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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 28조 3항은 의료인 단체, 중앙회와 지부에 관해 규정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치과의사는 전국적 조직을 두는 치과의사회(중앙회)를 설립하여야 하며, 설립된 중앙회에 치과의사는 당연히 회원이 되며, 중앙회의 정관을 지켜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 조항의 기원은 어디서부터일까?


2010년 의사학 제19권 제2호에 실린 논문 [의료법 개정을 통해서 본 국가의 의료통제: 1950~60년대 무면허의료업자와 의료업자의 실태를 중심으로]을 통해, 우리나라 의료법의 변천사를 살펴보았다. 현 의료제도의 발자취는 조선 말기 근대화 시기와 일제 강점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의료법의 시작은 한국전쟁 중에 공포된 국민의료법(1951.9.25.)이라 할 수 있다. 국민의료법(제53~57조)에서도 [동업자회를 중앙과 지방에 설치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으며, 이에 따라 1952년, 각 의료인 단체들이 법정단체(사단법인)로 공인되었다. 1962년 전면 개정된 의료법 제58조 3항에 [중앙회가 설립되었을 때에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원 및 간호원은 당연히 그 해당하는 중앙회의 회원이 되어야 한다]라는 의사 강제 가입 조항이 신설되었다. 회원의 중앙회 정관 준수 의무에 관한 조항은 1994년 개정된 의료법 제26조 3항에 처음 등장하였다.

 

26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3만명이 넘는 치과의사 회원 중에 의료법에서 명시한 치협의 정관을 찾아본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치협의 정관 제9조(회원의 의무)에는 협회 정관·규정 및 결의사항의 준수의무, 소속지부를 통한 납부의무, 윤리 준수의무를 명시하고 있으며, 특히 눈에 띈 내용은 제4항 [회원은 목적이나 사업이 협회와 동일한 별개의 단체를 임의로 조직할 수 없다]는 조항이다. 열심히 공부해서 치대를 졸업하고 국가시험을 통과해 치과의사 면허를 취득했다는 이유만으로, 중앙회는 의료법에 기대어 회원들에게 이러한 의무를 강제하고 있는 것이다. 의무 조항을 위반하였을 때는 회원의 권리만을 정지시킨다고만 하니, 한편 다행이다. 단, 치협 회비 납부 여부와 상관없이, 치협 윤리위원회는 [치과의사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킨 행위를 했다]고 결의하면, 의료법 제66조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자격정지 처분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런 처분을 복지부에 요구한 사례는 확인되지 않으며, 치협의 회원에 대한 징계 권한이 고작 이것뿐이란 사실이 놀랍다.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는 몇몇 (치과)의사들의 일탈에 의해 (치과)의사단체의 전문성과 권위, 신뢰는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결론적으로, 의협과 치협의 존재 근거는 의료법이며, 틀과 역할은 과거 독재 군부 시절, 국가가 의료인을 통제하고 관리할 목적으로 설립된 것이다. 미국, 영국이 (치과)의사들 스스로 전문가단체를 조직해 자율성과 권위를 확보하고, 시민의 신뢰를 구축해온 역사와 사뭇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저마다 바람직한 의료제도를 생각할 때, 미국과 영국의 사례를 언급하지만, 서로 다른 사회적 배경 속에서 발전해온 각 나라의 의료제도를 놓고 절대적인 좋고 나쁨의 비교는 의미가 없다. 구성원들이 느끼는 장점과 단점만이 있을 뿐이다. 대한민국이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서 단기간의 세계 선진국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권위주의 정부의 적극적인 민간 개입 때문임을 부정할 수 없듯이, 대한민국 국민의 건강 증진과 의료 발전의 성과는 국가의 의료에 대한 의도적 개입과 방치 정책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 의료제도는 국가가 깊이 관여해왔고, 이로 인해 우리 국민은 타 국가와 견주어도 손색없을 만큼 많은 혜택과 건강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 의료인 역시 우리나라 의료제도의 가장 큰 수혜자일 것이며, 한편 피해자일 것이다. 어떤 피해를 봤는가? 의료인 입장에선 건강보험당연지정제와 저수가로 인한 진료의 가치와 자유가 침해됐다고 말하겠지만, 그로 인해 우리 국민이 만족스런 건강과 좋은 의료접근성을 얻은 것은 의료인으로서 보람을 느낄만한 일이다. 역설적으로 건강보험에 투입된 어마어마한 국가 재정은 의료계의 파이를 키우는데 일조했다. 필자는 의료인들이 입은 피해는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고립됐다. 의료인은 의료법이라는 국가의 통제와 보호 아래, 생명과 질병, 건강을 다루는 지식과 기술에 대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 덕분에 병원 안의 진료실, 수술실에서 오직 환자와 자신들의 이익에 충실하며 견고한 높은 성을 쌓을 수 있었지만, 그로 인해 병원 밖에서 우리 사회가 추구해온 이타적 가치를 논하는 자리에서 스스로 배제됐고 고립됐다. 이번 의사 사태를 통해 의사들과 국민들의 괴리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둘째, 분열됐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부터 내려온 관제 의사단체의 관행과 무능을 혁파하고, 개원가의 이익과 고충을 대변할 것이라며, 직선제를 통해 선출된 3년의 단기 권력은 역시나 관제식 권위적 운영을 벗어나지 못하며, 정치적 편향, 회원들의 무관심, 이전 이후 세력의 견제, 내부 분열, 또다시 직선제와 법적 다툼이 반복되는 무한 루프(infinite loop) 상황이다. 전체 면허 등록자 대비 현 의협 집행부의 직선제 투표 득표자의 비율은 5.2%, 현 치협 집행부의 직선제 1차 투표 득표자의 비율은 12% 수준이다. 같은 면허라 하더라도, 전문분야, 직업, 근무 형태, 연령, 지역 등에 따라 다양한 이해관계가 존재하는데, 소수 의견은 무시되거나 거론조차 못하는 상황이 싫증난 회원들은 회비 미납으로 조용히 저항해보지만, 이들은 이기적인 개인주의자 취급을 받는다. 결국 또 다른 분열로 이어져, 관제 의사단체는 자기들 현안에 대해 스스로 합의를 도출하지도 못하는 무능하고 이기적인 집단으로 국민에게 매도된다.

