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을 맞아 치과 개원가도 본격적인 휴가 기간에 들어서는 가운데 치과 용수 수질 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당부 되고 있다.
현재 전국의 치과 개원가는 7월 말과 8월 초·중순까지 짧게는 3~4일, 길게는 일주일 동안 여름 휴가 일정을 잡고 있다. 대개 유니트체어의 수관 등에 치과 용수가 장기간 고여있으면 세균 등 미생물이 증식해 오염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된다. 특히나 여름 휴가처럼 오랫동안 치과를 비운 데다가 덥고, 습한 날씨까지 겹치면 이 현상이 더 빠르게 진행되기 마련이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치과 감염 관리 지침’에 따르면 유니트체어에 수관을 연결하고 5일이 지난 후 ‘세균의 집락 수(CFU)’가 20만~100만CFU/mL에 도달하는 경우가 있다고 명시된 바 있다.
이는 치과 용수에 요구되는 수질 기준보다 최소 400배 최대 1만 배나 오염된 수치인 셈이다. 일반적으로 치과 용수 수질은 먹는 물 기준을 따르는데, 우리나라 환경부는 100CFU/mL 이하, 미 환경보호국(EPA)이 정립한 국제 표준 기준은 500CFU/mL 이하로 관리할 것을 권고한다. 치협도 일상 진료에 사용하는 치과 용수의 일반 세균을 100CFU/mL 이하로 관리할 것을 권장한다.
# 물빼기·수질검사·수관소독 중요
여름 휴가 동안 수관 오염에 대응할 방법으로 전문가들은 진료를 마친 후 유니트체어 수관의 물을 배출시킬 것을 우선 권고하고 있다.
기존에도 치과 진료 후 수시로 물을 배출했을 때의 효과를 확인한 연구가 있으며, 캐나다 앨버타대 연구팀은 수관의 물을 20분간 배출했을 때 세균 오염도가 0CFU/mL로 수렴하는 결과를 보여준 바 있다.
최근 발간된 치협 ‘치과감염관리 표준정책 매뉴얼’에서도 진료 후에 수관에서 물을 모두 빼고 갈 것을 권고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증식한 미생물을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 오전 진료를 시작하기에 앞서 최소 2분 이상 치과 용수를 배출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또 잔류 염소량이 일정 수준(0.9mg/L)에 이르는 물을 사용함으로써 세균 집락 형성을 억제할 필요도 있다. 역삼투 정수기는 가능한 사용을 자제하고, 직수 방식을 쓴다면 탄소필터를 제외하고 침전필터, UF필터만 사용해도 잔류 염소가 흡착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정환영 원장(중산연세치과의원)은 “잔류 염소량을 잘 관리한다면 수관 세척에 의존해 수질관리를 해야 하는 부담도 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더불어 치과 수질에 대한 환자의 관심도가 나날이 높아져 가는 만큼, 주기적으로 수질검사한 결과 또는 수질과 관련한 팜플렛을 치과에 게시함으로써 환자의 신뢰를 얻는 방법도 추천된다.
정 원장은 “연휴나 주말이 지나고 첫 진료를 시작하기 전 수관의 물을 빼는 것이 환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며 “물빼기, 수질검사, 수관 소독. 이 세 가지만 잘 실천하더라도 치과 수질 관리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