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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 동물대체시험법의 치과의료인 역할- Dominion Over Other Animals!

Relay Essay 제2428번째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


모태신앙은 아니지만 20년동안 기독교인으로 살아오며 속해 있는 기관 또한 기독교 정신에 기반한 연세대학교 치과대학이다 보니 성경 말씀 중 창세기 정도는 수없이 읽어보았다. 위에 말씀은 개역개정 성경의 창세기 1장에 28절 말씀이다. 해당 성경말씀의 ‘다스리라’라는 단어는 영문 번역 번 중 King James Version을 보면 “have dominion over”라고 번역이 되어 있다.


많은 이들이 이 dominion이라는 단어를 dominate라는 단어와 혼돈하여 군림하는 conquer와 같은 의미로 이해하고 있으나 사실은 통치하는 개념인 govern에 가깝고 실제로 다른 영문 버전인 New International Version에서도 이를 “rule over”라고 번역하고 있다.

 

동물을 보호하고 잘 조화롭게 사는 것은 종교를 떠나서 현대사회에서는 윤리적인 개념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인간의 이득을 위하여 동물의 고통을 야기하는 일에는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변화하고 있는 세상이다. 화장품의 경우 유럽에서는 동물에게 실험한 화장품의 판매를 2009년부터 부분적으로 판매 금지하였고 2013년부터는 수입되는 화장품에서도 동물 시험을 금지하는 법령(EC Regulation 1223/2009 on cosmetic)이 발효되었고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많은 나라에서 비슷한 법령이 적용되고 있다.

 

반면 의료기기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현재 국내에서 의료기기의 생물학적 안전성에 대한 내용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료기기의 생물학적 안전에 관한 공통기준규격’을 따르고 있으며 이는 국제표준 ISO 10993 시리즈에 기반하고 있는 내용이다. 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해당 표준은 의료기기를 신체와의 접촉 형태와 시간으로 분류하며 다양한 시험들을 고려하게 되어 있는데 이 때 세포독성, 자극성 및 감작성 시험은 거의 대부분의 의료기기에서 고려되는 시험이다.


이 중 자극성 시험은 접촉 부위에 따라 진행되지만 보통은 피부자극성 평가를 위해 실험동물로 토끼를 사용하고 있다. 의료기기의 시장이 전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면서 실제 이러한 실험을 위해 희생되는 토끼의 수는 년간 5만 마리 이상으로 예상되고 있다. 의료기기의 사람에 대한 피부자극성 정도를 시험하기 위해 많은 수의 토끼가 희생되는 것이다.

 

윤리적이나 종교적 개념이 아니더라도 동물실험을 대체하고자 하는 움직임에는 과학적인 근거들이 제시되고 있다. 실제 동물실험들의 실험실간 결과 차이로 동물시험에 대한 안전성 평가로의 역할에 대한 질문이 제기되어 왔고 동물실험의 결과와 실제 사람에서의 결과가 매우 다를 수 있다는 증거들에 제시됨으로 이를 대체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과학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필자가 본 교실에 김광만 교수님과 23개국 연구진과 참여한 인공 피부조직(reconstructed human epidermis) 기반 의료기기 자극성 평가 대체시험법도 이러한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2013년부터 의료기기의 독성평가 분야 전문가들의 논의로 시작한 Medical Device In Vitro Irritation Team 프로젝트는 3년 이상의 참여 연구진의 헌신과 노력으로 실험 후 논문으로 발간이 되었고 오는 2021년 국제표준(ISO 10993-23)으로 발간 예정이며 이에 최근 동물대체시험법 분야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2020년 Lush Prize에서 Lobbying 분야 특별상(commendation)을 수상하였다. 사실 해당 프로젝트의 참여는 쉽지 않았다. 별도의 정부 예산이 지원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교적 높은 가격대로 형성되어 있는 국내 수입 인공 피부조직의 가격과 한정된 자원으로 당시 지도 교수님이셨던(현재는 교실의 주임교수님이신) 김광만 교수님의 개인 연구비를 사용하여야 되었고 국내에서 유일하게 참여하는 바람에 먼 미국까지 가서 해당 기술을 배우고 나름 1차 시험도 통과하여야 하는 등 투자한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이를 기반으로 국제표준이 완성되었고 조만간 국내에도 규격화 된다면 과학적으로 그리고 종교·윤리적으로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 있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에는 국내 치과의료인들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 현재 국내 의료기기 시장에서 치과의료기기가 차지하는 부분은 매우 크며 실제 국내 및 국외에서의 위상 또한 높아져가고 있다. 치과의료기기의 경우에는 구강에 접촉하는 경우가 많아 피부 자극시험 보다는 구강점막자극시험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아직까지는 대체시험법이 개발되지 않아 햄스터를 이용한 동물실험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실험자와 실험동물 모두에게 심각한 정신적 및 육체적 고통이 되는 시험이다. 하지만, 의료기기의 산업화 및 환자 적용에 집중되어 있는 국가 예산의 한계로 이러한 시험법의 대체연구는 아직 미비한 실정이며 오늘도 인간의 안전성을 위해, 아니 어쩌면 그 안전성을 입증하는 과학적 근거가 적은 상황에서, 우리는 또 한 마리의 동물을 희생하고 있을 수 있다.    

 

Tom Beauchamp와 James Childress의 이론에서 유래한 의학 윤리의 4가지 원칙(four principles of medical ethics)에서 autonomy, beneficence, non-maleficence와 함께 의료인으로 갖춰야 할 원칙은 바로 justice이다. 물론 이는 한정된 의료자원을 어떻게 정의롭게 배분할지에 대한 관점에서 고려되는 부분이지만 오늘날 이 내용은 과연 “인간의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동물의 고통을 야기하여도 될까”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을 듯하다.


이러한 질문들을 통해 많은 치과의료인들이 의료기기 안전성 평가의 동물대체시험법의 관심을 가지고 관련 연구를 활발하게 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의료인으로 아니 인간으로 살며 모든 생물을 dominate하는 것이 아니라 dominion over 하는 날이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