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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추천도서 - 미지(未知)와 무지(無知)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알고자 해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을 미지(未知)라고 합니다. 죽음에 대한 것도 미지의 영역입니다. 언제, 어떻게 올지,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두려움, 외경심은 미지의 영역에서 생깁니다. 종교도 그렇습니다. 깨달음, 믿음으로 알 수 있다고 해도 인간에게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지는 ‘아직은 알지 못함’이기 때문에 나중에라도 알 수 있고 기술의 발전으로 새롭게 알아낼 수도 있습니다.

 

바다 깊은 곳과 우주 등은 미지의 세계였지만 이제는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끊임없는 동경, 연구, 사색, 등이 가능하게 해준 것입니다. 알 수 있는데도 극복 하지 못하면 무지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바로 알고 나면 벗어날 수 있는 것이 무지(無知)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무지에서는 벗어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미지를 인정하고 무지를 극복해야 합니다. 어떤 것이 미지인지, 미지에서 벗어나 무지가 아닌지, 무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읽어야 할 책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미지의 영역을 그대로 두고, 나의 무지함을 탓하지 않는 경지에 이른다면 더 좋겠지만.

 

 

바다에서 건져 올린

위대한 인류의 역사

 

『처음 읽는 바다 세계사』 현대지성, 2019


“우리 바다 보러갈까?” 우리에게 바다는 주로 보러 가는 곳입니다. 바다를 대상으로 업(業)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대부분은 바다는 보면서 힐링을 얻는 곳입니다. 이처럼 지구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바다는 어떻게 보면 아주 익숙하지만 여전히 미지의 세계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도 육지에 편향되어 있습니다. 육지에서 바라보는 역사가 아닌 바다의 눈으로 보는 역사는 어떨까요?

 

이 책은 그동안의 책들과 달리 철저하게 바다의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저자는 육지에 살아 숨 쉬는 존재가 단 하나도 없었던 시절부터 바다가 흘러온 역사뿐만 아니라 바다가 어떻게 인류의 문명을 꽃피우고, 발전시키고, 때로는 삼켜버렸는지를 보여줍니다.

 

인류는 그런 바다를 이용하고, 정복하고, 누리면서 현재에 이르렀습니다. 바다와 세계사의 관계를 새롭게 조망함으로써 역사라는 거대한 파도가 바다에 남긴 인류의 보물 같은 이야기를 건져 올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저자가 집필했다고 하니 바다의 세계에 한번 빠져 봅시다.

 

 

죽어감과 살아감
그 사이 비로소 생각하는 삶의 시간들

 

『죽음의 에티켓』 스노우폭스북스, 2019


나이가 들어갈수록 주변에서 많은 죽음을 목격하게 됩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의 죽음도 다양한 매체를 통해 알게 됩니다. 친하고 가까웠던 친구나 연인, 형제자매, 부모의 죽음도 우리는 겪었거나 앞으로 다가올 일입니다.

 

늘 멀게만 느껴졌던 죽음을 가까이에서 목격하게 되었을 때의 감정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하지만 쉽게 극복할 수 있는 감정은 아닐 것입니다. 이 책은 이처럼 누구나 겪을 죽음의 전 과정을 간접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도록 한 책입니다.

 

이 책에는 네 가지 방식으로 진행되는 각각의 죽음의 전개가 실화로써 제공됩니다. 저자는 이들 네 사람의 죽음의 단계를 매우 면밀하고 자세하게 다루면서 죽음이 어떻게 각 개인의 삶만큼이나 독특한 저마다의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인식하게 해줍니다.

 

끝이 있다는 것, 내 삶이 완전히 무한하지 않다는 것으로부터 후회 없는 오늘과 생을 살겠다는 찬란한 의지, 미뤄 둔 계획과 목표들, 더 나은 사람으로 살아야 할 분명한 이유, 내가 남기고 갈 사랑하는 사람들을 오늘 더 열렬히 사랑해야 함을 알려줍니다.

 

 

동시대 미술로의 초대장
이해하지 말고 감상하라

 

『미술관에 가면 머리가 하얘지는 사람들을 위한 동시대 미술 안내서』 원더박스, 2019


소변기가 예술 작품이 된 지 100년이 지났습니다. 그 후 자기가 싼 똥을 캔에 담아 똥 무게에 해당하는 금값을 받고 파는 작가도 나타났고 뒤샹의 그 유명한 소변기에 진짜 소변을 흘려 내려서 작품을 ‘재상품화’하고, 유명 배우를 유리 상자 속에 누워 있게 하고 사람들에게 감상하게 하기도 합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예술가들은 창작하는 자유를 누렸겠지만, 감상자들은 점점 머리가 하얘졌습니다. ‘이게 예술 작품이라고?’ 미술관에 전시된 동시대 미술 작품 앞에서 우리와 같은 일반 감상자들은 당혹스러워합니다. 내가 보기에는 작품 같지도 않은 마치 초등학생이 낙서한 것 같은 그림이 위대하다고 합니다.

 

내 느낌을 그냥 얘기하기에는 무식해 보일까봐 차마 입 밖에 꺼내지 못합니다. 우리는 학술적으로 역사적으로 예술품에 대해 알지 못하면 제대로 감상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일 예술가 요제프 보이스가 ‘모든 사람이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듯이, 예술 활동을 통해 자신을 더 진실하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감상을 통해서든 표현을 통해서든 결국 우리 삶을 풍요롭고 충만하게 하는 게 예술이라는 뜻입니다. 이 책은 동시대 미술로의 초대장입니다. 들어가 봅시다. 얇고 쉬워 보이는 책이 사실 만만치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