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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과 현실 속의 근관치료, 다시 생각하는 가치

시론

최근 치과계에 전해진 작지만 기쁜 소식 한가지가 근관치료 수가의 일부 개선 소식이었다. 11월부터 반영되는 내용은 현재 보험급여가 적용되는 행위별 수가의 최대 인정 횟수를 일부 추가 인정하는 것이다. 주요 내용으로, 근관장 측정을 기존 1회에서 3회까지 확대 인정하고, 근관성형은 1회에서 2회를 인정한다. 그리고 재근관치료 시 시행하는 근관와동형성도 급여로 인정한다.


이런 작은 변화가 반갑지 않을리 없지만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입장에서 과연 이런 최대 적용 횟수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 한편으로 고민이 되기도 한다. 물론 보험 청구와 관련된 과목이 따로 있기도 하지만, 보험 과목을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애매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각 진료의 원가보전이 제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서 진료 가치에 대한 최소한의 보장을 받기 위해 진료 횟수를 늘리라고 가르치는 것이 교육자로서 바른 입장이 될 수 없고,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근관치료는 봉사의 마음으로 재능기부의 마음으로 진료하고 비보험항목인 전장관 수복으로 모자랐던 부분을 보전할 것인가 임상 치과의사들은 고민이 아닐 수 없다.

 

교과서에서 말하는 임상은 아주 간단하다. 비감염 근관인 경우는 즉일 근관치료가 가능하고 감염이 진행된 근관의 경우에는 좀 더 나은 감염 조절을 위해 수산화칼슘첩약을 동반한 2회의 진료과정이 적합하다는 것이 그 기본 내용이다. 물론 필자도 이런 기본에 충실한 진료를 하기 어려운 여건과 타협하고 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치과보존학회와 대한치과근관치료학회가 발표한 ‘근관치료 적정수가 개발연구’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근관치료 시행 건수가 줄어들면서 발치 건수는 증가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근관치료 기자재 및 기법의 발전과 국민들의 기본적인 구강건강관리가 호전되었음을 고려할 때, 이는 지극히 상식 밖의 일이다. 복지부 측은 이번 급여 행위의 추가 인정을 통해 발치보다는 자연치아를 오래 보존하여 국민 구강건강이 증진되고 삶의 질이 높아질 것을 기대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필자는 이번 조치의 결과로 복지부에서 원하는 방향, 단기적으로 발치 건수가 감소하는 결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과연 몇몇 단편적인 행위 수가의 반복인정으로 근관치료 가치가 충분히 인정받고 임상 의사들이 시간과 노력을 다해 자연치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인가? 자연치의 보존과 임플란트의 가치를 공평하게 저울질 할 수 있을지 의문이며,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데 전혀 표시가 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은 호미질로 바로잡기는 어렵고, 굴착기로 높은 쪽을 파서 낮은 쪽에 옮겨 부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의 의료 수가 자체가 원가보전의 고민을 안고 있는 상황에 누가 어느 쪽부터 파낼 것인가 실로 어려운 문제이고 이는 치과만의 문제가 아닌 의료계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에 더욱 어렵게 느껴진다.


건강보험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를 보완(폐지?)할 묘안이 없다면, 이제 그 상대가치 제도에 대한 원점 재검토가 필요한 것이 아닌지 모든 의료계가 머리를 맞대어야 할 때라고 생각이 든다.

 

당장에 상대가치의 조정이나 재산정이 어렵다면 지금 사회적으로 의료계를 향한 지적에 대해 우리의 가치를 당당하게 주장하는 홍보를 우선하는 것은 어떤가? 의료인이 “돈말”하기 부끄러운 시대는, 돈말하지 않고 돈 버는데 지장이 없을 때였고,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근관치료로 10여만원을 인정받는 이때 나의 반려 강아지 이빨이 부러져 신경치료를 하려면 80만 원(전신마취포함)을 지불해야 하는 시대이다. 그만큼 가치의 기준이 공평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치과계는 물론 의료계 모두가 한 목소리로 의료행위의 공정한 가치 평가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근관치료의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진료횟수를 한번 더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보다 훨씬 “가치”가 있는 고민이라고 생각한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