 

서구 역사에서 전문직의 역사는 의료인, 법조인, 성직자와 함께 발전했다. Richard Hall은 전문직(Professionalism)의 지위는 독점적으로 소유한 난해한 지식을 자신보다는 공중의 이익(Belief in pubic service)을 위해 이타적으로 활용(Sense of calling)하고, 자신들에 대한 자율적 통제권(Self-regualtion)이 작동(Autonomy)할 때,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과잉진료, 위임진료, 그림자 의사, 리베이트와 같은 사건들이 드러나더라도, 국민들은 일부 의료인의 일탈이라 여기며, 전체를 매도하진 않았고, 의사 개개인과 의사단체의 자정 노력을 지지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의사단체의 집단행동과 온라인을 통한 의사, 의대생들의 극단적인 주장을 국민들은 목도하면서, 우리 사회의 소중한 가치인 생명과 건강을 대하는 의사에 대한 존경과 권위는 무너지고, 오랫동안 쌓아온 의사에 대한 신뢰감은 상당히 손상됐다. 결과적으로 의사단체가 사용한 집단전략은 득보다 실이 매우 컸다.


따라서 필자는, 대한민국 의료제도로 인한 의료인들의 가장 큰 피해는 고립과 분열, 그리고 불신이라고 생각한다. 이 피해의 원인을 추적해보면, 권위주의 정부 시절 관제 의사단체의 설립과 당연 회원 가입을 규정한 의료법 제 28조 3항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과거의 잔재 속에서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 의료법 산하 관제 의사단체의 순기능은 무엇인가? 소위, 의사, 판사, 검사와 같이 [사]자로 통칭되는 전문가 집단의 독점적 지위는 그들과 시민을 통제하기 위한 권위주의 정부의 선물이었다. 선물을 거부하거나 내려놓은 전문가들은 시민사회와 함께 했다. 내가 누리고 있는 이 독점적 지위가 내 것이고 당연한 것이라 여기는 순간, 나는 스스로 권력화 될 것이고 감히 나를 통제하려는 너를 거부하고 공격할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는 권력 이양과 분산을 추구한다. 전문가 집단 역시 예외가 아니다. 비록, 의료법이 의사들의 독점적 지위를 지켜줄 것이라 기대했지만, 진료실 안과 밖의 사건들은 역으로 그 지위를 내려놓길 강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사 집단의 피해 복구가 절실하다. 현재 관제 의사단체에겐 기대할 순 없다. 전문직의 가치를 추구하며 시민과 환자가 중심에 있는 새로운 보건의료인 단체가 필요하다. 의료법 제28조 3항이 그 출현을 지금껏 막아온 게 아닐까?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