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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치과

스펙트럼

매일 뉴스에서 거의 빠지지 않고 보도되는 사회 각계각층에서의 이런 저런 비리 기사를 듣고 보다보면 나도 모르게 그런 일에 연류된 사람들에 대한 비판과 정죄의 마음이 가슴속에서 슬그머니 올라오는 것을 느낀다. 마치 나는 그런 나쁜 일과는 상관없이 매우 깨끗한 사람인 것으로 생각되고,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을 어지럽히고 더럽게 물들이고 있다고 내가 스스로 전지전능한 법관이 된 것처럼 판단하면서 살아간다.


얼마 전에 방영된 법조계의 비리를 다룬 드라마를 보다가 그러한 생각을 되돌아보게 해주는  대사를 듣게 되었는데 “모든 건 밥 한 번이 시작”이라는 내용이었다. 주인공 막내뻘 검사가 수습 시절 강직한 검사 선배로 존경받던 선배검사가 누군가에게 소개받은 사람에게 무심코 얻어먹게 된 점심식사 한 끼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게 된다. “모든 시작은 밥 한 끼다. 아무 것도 아닌 한 번의 식사 자리. 접대가 아닌 선의의 대접. 돌아가면서 낼 수 있지만 다만 그날따라 내가 안 냈을 뿐인 술값. 바로 그 밥 한 그릇이, 술 한 잔의 신세가 다음 만남을 단칼에 거절하는 걸 못하게 된다”라고 막다른 길에 다다른 상황에서 한탄한다. 이어 “인사는 안면이 되고 인맥이 된다. 인맥은 힘이지만 어느 순간 약점이 되고 더 올라서면 치부다. 첫 발에서 빼야 한다. 첫 시작에서. 마지막에서 빼려면 댓가를 치러야 한다”며 선물로 받은 고가의 명품 지갑을 찢어버린다.


주인공 검사는 어렸을 적 뇌수술로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독특한 캐릭터였는데도 불구하고 비리의 수사과정에서 희생된 검사의 빈소를 찾았을 때 고인의 아버지인 은퇴 검사가 “내 딸 지켜달라고 했지. 이게 뭐냐”며 원망하며 울먹이니 “왜 보고만 있었습니까, 왜 싸우지 않으셨습니까, 왜 긴 시간을 숨어만 있었습니까”라며 비리에 맞서지 못하고 뒤에 숨어 있던 선배검사에게 소리를 치고 만다.


마지막에 검찰을 대표해 국민 앞에 선 그는 “자꾸 눈감아주고 침묵하니까 부정을 저지르는 겁니다. 누구 하나라도 눈을 부릅뜨고 짖으면 바꿀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실패했지만 더 이상 부정한 세력에 휘둘리지 않고 더욱 공정하고 정직하게 국민에게 헌신하겠습니다.”라고 약속하면서 드라마는 막을 내렸다.


요즈음 책으로, 유튜브로 과잉진료로부터 환자분들이 적극적으로 방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서 ‘치과전쟁’을 치르고 있는 분의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 떠올랐다. 다른 치과의사 동료들의 지지나 도움이 없이 외롭게 그 길을 가고 있다고 하는데, 환자를 보호하고 정당한 의술행위를 수호하기 위해서 부적절한 의료행위를 적극적으로 견제하는 것은 치과의료계에서 힘을 합쳐서 함께 해나가야 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상황은 그렇지 못하고 서로의 입장차이가 너무 많은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평소에 종종 다른 치과에서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든다고 계획을 상담 받은 후에 second opinion을 얻고자 방문한 환자아이를 검진했을 때에 정말로 치료해야할 치아를 하나도 발견할 수 없었을 때 느꼈던 그 당혹감, 그렇게 비상식적인 상황이 주위에서 그리 낯설지 않게 회자되는 현재의 시점에서, 그 원장님을 만나본 적은 없지만 그 분이 좋은 취지에서 그런 일을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하고 있지는 않아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접근 방법 때문에 대다수의 치과의사들에게 호응을 받지는 못하고 있다는 상황이 슬프기까지 한 것이다. 그리고 나 자신을 돌아보면서 부끄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나의 내면에서 “왜 보고만 있었습니까, 왜 싸우지 않으셨습니까, 왜 긴 시간을 숨어만 있었습니까”라며 외치던 드라마에서의 주인공의 목소리가 바로 내게 외치는 것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저마다의 방법으로 각자가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환자를 돌보고 치과를 운영하고 있다. 그 다양성을 어느 누구도 폄하하거나 마음대로 휘두를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 모두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보편타당함이 통할 수 있는 우리 치과계가 되기를 소망한다. 내가 아무리 옳다고 생각되더라도 그것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더욱 많은 비상식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것에 너무 집중하지 말고 내면을 바라보아주면서 서로 보듬어 주는 따듯함도 함께 했으면 좋겠다.

 

- 우리는 생명을 존중하고 인류의 구강보건 향상을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한다
- 우리는 끊임없이 학술을 연마해 최선의 진료 수준을 유지한다
- 우리는 항상 영리적 동기보다 환자의 복리를 먼저 생각한다
- 우리는 환자와의 관계에 있어서 정직하고 성실해 신뢰를 유지하도록 최선을 다한다
- 우리는 동료 치과의사를 비롯한 모든 보건의료인과 협조하며 국민과 함께 최상의 의료제도 정착에 힘쓴다
- 우리는 이 다짐을 성실히 실천할 것을 인류와 국민 앞에 엄숙히 선언한다

 

평소에 잊고 지내고 있는 이 치과의사 윤리 내용을 떠올려보면서 환자분들에게 우리들의 치과 모두가 ‘양심치과’로 자리매김을 하기를 소망해본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