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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 영역 확장(II): 의존적 노인의 방문구강건강관리제도 도입

시론

대한민국도 5년 후 노인 천만 시대의 초고령화 사회가 된다. 베이비 붐 세대(1952-63년생)의 대부분이 65세 이상에 합류하기 때문이다. 노인들의 생애 마지막 10년에 가장 후회하는 것 중의 첫째가 ‘치아 관리를 잘못한 것’이라고 한다. 이는 구강이 전신건강의 입구(gate)이자 바로미터(barometer)이며 거울(mirror)임을 알게 해 주는 대목으로 노인의 건강한 구강이 최상의 노후 준비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치과치료에 대한 많은 두려움과 심한 스트레스, 잦은 치료 약속과 오랜 치료 기간에도 불구하고 노인들이 많은 노력과 비용을 들이면서 치과치료를 받고 있는 것이다.


또 정부에서도 노인들에게 년 1회 스켈링과 심지어 의치와 임플란트(평생 2개)까지 건강보험보장(본인부담금 30%)을 하고 있는 이유이다. 하지만, 아직도 40% 이상의 노인들이 ‘저작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이는 의치의 본인 부담금마저 부담스러워 할 정도로 이분들이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이는 필자가 2018년 구강보건의 날 행사 중에 약 160명 노인의 ill-fitting denture 이장 및 수리를 하면서 확인한 사실임을 밝혀둔다). 더불어 이 분들의 만성질환과 복합 투약에 따른 부작용(구강건조, 구강출혈, 턱뼈 괴사, 하악운동조율장애 등), 장기간 사용에 따른 헐거운 의치 증상(구강궤양과 구내염, 구강작열감 등) 및 우울한 기분과 매우 소심한 수동적인 성격으로 인한 구강 방치 등이 ‘저작 불편’과 관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의존적 노인의 구강은 사실상 방치 상태
그래도 스스로 내원하여 치과적 주소(chief complaint)를 해결할 수 있는 독립적인 노인의 구강건강은 나은 편이다. 거동 자체가 어려워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치과에 내원할 수 없는 의존적 노인들(약 150만명)의 구강은 아예 방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분들은 뇌졸중, 치매, 파킨슨 질환 등으로 대부분 요양시설과 요양병원에 누워서 연명(延命) 중이거나 급성기 질병 치료 후 요양(사회적 입원)을 위해 자택에 대기 중이다. 2016년부터 시행된 치과계약의사(촉탁의)제도와 작년부터 시범사업 중인 커뮤니티케어에서도 이 분들에 대한 구강케어는 거의 이루어지지 있고 않다. 왜냐하면 이분들은 뇌병변(뇌졸중, 치매)에 따른 신체 마비와 인지 장애로 스스로 자기 표현과 치과치료에 협조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또 치료 후에도 스스로 구강관리를 할 수가 없어서 또 다시 구강이 방치되기 일쑤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정부나 요양시설(병원)은 물론 심지어 치과의사들마저도 이분들의 구강케어에 무관심했거나 아예 그 자체를 꺼려 왔던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쯤에서 우리가 주목해 보아야 할 조사가 있다. 바로 후기 노인(75-100세)에 대한 구강기능지표(IOFC, Index of Oral Functional Capability) 즉 ‘치료협조가능도, 구강위생능력,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이 포함된 5기 독일 국가구강조사(DMS, Deutsche Mundgesundheitsstudie V, 2014년)이다. 이 조사에 의하면 의존적 노인에서 ‘치은출혈, 무치악율 및 구강위생관리 도움 필요 비율’이 요양이 필요 없는 노인에 비해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반면에 ‘스스로 치과의료 서비스 이용 비율’은 요양이 필요 없는 노인에 비해 크게 낮게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로 독일연방치과의사협회에서는 ‘노인과 장애인 개념(AuB-Konzept, Alter und Behinderung)’을 도입하였고, 이를 근거로 전기 노인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확대와 함께 후기 노인에 대한 구강진료가 가능했다는 점이다. 후기 노인에 대한 독일의 구강기능지표 조사가 초고령화 사회의 진입을 눈앞에 둔 우리에게 정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것이다.


