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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의출신 신형건 시인 “동시 통해 아이가 되는 경험 어때요”

‘거인들이 사는 나라’ 30주년 기념판- 신작 ‘엄지공주 대 검지대왕’ 동시 출판

하얀 페인트로 담벼락을 새로 칠했어./큼직하게 써 놓은 ‘석이는 바보’를 지우고/‘오줌싸개승호’위에도 쓱쓱 문지르고/지저분한 낙서들을 신나게, 신나게 지우다가/멈칫 멈추고 말았어./ 담벼락 한 귀퉁이, 그 많은 낙서들 틈에/이런 낙서가 끼여 있었거든./영이가 웃을 땐 아카시아 향내가 난다/난 영이가 참 좋다 하늘 만큼 땅 만큼<‘거인들이 사는 나라’ 중 「낙서」 전문>

치과의사 출신 신형건 시인(푸른책들 대표)이 시집 ‘거인들이 사는 나라’ 30주년 기념 특별판과 신작 시집 ‘엄지공주 대 검지대왕’을 동시에 출간했다.

신형건 시인은 1990년 경희치대 졸업과 동시에 첫 시집 ‘거인들이 사는 나라’를 펴냈으며, 이 작품집으로 대한민국문학상을 수상했다. 이후 9년 간 치과를 운영하며 시인과 치과의사를 겸업하다 지난 1998년부터 아동청소년문학출판사 ‘푸른책들’ 대표를 맡아 전업 작가이자 출판자로 활동하고 있다.  

‘거인들이 사는 나라’는 10만부 이상 판매된 스테디셀러로, 이 시집의 수록작 ‘그림자’, ‘벙어리장갑’ 등이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렸다.

30년 전 20대 치의학도가 첫 시집을 내며 내비쳤던 바람은 ‘얼른 어른이 되고 싶은 아이들과 다시 아이가 되고 싶은 어른들에게 주는 시’를 쓰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는 평생을 동시를 쓰며 9권의 시집, 1권의 비평집, 100여권의 아동도서를 번역했다.
 


‘엄지공주 대 검지대왕’은 최근 몇 년간 시작에 매진한 작품들을 모아 놓은 시집. 

‘사뿐사뿐 춤을 추듯 엄지 둘을 놀리는 엄지공주(딸)’와 ‘뚜벅뚜벅 독수리 타법으로 검지 하나만 부리는 검지대왕(아빠)’의 말다툼을 묘사하며 스마트폰 시대의 풍경을 기발히게 표현 한 표제 시 외에 스마트폰 시대에서 벗어나 온갖 생명이 숨 쉬는 아름다운 자연과 호흡하길 권하는 시 33편이 실렸다. 문학평론가들은 그의 시를 두고 간결하고 소박하며, 단순한 서정에 그치지 않고 어떤 이야기를 하나씩 담으며 명징한 사유의 세계로 이끈다고 평한다.
 

신형건 시인은 “세상의 모든 것들은 침식된다. 문학작품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30년 전 대학 졸업 후 처음 냈던 ‘거인들이 사는 나라’는 꾸준히 사랑받아 지금에 남았다. 내 20대 초중반의 감성이 담겨있는 작품들이다. 독자들에 감사한 마음을 담아 다시 내놨다. ‘엄지공주 대 검지대왕’도 심기일전해 최근 지은 작품들을 모은 책”이라며 “글쓰기는 삶의 기록이다. 좋은 글이 안 써져 고민될 때도 삶의 기록이라 생각하고 꾸준히 썼다. 그 과정에서 카타르시스, 스스로 위로를 얻었다. 동시는 아동만을 위한 글이 아니다. 다시 아이가 되고 싶은 어른들에게 권해 본다”고 말했다. 

그는 치과계 오피니언 리더들이 된 옛 친구들을 위한 응원 메시지도 덧붙였다. 이상훈 협회장과 이민정 대한여자치과의사회 회장이 그의 대학 동기다.

신형건 시인은 “세상을 살아보니 친구들이 각자의 영역을 구축하고 활약하는 모습이 재미있다. 나는 과감히 전업을 해 시인으로 살아가지만 동기들은 어느덧 치과계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됐다”며 “과거 이상훈 협회장이 평범한 개원의이던 시절 교과서에 실린 내 시를 보고 감동했다며 편지를 보내왔던 기억이 있다. 동료들도, 나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