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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권고사직 해주세요” 코로나 실업급여 ‘꼼수’

권고사직·채용신고 연기 등 요구…엄포성 협박까지
공모적발 시 형사처벌 우려, 개원가 경각심 가져야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실업급여(구직급여) 신청이 폭증하는 가운데 부정수급을 위한 ‘꼼수’역시 고개를 들고 있다.


보조인력 구인난으로 당장 일손이 아쉬운 치과 개원가의 사정을 악용하는 일부 얌체 구직자들 때문에 부정수급의 유혹에 쉽게 빠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부정수급에 관여할 경우 고용주도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만큼 부정수급이 가져올 리스크를 명확히 인지하는 한편 이 같은 편법에 단호히 대처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경기도 소재 A 치과 원장은 최근 채용이 결정된 직원으로부터 고용보험 가입을 늦춰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아직 실업급여를 받을 기간이 남았다는 이유에서다.


A 원장은 “일단 거절은 했으나 요구를 뿌리치기 쉽지 않았다”며 “어렵게 구한 인력이니만큼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직원의 마음이 돌아설까 걱정”이라고 밝혔다.


채용 후에도 부정수급 요구는 계속된다. 근무 태만으로 권고사직 또는 해고를 유도하거나, 퇴직금보다 실업급여가 더 많으니 퇴직금을 받지 않는 조건 대신 권고사직으로 사유를 써달라며 압박하는 것이다.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병원 내 비리를 관계기관에 고발하겠다며 협박하는 사례마저 있다.


이럴 경우 치과 근무 분위기와 사기에 치명적인 타격을 준다. 서울 소재 B 치과 원장은 “실업급여 수급요건이 충족되는 시점부터 근무 태도가 나빠지는 직원이 일부 있다”며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의 선에서 태만한 모습을 보이며 권고사직을 유도하는 이들 때문에 성실히 일하는 다른 직원까지 영향을 받는다”고 토로했다.


# 부정수급 처벌 수위 최근 대폭 강화
이런 현실에도 실업급여 규모는 크게 확대되는 추세다. 최근 실업급여는 평균 임금의 50%에서 60%로, 지급 기간은 240일에서 270일로 변경되면서 혜택이 늘었다.


지급 연령 구분도 간소화됐다. 예를 들어 고용보험에 1년 이상 3년 미만 가입한 직원은 제도 변경 전에는 90일간 약 500만 원을 받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150일간 약 900만 원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완화된 실업급여 지급 요건이 오히려 수급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정수급 처벌 수위가 대폭 강화됐다. 기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추가 징수금도 기존 부정수급액의 1배에서 2배로 올렸다.


특히 사업주가 포함된 공모형 부정수급의 경우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사처벌 수위가 높아졌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정부 예산이 부족하다보니 부정수급을 더욱 엄격히 적발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최고 500만 원(부정수급액의 20%), 근로자와 사업주가 공모할 경우 5000만 원이라는 높은 포상금과 함께 신고자의 신원 비밀도 보장하는 등 부정수급 신고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 퇴사 사유 변경·늦장 채용 신고 많아
실제 부정수급 사례의 상당수는 다른 직원 등 제3자 신고로 적발된다.


특히 노무 전문가들은 권고사직으로 퇴사 사유를 변경해주거나 실업 급여를 받는 도중 입사 했는데 이를 알고서도 원장이 채용 신고를 늦게 하는 경우가 가장 빈번한 부정 사례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가짜 권고사직’이 적발될 경우 일자리 안정자금, 고용유지지원금, 출산·육아기 고용안정 장려금 등 기존 정부 지원금이 아예 단절될 뿐 아니라 이미 지급된 장려금까지 회수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더 크다는 지적이다.


이런 방식의 권고사직은 부당해고로 비춰질 가능성이 높다. 치과 사정에 밝은 C 노무사는 “권고사직 이후 직원을 추가로 채용할 경우 실업급여 부정수급에 걸릴 수 있다”며 “당장 내 돈이 나가지 않는다고 해서 무조건 응하면 이후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훨씬 더 크다”고 조언했다.


치과 노무 전문가인 권기탁 원장(푸른치과의원)은 “치과 구인난이 워낙 심할 뿐 아니라 직원과 그동안 쌓아온 정 때문에 부당한 요구를 선뜻 거절하기 망설여질 수도 있다”며 “특히 현실에 적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단호하게 원칙을 고수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