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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

스펙트럼

미국 유학 시절에 있었던 일입니다. 제가 살던 곳은 University of Illnois at Chicago 인근의 조용한 동네였습니다.

 

머리를 깎으러 미용실에 갔고 차례가 되어 미용 의자에 앉았습니다. 미용사는 후덕한 외모의 히스패닉 아주머니였습니다. 머리를 깎다가 호기심으로 한국사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미용사에게 질문했는데 이런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들은 까다롭고(picky), 머리카락도 굵고, 팁도 안 줘요.”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대답이었지만 마음이 아팠습니다. 한국인을 대표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이발이 끝날 때까지 조용히 앉아 있었습니다.

 

시카고의 따가운 햇살 덕에 안 그래도 까맣게 탄 얼굴에 히스패닉 아주머니의 투박한 미용 솜씨까지 더해져 영락없는 farmer의 모습이 되었지만 만족감을 표하고 팁도 두둑하게 챙겨준 후 미용실을 나왔습니다.


당시에 한국 교민들을 만나는 일도 더러 있었는데 교민 사회도 서로 그다지 돈독하지는 않은지 대면하여 지내는 일이 쉽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언제부터인지 한국인 특유의 ‘정’문화는 점점 퇴색하고 경쟁 사회 특유의 깐깐함과 이기심이 팽배해진 것 같습니다. 그런 사회 속에서 살아가면서 저도 점점 비슷한 모습으로 변해가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세대차이, 빈부격차같은 사회 갈등요소들이 옛날보다 많아진 것이 사실입니다만 그것이 문제가 되는 상황이 만들어진 본질적인 이유는 우리가 사회 갈등요소들을 품을 만큼의 넉넉한 마음을 잃어버렸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치과에서 다양한 세대와 사회적, 경제적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보면 실제로 세대별, 계층별로 심리적인 거리나 이해관계에 대한 생각 같은 것이 많이 다름을 느낍니다.

 

그렇지만 누가 틀렸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다만, 다를 뿐인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젊은 세대들은 대체로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것을 좋아하는 한편, 어르신들은 정이 그립죠. 대화의 방향이나 방법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로 대화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대화하는 방법을 좀처럼 찾기가 어려워서 우리 사회는 세대 차, 빈부 차가 커지는 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로 거칠고 메마른 사회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치과 일도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신뢰하고 맡기면 가장 좋을 부분까지 필요 이상으로 설명이 요구되고 어떤 경우에는 너무 복잡한 부분까지 설명이 되는 바람에 혼란을 주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날이 갈수록 사회갈등이 커져만 가는 것을 진료실에서 직접 느낄 수가 있습니다.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 지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서로 이해하고 신뢰하는 사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한국사람 정 많고 예의 바르다는 이야기를 다시 듣게 되기를 바라봅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