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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추천도서-여지(餘地)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저는 여행을 가면 여유를 좀 즐기려고 하는 편입니다. 일정을 너무 빡빡하게 잡아서 여행지의 모든 곳을 속속들이 다 찾아보려고 애쓰지 않습니다. 그저 아는 만큼만 보고 느끼려고 하는 편입니다.

 

다시 찾아갈 여지를 남겨둡니다. 너무 샅샅이 살펴보면 다시 찾아가 보고 싶은 마음은 없어지고, 보지 못한 것들에 대한 아쉬움도 없어집니다.

 

그 장소에 대한 생각의 여지가 없어집니다. 요즘 모든 사람들은 보는 미디어에 익숙해졌습니다. 드라마와 영화는 생각할 여지를 주지 않고 빠르게 결말을 향해 치달아 갑니다. 과정에 대한 이해와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결말을 빨리 보고 싶어 합니다.

 

책을 읽을 때는 좀 다릅니다. 책은 생각의 여지를 많이 줍니다. 아니 생각이 복잡하면 잠시 책을 덮어도 됩니다. 다시 생각의 여유가 생길 때 펼치면 그만입니다. 분명 책은 한 권을 읽었지만 생각은 그 이상을 하게 되는 것이 책 읽기입니다. 살면서 여지를 남기지 말아야 할 것들도 있습니다.

 

의심이나 불신을 받을 만한 여지를 남겨서는 안 되겠지만 누군가에게 생각의 여지, 기회의 여지, 사랑할 여지를 남겨야 하는 것이 인생입니다. 각박하고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책 읽기는 우리에게 많은 여지를 주는 참 고마운 수단입니다.

 


정보 과잉의 시대
현대인에게 필요한 건강한 뉴스 소비법

『뉴스 다이어트』 갤리온, 2020

과식은 좋지 않다는 걸 모두가 다 압니다. 그래서 늘 다이어트를 실천하려고 노력합니다.

 

뉴스도 마찬가지입니다. 너무나 많은 메뉴의 뉴스들이 있고 우린 그 수많은 메뉴를 무리하게 선택하고 받아들입니다. 뉴스를 과식해서 탈이 납니다. 정보의 과잉은 제대로 된 정보를 식별할 능력을 키울 시간도 없이 그 뉴스들을 빨리 소화해 내라고 독촉합니다.

 

어느덧 제대로 된 논리적 사고로 바라보는 힘이 사라집니다. 멀리 갈 필요도 없습니다. 1년 전쯤 그토록 당신이 집중해서 관심 있게 보았던 뉴스 중에서 기억하거나, 지금 그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들이 과연 있기는 할까요?

 

대부분 기억조차 하지 못할 겁니다. 이 책은 정보 과잉의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필요한 뉴스 소비법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저널리즘의 실패와 뉴스 중독이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력을 깨닫고 뉴스 다이어트를 시작하게 된 저자의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이 책은 오늘날 저널리즘의 현실을 돌아보고, 건강하게 뉴스를 소비하는 법을 알려주는 훌륭한 가이드가 될 것입니다.

 

 

방대한 역사에 대한 통찰
지혜를 찾아 138억년을 달리는 시간여행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제로』 웨일북, 2020

 

굳이 소개하지 않아도 이미 팟캐스트를 통해서 알려지고 200만 부 이상이 팔린 ‘지대넓얕’ 시리즈의 저자 채사장의 책입니다. 지식의 깊이가 중요하지만 어떤 곳에 그 깊이를 더하고 싶은지 알려면 지식의 범위도 넓혀야 합니다.

 

단시간에 그 범위를 넓히는데 채사장 책만 한 게 없죠. 이전의 시리즈를 앞서는 프리퀄로 지혜를 찾아서 138억 년의 시간을 달려가는 시간여행서 같은 책입니다.

 

우주의 탄생, 시간 이전의 시간이라는 최신의 물리학부터 시작해 지구, 인류, 문명이 탄생하기까지 그 방대한 역사를 풀어냅니다. 그리고 인류 사상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대인 ‘축의 시대’에 등장한 인물들을 기반으로, 우리가 알아야 하는 가장 근본적인 지식을 들려주는데, 저자 특유의 ‘전체를 꿰뚫기’ 방식은 여기서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습니다.


특히 서로 다른 동양의 사상, 철학, 종교와 서양의 사상, 철학, 종교를 하나의 기준 아래 재배열해줌으로써 복잡했던 지식이 머릿속에 자리 잡게 됩니다. 이제까지 쌓아온 인간의 지식에 놀라게 될 내용입니다. 이전 시리즈에서 다루었던 내용과 묘하게 겹치지 않는 걸 보면 저자는 이 책의 여지를 남기고 있던 겁니다.

 

 

슈퍼 히어로는 진짜일까?
마블에 숨어 있는 리얼한 현실 과학

『마블이 설계한 사소하고 위대한 과학』 하이폰, 2020

 

과학은 상상력이 지배합니다. 인간이 아무런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면 과학은 발전하지 않았겠죠. 내가 어렸을 때는 미국과 구소련이 우주영역에서 대결했습니다.

 

그 당시 분위기면 지금쯤은 누구나 달나라 여행을 가고 자동차는 날아다니고 있어야죠. 상상력이 바로 현실이 되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그 속도의 차이일 뿐 인간의 상상력은 대부분 현실이 되어 나타납니다.

 

마블은 인간 상상력의 결정체라고 할 만큼 다양한 과학적 상상력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일부는 현실을 반영하는 영화이기 때문에 영화 속의 과학은 왠지 곧 현실이 될 것만 같습니다.

 

이 책의 저자 세바스찬 알바라도는 과학자의 눈으로 마블의 각종 설정을 바라보며 리얼한 현실 과학을 풀어놓습니다. 앤트맨의 양자 영역에 프랙털 우주론과 양자 중첩 상태를 연결하듯. 그의 눈을 통해 우리는 현존하는 과학과 상상력의 유사도를 비교하며 오랫동안 꿈꾸던 미래가 이뤄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과학을 알면 우리에게 오고 있는 어떤 미래를 충분히 이해하고 만끽할 수 있는 것입니다. 히어로가 된 블랙 팬서와 빌런이 된 킬몽거에게서 유전학을, 캡틴 아메리카와 윈터 솔져에게서 냉동 인간 기술을, 타노스의 리얼리티 스톤에서 광학을 찾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