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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공대→의사 이어 마침내 치과의사 '화제'

낮에는 학생, 밤엔 페이닥터 치열한 삶으로 결실 맺은 서준석 원장
개원한 지 11개월…정직한 진료 보람 환자도 만족해 출근길 가벼워


서울 과학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을 졸업한 한 청년이 서울대 의과대학에 진학했다. 졸업 후 의사의 길을 걷던 그는 한 번 더 방향을 튼다. 나이 서른둘에 서울대 치의학대학원에 진학한 것이다. 현재 치과의사 서준석 원장(서울S치과의원)의 사연이다.


졸업을 앞둔 공학도인 그가 수능을 다시 치르기로 한 이유는 소박했다. MIT나 스탠포드 등 유명 공대는 대부분 먼 해외에 있는데, 석·박사 학위를 위해 20대와 30대의 대부분을 외롭게 공부만 하며 보낼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의 수능 목표는 치과대학이었다. 치과의사의 길을 걸으며 일상에서 여유와 행복을 얻길 원했다. 


2003년, 담담하게 수능을 치른 그는 우수한 점수를 받아 연세대 치대, 서울대 의대, 경희대 한의대에 모두 합격해 선택만을 남겨뒀다. 치과의사의 꿈을 갖고 시작한 길이었지만, 막상 여러 좋은 선택지가 주어지니 고민이 뒤따랐다. 그는 결국 서울대 의대에 진학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의과대학 수업 도중 한 사건이 그에게 과거와 똑같은 고민을 남기기 시작했다.


서 원장은 “한 교수님께서 자신의 아들이 한 살에서 다섯 살이 될 동안 집에서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경험을 마치 훈장처럼 얘기했다”며 “이 얘길 듣는 순간 회의감이 몰려왔다. 아무리 큰 부와 명예가 주어진들 일에만 몰두하고, 가족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과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즐길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는 삶은 불행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의대 졸업 후 그에게 마침 새로운 기회가 주어졌다. 공보의로 근무하던 터라,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던 것. 그는 치과의사가 되기 위해 DEET(치의학교육입문검사) 시험을 준비해 나갔다. 이어 2011년 여름, 시험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공보의를 마친 다음 해 서울대 치의학대학원에 진학했다.


재학 중 서 원장의 삶은 치열했다. 낮에는 수업을 듣고, 밤에는 페이닥터로 일하는 사이클을 4년 내내 유지했다. 이미 의대생 시절 잠을 줄여가며 공부하던 경험이 쌓여있었고, 치과대학 수업 또한 의대생 시절 대부분 배웠던 내용이라 자신 있었다.


혹자는 서 원장에게 의아스러운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치과의 불황으로 치대생들도 다시 의대 진학을 심심찮게 고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왜 굳이 치과의사를 선택했는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서 원장은 "남자로서 인생의 황금기라고 생각하는 30대 초·중반을 치대생으로 보낼 수 있었던 시간은 지금도 내겐 큰 행복으로 남아있다"며 "의과 전문의와 치대 졸업 후의 삶을 비교했을때도, 워라벨·노동강도·수입·삶의 질 등을 모두 고려한다면 치과는 의과의 모든 과를 통틀어 중상위권이라고 본다. 의과 전문의 급여가 치과의사에 비해 다소 높더라도, 인턴과 레지던트 5년을 더 보낼 가치는 없다. 전문의라도 언젠가는 개업을 하기 마련이기에 긴 시간을 희생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개원한 지 11개월이 지난 현재, 그는 출근하는 발걸음이 가볍고 행복하다고 말한다. 치과의사는 환자 생명을 책임진다는 부담이 비교적 작고, 치료 후 보람과 환자 만족이 크다는 설명이다.

 


지난 의사 활동 경험은 현재 치과 진료에 날개를 달아주기도 한다.


서 원장은 “발치나 임플란트 식립 이후 통증과 염증을 줄이기 위해 내과 약 처방은 물론, 환자의 상처 치유와 조직 재생을 돕는 아르기닌 수액 치료 등도 할 수 있다”며 “기존 치과에서 담당하기 어려웠던 고혈압, 당뇨 등 전신질환자도 안전하게 시술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표했다.


끝으로 서 원장은 소박하지만 겸손한 포부를 밝혔다. 그는 “행복은 거창한 곳에 있지 않다. 교수의 꿈을 이루거나 훌륭한 연구 논문을 내지 않더라도 일상에서 행복을 느끼고 어제보다 오늘이 나아졌다면 그걸로 만족한다"며 "비록 작은 병원이지만, 내가 태어나고 자란 강동구에 자리 잡아 주민들의 구강 건강을 돌보고, 정직한 진료를 하며 신뢰를 쌓는 것이 현재 가장 큰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