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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리얼 꼰대?

황충주 칼럼

직원들에게 주말마다 산행이나 회식을 강요하는 기러기 아빠인 상사가 있다.

 

상사는 주중에 바빠서 운동도 못 하는 직원들에게 체력관리도 시켜주고 좋은 맛집에서 먹여주고 즐겁게 시간을 보내게 하려고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고 얘기한다.

 

젊은이들은 이런 기성세대를 향해 갑질을 한다고 하고 꼰대라고 부른다.

 

꼰대는 본래 아버지나 교사 등 나이 많은 남자를 가리켜 학생이나 청소년들이 쓰던 은어였으며 사전적인 뜻은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하여 다른 사람에게 그것을 강요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정의하고 있다.

 

근래에는 자기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이나 경험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이른바 꼰대질을 하는 직장 상사나 나이 많은 사람을 지칭하는 말로 의미가 변형되었다. 우리에게 꼰대라는 말은 좋은 뜻은 아니며 대부분 본인이 꼰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내가 꼰대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인터넷에 여러 종류의 꼰대 체크리스트라는 검사법이 있는데 내 나름 12개의 항목을 정리하여 만들어 보았다. 다음 항목 중에 본인에게 해당하는 것이 몇 개인지 확인하고 꼰대 여부와 꼰대라면 어떤 유형인지 한번 평가해 보기 바란다.


# 꼰대 자가 진단 테스트
1. 나보다 성실하고 열정적으로 일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2. 요즘 젊은이들이 노력은 하지 않고 세상 탓, 불평불만만 하는 건 사실이다.
3. “**란 OOO인 거야” 식의 진리 명령을 자주 구사한다.
4. “나때는 말이냐” 얘기를 자주 한다.
5. 자유롭게 의견을 말하라고 했는데 나중에 보면 내가 먼저 답을 제시한다.
6. 후배들에게도 배울 게 있다는 원론에는 동의하지만, 실제로 뭘 배워본 적은 없다.
7. 내가 한때 잘나갔다는 사실을 알려 주고 싶다.
8. 인생 선배로서 가정사나 사생활도 답을 제시해 줄 수 있다.
9. 회식, 야유회에 개인 약속을 이유로 빠지는 사람을 이해하기 어렵다.
10. 내 의견에 반대한 후배는 두고두고 잊지 못한다.
11. 낯선 방식의 의견을 내면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고 일하는 법을 알려준다.
12. 세상 참 좋아져서 젊은이들에게 용납해 주는 것이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

 

평가 기준은 해당 항목이 없으면 본인은 꼰대가 아니며 성숙한 어른이다. 1~3개면 새싹 꼰대, 4~6개면 유망주 꼰대, 7~9개면 리얼 꼰대, 10~12개면 프로 꼰대이다. 본인은 어떤 단계인가?

 

새싹 꼰대는 꼰대 꿈나무로 더 심한 꼰대로 발전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유망주 꼰대는 진정한 꼰대로 곧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

 

리얼 꼰대는 요즘 시세 말로 빼박 꼰대로 주변 많은 사람이 당신을 불편해하고 그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프로 꼰대는 꼰대의 최고봉으로 본인만 꼰대인지 모르고 있어 자아 성찰이 필요하며 반성하고 단계를 낮춰가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마음은 언제나 20~30대이고 외모도 그렇게 보이고 싶고 젊은 세대에게 좋은 평가와 말을 듣고 싶지만, 나이가 들면서 나도 모르게 꼰대가 되어가고 있다.

 

우리들의 인생관과 세계관 속에는 기존의 질서를 유지해야 안전하다는 전제조건이 있다. 6·25 전쟁을 겪으며 피폐한 나라에서 지금처럼 살게 된 것은 부모님 세대의 끼니를 걱정하며 어려운 역경 속에서 자식이 잘되길 바라며 전체주의와 집단주의를 인정하고 참고 견디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의 개인주의는 분명 우리에게 불안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들은 우리가 겪었던 경험담이나 지적을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로 여기며 새로운 방식으로 직접 경험해 보길 원한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스스로 배우고 깨닫고 교훈을 얻고자 하는 젊은이들이 우리는 잘못될 것 같아 조마조마하고 답답하고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럴 때 꼰대 본능으로 내 나름 정답을 알려주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하지만, 그들을 믿고 기다려 주는 여유와 인내가 필요한 것 같다. 우리는 내 얘기보다 그들의 얘기를 먼저 듣고 무엇이 문제인지 물어봐야 한다.


주변에서 만나는 후배들은 풍족한 환경에서 어려움 없이 자랐고 외모도 준수하고 똑똑하고 능력이 많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만나 극심한 스트레스로 멘붕이 오면 이걸 이기고 견딜 수 있는 복원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이때 우리는 그들을 다그치기보다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꼰대가 아닌 훌륭한 멘토가 되어야 한다. 사회적 기득권에 저항하는 펭수에 열광하고 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그들에게 결과보다는 과정을, 능력보다는 인성을, 내실을 기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꼰대인지, 멘토인지를 확인해 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