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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지고 나서야 봄인줄 알았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만든 거리두기 문화

Relay Essay 제2423번째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사람들 사이의 교류가 당연해지지 않은 것도 어언 1년이 되어간다. 모두가 집 밖으로 나서는 순간부터 마스크를 착용하고, 사람이 모인 어느 곳을 가든 체온을 측정하며 방문자 목록에 개인 정보를 작성한다.


처음에는 마스크를 깜빡 두고 오는 바람에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도 했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전 급히 약국에 들러 마스크를 사기도 했는데 이제는 오히려 마스크 없이 길거리에 나서면 허전할 정도이다.


어색하기만 하고 쉽게 적응할 수 없던 것들이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익숙해지는 현재의 상황이 씁쓸하기도 하다. 우리에게 일어난 변화들을 되짚어보고, 익숙함 속에서 조금은 무뎌졌을지도 모를 코로나19가 앗아간 우리의 일상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고자 한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인터넷 상에서 이와 관련한 수많은 신조어들이 생겨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몇 개의 단어들을 소개하려 한다. 우선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에서 외출 및 모임의 자제가 권고되고 많은 부분들이 비대면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을 ‘un’과 ‘contact’의 합성어인 ‘언택트’라고 표현한다.


학생들은 선생님 혹은 교수님과 같은 공기 속에서 수업을 듣는 대신 화면 너머의 그들과 마주하고, 친구들과 모여 수다를 떠는 대신 영상통화로 서로의 얼굴을 보고 안부를 묻는 등 ‘언택트시대’에 걸맞은 방식으로 소통한다.


혼자 컴퓨터 앞에 앉아 강의를 듣는 날들이 길어질수록 학교에서 동기들과 수업 시작 전 하루를 여는 인사를 나누던 순간들이 그리워졌다. 뻔하게 반복되는 일상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소중한 것이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의미하는 코로나19와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인 ‘코로노미 쇼크(coronomy shock)’가 있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지 않던 식당들은 언제부턴가 텅 빈 모습이 흔해졌고, 임대료에 부담을 느껴 생계가 불안정해진 소상공인들은 장사를 접기도 하였다.


위축된 경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소비가 원활히 이루어져야 하지만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으려면 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두 가지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타협점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인 듯하다.


마지막으로는 ‘코로나 블루(코로나 우울)’가 있는데, 이는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단어이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한 일상의 변화로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따스한 햇빛을 쬐는 것이 이제는 더 이상 당연한 일이 아니게 되었다. 집에서 혼자 할 수 있는 다양한 취미생활을 시도해 보아도 타인과 어울리며 함께 시간을 공유하는 것에서 얻어지는 에너지는 대체 불가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쩌면 우리가 느끼는 우울감과 무기력함은 불가피한 것이 아닐 수 없겠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견디며 봄에 벚꽃을 보러 가고, 가을에 단풍을 보러 가는 것이 이토록 귀한 일임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서로의 얼굴을 가려버린 마스크 때문인지 사람들 사이에 나누는 온기는 점점 사라져 가고 마스크 밖의 세상은 점점 아득해져 간다. 하루 빨리 코로나19가 종식되어 소중한 사람들과 마음껏 얼굴을 보며 웃을 수 있는 날이 다가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