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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인간은 무리를 이루어 사는가?

시론

2020년, 세계가 코로나19를 몹시 혹독하게 겪어내고 있다. 언택트 문화가 일상생활 곳곳에 들어와 있고, 서로 만나더라도 마스크 착용이 에티켓이 된 요즘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집회와 모임이 제한되고 있고, 집합 제한 행정조치가 내려지기도 한다. 흥미로운 점은 직접적인 대면 소통이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인간은 소통에서 해방되기 보다는 끈질기게 자신의 무리(group)에 속하고자 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경향은 관찰된다. 단적인 예로, 대표적 온라인 플랫폼인 카카오톡의 ‘선물하기’, ‘그룹채팅’ 등의 이용이 더욱 활발해져, 주식회사 카카오는 올해 매출 성장율 50% 이상을 달성했다.

 

왜 인간은 무리를 이루어 사는가? 불안하기 때문일까? 첫째, 아마도 나 자신을 온전히 설명하려면 타인이 언제나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적인 존재인 인간은 타인의 인식에 의해 설명되어 진다. 언택트 시대이지만, 타인과의 교류를 통해 인간은 자아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발전시키고 있다. 둘째, 무리에 속한다는 사회적 소속감은 정서적 안정성을 가져다주기에 중요하다. 정서적 안정성이 바탕이 될 때 인간은 보통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다. 셋째, 생존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가장 원초적인 음식 획득, 짝짓기, 자녀 양육과 생활에 필요한 안락한 공간 확보, 경쟁의 최소화, 정보 공유 측면에서 독립적으로 단절되어 생활하는 것보다는 무리를 이루는 것이 유리하다. 인간의 무리 짓기 속성은 본능에 가까우며, 사회적 자극을 만족스럽게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크기로 이루어진다.

 

역사적인 면도 살펴보자. 약 1만년전 인류는 수렵채집사회에서 정착하여 농경사회를 열었다. 수렵채집시대의 연구에 의하면, 나무를 깎고, 화살촉을 만드는 일 등을 어떻게 하는지는 모든 구성원들이 다 알고 있었고, 평생 동안 이 일들만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은 없었다. 야영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삶에서 지식과 기술은 모두 공유되어, 무리 내에서 누군가가 자기 과시를 하는 것을 그냥 두고 보지 않고 응징하기도 했다. 커다란 무리, 여러 무리들의 집합체를 사회라 하자. 세대를 지나오며 농경사회로 진입했고, 일부 직업이 대물림 되었다. 특화된 전문성에 대한 수요도 늘어났다. 산업화 시대에서 현대사회로 진입하면서, 사회에 축적된 지식의 총합이 너무 커졌다. 사회의 전체적인 기능을 더 이상은 그 누구도 혼자서 이해하고 감당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다행히, 책이나 온라인을 통해서 인간은 기억력의 한계를 극복했고, 머릿속에 담고 다녀야 하는 지식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생존에 필요한 지식을 무리에 속해서 같이 소통하고 공유하면 되는 시대에 다다른 것이다.

 

인간은 어딘가 소속되어 있다는 소속감과 자신이 고유한 존재라는 자기인식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때 자존감이 가장 높다. 즉, 집단의 일부라는 느낌을 받을 만큼 무리에 속한 타인과 충분히 닮았으면서도 동시에 특별한 존재로 여겨질 만큼 타인과 충분히 다르기를 소망하는 것이다. 따라서, 무리가 진화하기 위해서는 소속된 인간의 유사성과 다양성을 동시에 허용해야 한다. 한 인간이 자신이 소속된 무리의 환영을 받기 위해서는 그의 행동은 무리가 허용하는 범주 안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무리와 개인, 무리내의 개인들 간에 보이는 관계는 변덕스럽고, 상호 유기적이며, 이들 사이의 관계는 절대 정적이지 않다. 또한 개별 인간의 정체성은 아주 장기적인 변화의 궤적을 겪는데, 그 변동은 속한 무리의 흥망성쇠와 연결될 수 있다.

 

호모사피엔스는 코로나19 상황도 무리 안에서 무사히 살아갈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자신의 정체성을 건강하게 정립해 나갈지, 타인과의 직접적인 대면접촉이 줄어든 변화에 어떻게 반응할지, 소통하고 공유할 것이다. 유리한 사회적 지위와 부를 누리려 하고, 심지어 우월한 존재로 남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상대를 해치기도 하는 것이 인간속성이지만, 어떤 이유를 가지고라도 협동할 수 있는 존재도 인간이다. 인간은 늘 행동의 자기 수정을 행한다. 선천적으로 나와 다른 타인과 충돌을 일으키지만, 겉으로는 우리와 공존이 불가능해 보이는 타인과의 관계를 이용할 수도 있고 관계를 발전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리 내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하고, 이것의 의미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