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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추천도서 - 차별과 무지(無知)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크레파스에 ‘살색’이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 그 색이 없어진 것은 아닙니다. 다만 살색이 아닌 ‘살구색’으로 바뀌었습니다. 2003년에 공식적으로 살색이 없어졌으니까 지금 성인 대부분은 아직도 습관처럼 살색이라고 부르는 걸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피부색이 존재하는데 그저 단일민족이라는 자부심 하나로 우리의 살색을 자랑스럽게 살색이라고 말하면서, 낯선 사람들과 다양한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각을 잃고 살았는지도 모릅니다.

 

그저 습관처럼 말한 살색이 누군가에게는 차별의 언어가 될 수 있음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제대로 알지 못하는 ‘무지(無知)’는 두려움과 공포를 일으키고, 두려움과 공포는 ‘혐오’를 생산합니다. 결국 우리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혐오는 무지에서 옵니다. 잘못 편향된 지식으로 치우치면 더 심한 극혐을 양산하기도 합니다. 미디어에서 쉽게 양산되는 저질의 정보들 또한 문제입니다. 물론 책이라고 해서 모두 양질의 정보만 전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조금만 신경 써서 선택한다면 아직은 책이 가장 정제된 고급의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이런 책을 무시하고 그저 미디어의 정보에만 의지한다면 스스로 시나브로 차별을 일삼는 사람이 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편향되지 않은 다방면의 책을 두루 섭렵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내 안의 차별적 시선을 들여다보고
나와 사회를 성찰하게 해주는 책

『내 안의 차별주의자』 심플라이프, 2020

 


이 책을 읽으면서 제가 가지고 있던 신념, 철학, 행동이 우리 사회구조와 맞물리면서 차별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소름이 돋았습니다. 우리는 자신의 상식, 신념, 취향 등에 맞춰서 사회를 바라봅니다. 자신과 반대의 정치적 성향을 가진 사람은 개념이 없는 멍청이고, 난민과 이민자는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고 안전을 위협하는 잠재적 범죄자이고, 매일 출근하면서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하는 직장인은 비루한 월급쟁이고, 극소수의 멍청이들 때문에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있으며, 사회는 흉악해지고 공정하지 못한 사회가 되어간다고 말입니다.

 

이런 비슷한 생각을 하나라도 해봤다면 이 책은 의미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고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곳곳에 던지며 나와 사회를 성찰하게 해주는 책입니다. 타인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대면서 자신에게는 유난히 관대한 사람이라면 그 마음에 내재된 독선과 멸시의 시선, 즉 내 안의 차별적 시선을 들여다보고, 나와 다르게 살고 있는 이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사고의 모순을 좇아가며 평등의 의미, 소통의 방식, 공생의 의미를 재고하게 하는 책입니다.

 

 

평범한 먹거리부터 손이 많이 가는 디저트까지
음식에 얽힌 이야기가 담긴 맛깔스런 에세이

『바다거북 수프를 끓이자』 마음산책, 2020

 


저자인 미야시타 나쓰는 일본에서는 꽤 알려진 소설가입니다. 실제로 독자들에게 “작가님 소설에 나오는 요리는 뭐든 맛있을 것 같다”는 인사를 자주 듣는다고 합니다. 맛난 것을 먹고 만드는데 무한한 애정을 가진 저자의 본격적인 음식 에세이가 나온 것입니다. 음식 이야기가 들어있는 에세이는 언제나 봐도 가슴이 따뜻해지고 때론 먹먹해집니다. 그만큼 음식에 얽힌 이야기는 많고 우리의 추억의 많은 부분에는 음식이 있습니다. 『바다거북 수프를 끓이자』에는 김, 찐빵, 만두 같은 평범한 먹거리부터 아펠쿠헨, 애플파이 같은 손이 많이 가는 디저트까지 다양한 음식과 그에 얽힌 일화가 펼쳐지지만, 저자의 글은 단순히 맛깔난 묘사에 그치지 않습니다.

 

“매일매일 먹는 밥이 너를 살린단다”라는 말처럼 작가가 그려낸 식사 장면은 우리의 홀대받은 하루를 뭉근하게 위로하기 충분합니다. 가족의 이야기 특히 아이들과 관련된 이야기들은 음식을 통해 세대가 이어지는 묘한 감동이 있습니다. 우리가 늘 먹는 음식에 저자의 이 글처럼 그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만 있다면 우리의 삼시 세끼 시간은 더 즐거워질 것만 같습니다.

 

 

브랜드 ‘무인양품’의 40년 경영 철학 공개
일과 비전 등 과거와 현재, 미래 오롯이 담겨

『MUJI 무인양품의 생각과 말』 웅진지식하우스, 2020

 

이 책의 저자는 양품계획이라 되어있습니다. 양품계획은 ‘상표 없는(無印) 좋은 물건(良品)’을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무인양품’을 운영하는 기업입니다. 본래 1980년에 유통기업 세이유의 PB로서 출발했으나 1989년에 독립하여 의류ㆍ잡화ㆍ식품 등을 아우르는 무인양품 전 상품군의 기획ㆍ개발부터 제조ㆍ유통ㆍ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기업 안에는 사상과 사람,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기치 아래 전 세계 미니멀리즘 라이프스타일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무인양품의 40년 경영 철학을 브랜드의 입으로 직접 공개한 최초의 책으로 탄생의 원점부터 철학을 이루는 핵심 키워드, 기획과 발상, 조직문화를 아우르며 구성원들에게만 공유해온 내용에 더해 앞으로의 일과 비전,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까지 브랜드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오롯이 담겼습니다. 가나이 마사아키 회장이 직접 구성하고 서문을 썼으며, 무인양품의 아트 디렉터이자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 후카사와 나오토가 기획에 참여하고 한국어판 디자인 감수까지 마쳐 더욱 의미 깊습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아직 지속되고 있지만 적어도 일본의 세계적 강소기업이 가지고 있는 철학에 대해서는 고찰하고 더욱 되새겨봐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