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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信賴)의 가치

시론

최근 환자의 치료 계획을 위해 좌측 우식 수복치료 및 우측 치아의 근관치료의 필요성을 설명하던 중, 환자는 좌우측 브리지의 철거와 치료 필요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양측 오래된 보철물을 철거한 의사의 실수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었다. 2-3년을 사용할 보철물이 아닌 10년을 바라보는 치료계획을 세워야 하니 당연한 과정이고, 너무나도 명확한 병변을 가졌음에도 환자의 주장은 번복되지 않았다. 환자의 신념(信念)이 의료인에 대한 신뢰(信賴)를 잠식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신뢰라는 말은 흔히 사용되는 일반적인 단어이기는 하지만 이 단어의 갖는 의미의 가치는 숨쉬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공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필자는 한자(漢字)를 배운 세대이기는 하지만, 일상생활 속에 능숙히 활용하는 세대는 아니다. 신뢰(信賴)의 첫 글자인 信자는 사람 人자와 말씀 言자가 결합한 것으로 ‘믿다’, ‘신임하다’라는 뜻을 가진 한자이다. 사람의 말을 믿는다는 의미를 담은 信자는 친숙하고 쉽게 기억되는 편이다. 그렇지만, 賴자는 그리 익숙한 느낌은 들지 않고 오히려 어떤 의미가 담겨있는지도 궁금증이 생기는 한자이다. 인터넷 힘을 빌어 이를 찾아보면, 의뢰할 뢰(뇌)로 씌어 있고, ‘의뢰(依賴)하다’, ‘의지(依支)하다’의 의미로 풀이가 씌어 있다. “뢰”를 찾았더니 다시 의(依)자가 눈에 들어오며 이는 “기대다”, “순종(順從)하다” 등의 의미이다. 즉, “신뢰”는 서로의 말을 믿고 신임하여 여기에 의지하여 순종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믿음을 바탕으로 서로 의지할 수 있음은 사회라는 구조가 안전성(safety)과 안정성(stability)을 기반에 두고 살아서 움직이는 근원이 된다.

 

코로나 시대에 떠오르는 사소한 추억의 장면이 있다. 홍콩에서 지인의 차를 함께 타고 편도 1차선의 언덕길을 올라가면서, 상당히 빠른 속도가 조금 우려되어 인도와 갓길에 사람들이 간혹 다니는데 위험하지 않은지 운전자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던 적이 있다. 답은 간단했다. We trust people walk on their way. 아무도 차도로 내려오거나 건너려고 않을거라 앞만 보고 달려도 안전하다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정말 그럴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였지만, 믿고 안심하고 목적지로 향했다.

 

이런 신뢰는 가치가 아주 큰 사회적 윤활제이다. 수많은 법령들도 사회의 가치 변화에 따라 제·개정이 될 수 있는 것을 보면 결국 사람들 사이에 공유될만한 가치를 따라 서로 신뢰하는 규정과 규범을 만드는 것이 아닌가싶다. 그렇지만, 최근 의료계와 치과계에 전해지는 진료비 설명의 의무 혹은 비급여 진료비 공개와 관련한 새로운 규제 법령 들을 보면, 의료인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문제뿐만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의료인에 대한 신뢰가 없는 사회에서 나타나는 현상이지는 않은가 생각이 든다.

 

환자로부터 의료인에 대한 신뢰는 올바른 치료 방법을 선택하고 적용하는데 가장 중요한 필수 요소가 된다. 의료인 개인의 신념(信念)과 환자의 신념의 차이에 의한 영향도 있겠지만, 이러한 개인의 가치 기준인 신념들이 사회적으로는 신뢰(信賴)라는 사회적 가치에 간혹 손상 혹은 흠집을 만들게 된다. 왜냐하면 신념은 객관적 사실이나 진실 혹은 과학적인 사고와 일치함에 있어 그 정도가 다양하고 때로는 과장되거나 왜곡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 왜곡되거나 편위된 개인적 신념을 가진 환자들에게도 의료인은 객관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신뢰를 형성하여야 하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의 신념이나 가치 판단 기준이 얼마나 정규분포 곡선을 그리고 있는지 궁금하다. 가운데가 오목한 쌍봉낙타등 처럼 가치 기준의 차이가 큰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되기도 한다. 내가 맞다 혹은 상대가 틀리다의 판단을 함에 있어 판단 기준이 어디에 있는지, 개인의 편위된 신념이 아닌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동시에 서로의 신념이 다른 경우 존중하여야 하고 신념이 다름을 이유로 신뢰를 버려서는 안된다. 신념이 바뀔 수는 있지만 신뢰는 이보다 무겁고 무겁기 때문이다.

 

나를 포함한 개인의 신념이 우리 사회의 신뢰를 떨어뜨리지 않는지 한번 생각해 볼 시기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