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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시론

2014년 당시 내 치과는 2차로에 접해 있으면서 주차시설이 없었다. 그래서 치과 맞은편에 있는 앞뜰이 있는 1층짜리 연립 주택을 구매하여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3년여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관리 사무소에서 갑자기 주차장 입구를 펜스로 막아버리는 것이었다. 주공아파트 관리 사무소에 가서 문제를 제기하니 연립주택 주민 중 한 분이 공유지를 치과 단독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였다는 것이다.

 

이처럼 살다 보면 크고 작은 문제에 직면하게 되는데 이때 유용하게 활용하는 책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소개할 책은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이다.


책의 저자인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Stuart Diamond)는 와튼스쿨 MBA와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했다. 뉴욕타임스 기자로 일할 당시 퓰리처상을 수상하며 승승장구했지만 곧 변호사와 컨설턴트로 활동하며 협상 전문가로 더 큰 명성을 얻었다. 현재는 모교인 와튼스쿨에서 협상 코스를 강의하고 있다. 그의 협상 코스는 와튼스쿨에서 20년 연속 최고 인기 강의로 선정되었으며, 학생들이 경쟁을 통해 들을 정도로 명성이 높다.

 

협상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며, 상대방의 머릿속 그림을 그리며, 상황에 맞게 점진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상대가 공격적인 반응을 보여도 당황하거나 화내지 않고 상대방의 입장을 존중해 주는 태도가 필요하다.


책에서는 협상을 위한 12가지 핵심 전략을 말하고 있다. 짧은 지면에 12가지를 정리하지 못하기에 책을 구입하여 읽거나 인터넷을 통해 접하기를 권한다. 협상은 내가 원하는 것을 일방적으로 얻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얻게 해 줌으로써 내가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다. 협상을 하다 보면 협상 대상에 대한 가치가 서로 다름을 본다. 

 

펜스를 치는 날 관리 사무소에 찾아 갔으나 관리소장이 없어 직원에게 문제제기를 하고 관리소장과의 다음 약속을 잡고 돌아왔다. 2013년 독서모임에서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를 읽은 기억이 있어 책을 찾아보았다. 협상을 하기 전에 협상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목표를 정하고 목표를 얻기 위한 전략을 짜라고 했다. 개업 초 할부금융회사와 소송을 하며 검찰에서 고소인 조사를 받아본 경험이 있어서 관리소장과 만났을 때 발생될 수 있는 모든 경우 수를 시뮬레이션하며 필요한 목록을 작성하였다.


나의 목표는 관리소장과 갈등 없이 펜스를 제거하고 예전처럼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리소장의 재량권을 충분히 인정해 주고 관리소장의 자존심이 상하지 않는 범위에서 협상을 이끌어야 한다. 협상 상대인 관리소장의 목표는 무엇일까? 고민해 보았다.

 

다음날 약속한 시간에 관리사무소를 찾아갔다. 사무소 직원이 긴장한 상태에서 나를 맞이하며 소장에게 안내하였다. 빈손보다 무언가 손에 들고 가는 모습이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기에 음료수를 사 들고 갔다.


소장과 만나는 장소에 흰 가운을 입고 가는 것은 가운의 권위를 빌리는 인상을 줄 것 같아 일상복을 입었다. 안면이 있는 분이었다. 이제까지 주차장으로 사용하였는데 갑자기 펜스를 설치하였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으셨을 거라며 50년이 넘은 900세의 연립 주택을 관리하는데 수고가 많으시겠다고 인사말을 하였다. 당신도 부인이 내 치과 환자라며 분위기를 맞추어 주었다.


이제까지 3년 동안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주차장이 없으니 환자분들께서 불편해 하기에 주차장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조언을 구하고 배려를 부탁드렸다. 소장은 민원이 있어서 어쩔 수 없다며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공간은 공용 부지이므로 펜스를 설치하는 것은 관리소장으로서 당연한 의무라고 하였다.
그날은 서로 안면만 익힌 후 공유지를 사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모든 세대의 자료를 모았다. 자료를 바탕으로 입주민으로서 공유지를 사적으로 사용하는 모든 세대가 원상 복귀하지 않으면 연립주택에 대한 관리 부실에 책임을 물어 구청에 민원을 제기하겠다고 내용증명을 보냈다. 내용증명을 보내니 바로 소장이 치과에 찾아왔다.(결정적인 협상을 할 때는 나에게 유리한 장소에서 하라)

 

소장은 민원인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예전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며 민원인의 연락처를 주었다. 민원인은 주차장에 설치돼 있는 대덕치과 주차장이라는 입간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입간판을 철거해 주기를 원하였다. 입간판과 펜스는 내가 철거하는 것으로 하고 협상을 마무리하였다. 대덕치과, 관리소장, 민원인은 서로 원하는 것을 얻었다.

 

12가지 협상 테크닉을 치과에 응용하여 사용하고 있다.
1. 목표에 집중하라. (치과의 목표, 환자의 목표)
2.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라. (숨겨진 걸림돌, 영향을 미치는 제삼자, 신뢰 기준, 상대의 말과 표정 감정에 집중하라.)
3. 치료비 지불자를 항상 염두에 두라. (비용 결제자가 제삼자일 경우 치료비 상담은 환자가 알지 못하게 하라.)
4. 점진적으로 접근하라. (다양하게 개인 맞춤 상담 자료를 만들어라.)
5. 가치가 다른 대상을 교환하라.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팔아라.)
6. 진실하고 신뢰를 지켜라. (서로 원하지 않는 상태일 경우 상대가 생각하는 범위를 뛰어넘는 보상을 하라.)

 

논어 한 구절이 생각난다. ‘巧言令色, 鮮矣仁.’(교언영색, 선의인) 현 시대에 교언영색은 마케팅과 협상의 기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단 서로의 이익을 추구한다면.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