#의존적 노인의 구강은 전신건강의 거울
구강질환(특히 치주질환)은 이제 더 이상 구강에 국한된 질환이 아니다. 이는 치주질환이 전신의 다균성 기회감염의 위험요소이자 주요 만성질환의 발생과 높은 상관관계 즉 당뇨병 6.0배, 흡인성 폐염 4.2배, 뇌졸중 2.8배, 심내막염 2.7배 등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약 40% 치주질환자에서 2차적으로 만성질환을 보유하고 있다’는 FDI 자료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게다가 의존적 노인들은 뇌병변 발생 위치에 따른 5, 7, 9, 10, 12번 뇌신경의 손상으로 구강기능저하가 나타나기도 한다. 다시 말해 구강주변근력의 약화와 함께 위아래 치아가 서로 잘 맞물리지 않아 제대로 씹지도 못하고 또 혀의 움직임마저 둔해져 음식을 목구멍으로 넘기기도 어렵다. 설상가상으로 겨우 목구멍으로 넘긴 음식마저도 후인두 부위의 기침 반사가 작동되지 않아 식도가 아닌 기도로 잘못 들어가 오연성(흡인성) 폐염을 초래하기도 한다.

 

이렇게 절망적인 구강상황을 예방하거나 일정 부분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 일본치과의사협회와 일본노년치의학회(2016년)에서는 “구강기능저하증(oral hypofuction)”이라는 새로운 병명을 만들었다. 여기에는 ‘구강불결, 구강건조, 교합력저하, 혀입술운동기능저하, 낮은 설압, 저작기능저하 및 연하기능저하’의 7가지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3개 항목이 기준치 이하인 경우를 “구강기능저하증”으로 판정하며 보험 항목으로까지 등재시켜 일본 지역사회포괄케어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왜냐하면 구강기능저하가 전신쇠약(frailty)에 따르는 요양 상태로 이행되게 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부분도 일본의 고령화를 답습하고 있는 국내 현실에서 시급히 준비해야 할 상황으로 여겨졌다.


#의존적 노인의 방문구강건강관리 시급
이에 치과에 내원하는 노인의 개개 증상 중심의 치료(진료실 완결형 치료)를 넘어서 의존적 노인들의 생존에 필수적인 구강기능 즉 저작과 삼킴을 돕기 위한 ‘방문구강건강관리제도’ 도입이 절실히 요구된다. 다행스럽게도 이러한 구강기능저하에 이르기 전에 전조(前兆) 증상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즉 단단한 것을 잘 먹지 못해 식사 시간이 길어지거나, 입안이 마르거나 사레가 자주 들고, 혀 놀림이 나빠져 약을 삼키기도 어려우며, 음식을 자주 흘리거나 식후 음식이 입안에 남아 있는 등의 ‘구강 쇠약(oral frailty)’ 증상이다. 이는 일본 대학병원 내원 환자를 대상으로 구강기능저하를 조사하였을 때 40대에서 4할, 50대에서 5할, 60대에서 6할, 70대는 7할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이 40대 후반이나 50대 초반부터 나타나는 구강쇠약이 구강기능저하로 이행되지 않도록 ‘구강건강관리’에 힘써야 할 근거임이 분명하다.

 

이러한 구강건강관리에는 올바른 잇솔질에 의한 ‘구강위생관리’와 구강주변근력 및 혀 근력 강화를 통한 ‘구강기능관리’가 있으며, 이를 종합적으로 체계화한 것이 바로 ‘구강건강증진 프로그램’이다. 심호흡을 시작으로 목·어깨 체조, 볼 부풀리기, 입·혀 체조(아, 에, 이, 오, 우), 타액선마사지, 침 삼키기, 파타카라 발성, 및 심호흡의 순서대로 끝내는 ‘일종의 구강체조’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구강건강증진 프로그램’이 입원 환자의 삶의 질 향상과 함께 재원일수를 줄이고, 장기요양이 필요한 퇴원 환자의 재입소 감소 및 장기요양 노인의 먹는 즐거움까지 향상시키는 등 장기요양-인지장애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보고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한국형 구강기능지표’를 개발하고 의존적 노인에 대한 ‘방문구강건강관리제도’를 도입하여 이분들의 구강건강권을 하루속히 찾아주어야 할 시기가 되었음은 분명해 보인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