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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 섬기길/수필

           5월의 황금연휴 전날, 치과에 낯익은 노부부가 들어왔다. 서울에서 대전

          근처로 귀촌하신 분이신데 오랫동안 사용하시던 틀니가 헐거워져서 비닐

          봉지에 싸가지고 고치러 오셨다. 대전 근처 치과에서 하셔도 되는데 일부

          러 여러 번의 교통편을 이용해서 오신 거다. 수리가 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할머니는 치과 근처에 있는 세 딸들의 집을 방문했으나 모두 문이 잠겨 있

          어서 다시 치과로 오셔서 기다리고 계시다가 오후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틀니 수리가 되었다. 늦어도 당신 집이 편하신지 대전으로 가려 하신다.
          움직임이 편치 않아 보여 오늘 쉬시고 내일 가시라고 권해드렸다.
          출가한 세 딸이 있으나 눈치가 보이시는지 둘째 딸이 성격은 못되어도 사위가

          편하다고 하시며 그 집으로 가신다며 병원 문을 나섰다. 노인을 뵈올 때마

          다 항상 나를 연관시켜 본다. 우리들의 현재와 미래가 투영되기 때문이다.

          모두가 바쁜 생활로 가족이 모두 모이긴 정말 힘들다. 모처럼의 연휴로 가

          족 모임을 하기로 했다. 모처럼의 맑고 화창한 날이다. 항상 자식들의 소

          식을 기다리고 계시는 친정 부모님과 나의 세 딸이 모였다. 우린 낀 세대

          가 된 것이다. 옛날 같으면 우린 노인이 되었을 텐데 낀 세대가 된 우리는

          노인이 아닌 노인이 되었다. 귀가 어두운 아버님과 대화도 해야 되고, 손주

          와 친구가 되어 숨바꼭질 놀이도 해야 했다. 마음은 청춘이라는 옛 어른들

          의 이야기를 나도 크게 외치고 싶다. 내 마음은 아직도 청춘이라고. 그러

          나, 몸과 마음은 뜻대로 움직이질 않는다. 느껴지는 몸의 행동과 수그러드

          는 마음의 용기는 어느새 노인이 되어 있었다.
 

  

권 택 견

연세대학교 치과대학ㆍ대학원 졸업, 현재 열린치과봉사회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