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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세영웅으로의 프로모션

Relay Essay 제2429번째

코로나로 인해 예전에는 쉽게 할 수 있던 것들이 대부분 제한되면서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다. 불행 중 다행으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높은 수준의 인터넷 망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국민임을 감사히 여기며, 동영상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여 여가시간을 즐기고 있다.

 

요즘 즐겨보는 것은 ‘삼국지(三國志)’의 장편 드라마 버전인데, 어릴 적부터 추천 도서로 알고는 있었지만 10권 정도 되는 분량이라 항상 ‘도원결의(桃園結義)’ 정도까지 보다가 그만두곤 했던 작품이다. 지금은 치과의사 국가고시를 코앞에 둔 수험생 신분으로 공부만 빼면 모든 것들이 재밌어 보이는 상황이 되었고, 학교에서 공부를 하다가 집에 돌아오면 한 편씩 보면서 그들이 처한 상황을 함께 고민해보다 잠자리에 드는 것이 하루의 소소한 낙이 되었다.

 

주말이 되면 일주일을 열심히 보낸 나에게 상을 준다는 의미로 ‘퀸스갬빗(The Queen’s Gambit, 2020)’이라는 드라마를 한 편 본다. 1950-7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인데, 약간은 빛이 바랜 듯한 영상미와 함께 ‘체스(chess)’라는 특별한 소재가 굉장히 흥미롭다. 내용도 내용대로 재미있지만, 해외여행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현 상황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던 과거의 미국을 영상으로나마 여행할 수 있다는 점이 힐링 포인트이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제한된 삶 속에서 각자의 소소한 행복을 찾아가면서 살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는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최근에는 신규 확진자가 1000명을 상회하고 있다. 비관적인 사람들은 이제부터는 이런 제한된 삶이 일상이 될 것임을 받아들여야 한다고까지 이야기한다.

 

불현듯 어디선가 본 문구가 떠올랐다. [세상에는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있고,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 이를 조합하면 총 네 가지 분류가 생기고, 어떤 일을 하고 하지 않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평가가 달라진다]

 

실제로 삼국지에서 유비는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어떤 이익이 있더라도 결단코 하지 않는 ‘고집스러움’과 할 수 없어 보이더라도 해야 할 일은 기꺼이 하는 ‘우직함’을 무기로 ‘인의 군자’로 널리 칭송받았다. 이에 반해 조조는 할 수 없는 일들도 할 수 있게 만드는 탁월한 능력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이라도 이익에 따라 무심코 해버리는 ‘경솔함’을 갖고 있어 ‘난세의 간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다른 사람들의 평가가 뭐 그리 중요하겠냐만, 할 수 없더라도 해야 할 일들을 기꺼이 해서 다른 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는 것까지 바라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할 수 있어도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스스로 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한 요즘이지 않을까?

 

사실 어쩌면 우리는 ‘퀸스갬빗’의 주인공 베스 하먼이 중독성 있는 진정제를 아무런 반감 없이 복용하는 것처럼 현 상황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아무 생각 없이 헤매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코로나라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고 스스로 판단하고 이미 반쯤 포기한 상태일지도 모른다.

 

체스 게임에서 폰(pawn)이 마지막 열에서 프로모션(promotion)을 통해 체크메이트(checkmate)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것처럼, 우리 각자는 나약해 보이지만 한 걸음, 또 한 걸음 꾸준히 내딛다보면 위기를 극복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우리 모두 미리 좌절하기보다 각자의 자리에서 눈앞의 이익과 손해에 연연하지 않고, 현 사태를 정확히 파악하여 함께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난세영웅(亂世英雄)들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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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폰의 프로모션 : 폰은 체스판의 반대편 끝에 도달하는 동시에 폰과 킹을 제외한 다른 기물 중에 하나로 승급할 수 있다.
** 난세영웅 : 평화로울 때는 진가가 드러나지 않지만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 진가가 드러나 그 상황을 해결하는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