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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조는 근성을 뜻하는 일본어이다. 보통 '성내다', '되지 않는 일로 주변 사람들에게 화를 내다'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곤조라는 것을 직접 겪어본 일이 몇 번 있다. 인테리어 업자들을 상대하면서 두세 번 정도 겪은 것 같다. 험한 공사판에 적응하다 보면 점잖던 사람도 덩달아 성격이 험해지기 마련인 것 같다. 공사 업자들은 더 이상 물러설 수가 없을 때 곤조를 부려 상대방을 컨트롤하는 것 같다.


개원 13년 차, 그 동안 치과 경영에 대한 고민 속에 환자로 인해, 직원으로 인해 끊임없이 감정노동을 이어가야 했다. 수도 없이 번 아웃을 겪으면서도 심리적인 상태가 조금 나아지면 또다시 육체적, 정신적 과로를 감당했다. 한 번은 감정의 피난처, 감정의 저수지, 감정의 환풍기 중 그 어느 것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되면서, 아무 잘못이 없는 나에게 계속해서 컴플레인 하는 환자분을 향해 폭발하는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치과 기물을 주먹으로 내리치는 형태로 화를 내뿜은 일도 있었다.


환자분들께서 보실 수도 있는 지면에 환자분들께서 보시면 많이 섭섭해하실 글을 쓴다. 그 당시 환자분과 감정적으로 맞서는 상황이 이어졌지만 다행히 서로 진정이 되었고 내가 부린 곤조를 시작으로 서로 불편했던 부분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다 이야기하게 된 덕분인지 환자분도 나도 도리어 홀가분한 마음이 되어 치료를 잘 마무리하고 그 다음 치료도 상의하고 진행하게 되었다. 화를 내는 내 모습에서 정당함이 드러나 보였던 것일까? 아무튼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감정의 요동이었다.


치과를 운영하며 감정적으로 견디기 어려웠던 때를 생각해보면 대부분 내가 언더독인 상황을 오랫동안 견뎌야 했던 시간들이었다. 환자분이 어찌 임상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으랴… 직원이 어찌 경영자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으랴… 내가 잘못한 일이 없어도 남을 먼저 이해하고 남의 잘못보다는 내 잘못을 더 많이 생각하며 치과를 해나가는 순한 원장의 모습이 개원 13년 동안 내가 감당해야 했던, 가슴 멍든 모습이었던 것 같다. 아마 이 글을 읽고 계신 대다수의 치과의사분들도,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와 같은 마음으로 그 동안 일해왔다는 것을 느끼며 지금 이 순간, 멍든 가슴을 어루만지고 계실 것이라 생각한다.


치과 치료라는 것이 편안한 마음으로 해도 가끔은 꼬일 때가 있지 않은가. 불편한 마음으로 환자에게 주도권을 내준 채로 진료를 하다 보면 될 일도 안 되는 상황을 맞이하기 십상이다. 부당한 요구로 주도권을 독점하려는 환자에게는 ‘밀지도 밀리지도 않는 자세’로 대응하는 것이 향후의 치료를 위해서도 더 바람직한 일임을 깨닫는다. 환자를 달래고 위로하며 치료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이 내 마음을 잘 보살피는 일이라는 것을 많이 느끼게 되는 요즘이다. 내 마음이 다쳐서 치료가 중단되면 그 동안의 무수한 수고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치과의사는 자살률도 높다는데…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