생이 되어야 제 제자들도 행복하게 생활하리라 믿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도 제 제자들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의지하며 산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교수는 제자들의 땀과 피와 눈물을 먹고 사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함께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제자들이 있기에 제가 서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꿈을 갖고 함께 갈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저에게 최종 연구 목표는 한국구강세균도감 집필이지만, 인생의 목표는 “주위 사람들과 행복하게 살자”입니다. 그래서 구강 세균들이 저에게는 친구라고 느껴지는가 봅니다. 제가 아무리 친구라고 했지만, 분명 구강 세균은 저희들에게 치아우식증, 치주질환 등의 구강 질환뿐만 아니라 여러 전신질환의 원인 인자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난 호들에서 말씀드렸듯이 우리가 구강 위생관리, 식이조절, 면연력 증진에 힘쓰면 이러한 질환들의 발병을 막을 수 있습니다. 즉, 우리 몸이 건강하기 위해서는 항상성을 유지해야 하듯이 구강 세균들의 항상성도 유지시켜 주면, 아프지 않고 구강 세균과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지금까지 10회에 걸쳐 여러분들께 짧은 지식이지만 구강 세균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너무도 행복했습니다. 아무쪼록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길 기원하며 작별인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국중기 교수
조선치대 구강생화학교실 및 한국구강미생물자원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