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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法)과 술(術), 그리고 세(勢)

시론

삼국시대에 제갈량이 죽으면서 유비의 아들인 유선에게 읽도록 했다는 책은 ‘동양의 제왕학 교과서’라고 불리는 “한비자”였다. “이 글을 쓴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죽어도 한이 없겠다.” 중국을 통일해 춘추전국시대를 마감한 진시황이 법가인 한비자를 두고 한 말이다.


한비자는 음모에 휘말려 자살로 생을 마감하였지만 법가는 이후 중국 고대 국가의 기틀을 잡는 데 핵심 사상이 되었다. 당대에는 핍박과 위협을 받았을지 몰라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한 시대의 발전은 이러한 원칙주의자들에 의해 이뤄졌다.

 

시대를 앞서가는 원칙을 정하고 실천해나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역시 모든 역사적 사실이 보여주고 있다.

 

한비자가 말하는 군주에게 꼭 필요한 세 가지 통치 기재는 법(法)과 술(術) 그리고 세(勢)이다.


법(法)은 정치를 하는데 필요한 공정하면서도 엄격한 원칙을 말한다. 감정과 개인적인 판단이 아닌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원칙을 그 기준으로 삼는 것이 리더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는 성경 구절이 있다. 리더는 논리적이고 공정한 잣대를 가지고 사사로운 친분이나 감정에 얽매이지 않고 구성원들을 위한 원칙적인 정치를 해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스스로가 한 말과 행동들이 내 눈의 들보가 아닌지 리더가 먼저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술(術)은 군주가 신하를 올바로 쓰면서 간신을 견제하기 위한 지혜로운 통치술을 의미한다. 그것을 위해서는 리더의 경청(傾聽)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더는 사사로운 욕심을 부리지 않되, 귀를 열어 아랫사람과 주변의 의견을 충실히 들어 정사를 펼쳐야 한다는 얘기다. 자신에게 좋은 말을 해주는 사람들과 자신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만으로 주변을 채워나간다면 그 리더는 결코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없을 것이다.


“선생님께서 삼군을 통솔하시게 된다면 누구와 함께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잡고 걸어서 강을 건너다가 죽어도 후회하지 않는 사람과는 함께하지 않는다. 일에 임하면 두려운 듯이 신중하며 차분하게 잘 계획하여 일을 성취하는 사람이라야 한다.”

 

지금 리더의 주변에 있는 이들이 그러한 사람들인가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한다. 


세(勢)는 표면적으로는 군주가 가져야 할 권세 혹은 권력을 말한다. 그 본질은 중요한 정치철학적 개념이지만 사실 우리 모두가 실생활에서 자주 사용하고 있다. 대세(大勢)가 그렇다. 공세(攻勢)가 가열차다. 기세(氣勢)가 등등하다.


세(勢)는 본래 손자병법(孫子兵法)에서 기원한 것으로 적과 싸울 때의 조건과 상황을 말한다. 상황과 조건을 이용해야 하고 상황과 조건이 유리하게 되도록 만들어가야 한다.


리더는 독단적으로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사람이 아니다. 주변의 상황과 조건을 파악하고 활용하여 목표하는 방향으로 세를 만들고 불리며 이끌어 나가는 사람이어야 한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내가 반드시 해내겠다는 오만과 독단은 오히려 분명 일을 그르칠 수 있다.

 

2020년 새로 출범한 대한치과의사협회라는 정치적 조직이 한비자의 법(法)과 술(術), 그리고 세(勢)에 걸맞은 훌륭한 조직이 되어주길 바라며, 마지막 시론을 마무리합니다.

 

<필자주> 2014년부터 6년간 시론을 적었습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니 이제는 다른 분에게 자리를 내드리는 것이 독자들에 대한 도리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동안 부족한 사람에게 지면을 할애해주신 치의신보 편집국에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졸고를 읽어주신 동료, 선후배 치과의사 선생님들께도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칸트는 세상을 떠나며 ‘Es ist gut(좋았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선생님들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미소를 만드는 치과 박창진 올림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