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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요즘도 사랑니를 발치했던 환자가 약속시간에 안 오면 아파서 병원에 못 오나, 출혈이 심해져서 응급실에 간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많은 환자들이 아프면 병원에 와야 하는데 아파서 못 왔다고 한다. 오래 전 일이지만 필자의 아버지도 치과의사셨는데 발치 후 밤새도록 요강 한가득 피를 흘렸다고 치과에 요강을 들고 오셨던 환자도 있었고, 한 밤중에 왕진을 가셨던 일도 있었다고 하셨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쉽지 않았던 것 같다.

 

TV에서 사랑니 발치를 하루에 40개씩 하고, 설명이 어렵지 사랑니 발치는 쉽다고 말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사랑니 발치를 전문으로 개원한 후배에게 진짜 그렇게 많이 할 수 있느냐고 물어봤다.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하였다. 지난 10월 말 온라인 학술대회에서 한 연자가 사랑니 발치 등 소수술만 하는데 보험 청구만 7~8천만 원을 했다고 한다. 거짓말 일리도 없고 놀랐다. 필자도 “달인이 될 수 있는 발치기법”이란 책도 썼었고, 무엇보다 거의 50년 동안 잘한다고 생각해왔는데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았다. 1/5도 쉽지 않을 것 같다. 마취하고, 기다리고, 기다리는 동안 발치동의서 받고, 발치하고, 처방내고, 한 번 더 발치 후 주의사항을 간단히 설명하고, 마무리하면 30분 내외는 걸린다. 강의 중에 필자가 하는 말이 있었다. “마취하고 충분히 기다려라. 발치할 때 아프다가 집에 가서 안 아프다고 할 수 있다.”라고. 물론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이 모든 일들이 치과의사가 직접 해야 할 일들이다. 

 

필자도 내원 당일 즉시 발치는 물론, 환자들을 쭉 앉혀놓고, 한 번에 마취하고, 발치할 때도 있었지만, 환자의 요구 사항도 많아지고, 후유증 발생으로 인한 분쟁도 많이 듣다보니 더 신중하게 되었다. 우리가 보는 환자 중에는 환자 스스로도 모르는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나, 자신의 질환을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발치할 때 혈액검사 등을 포함한 이화학적 검사를 할 때도 있다. “치과에서 무슨 피검사를 하냐?”고 이야기할 때도 있지만, 사랑니 발치처럼 관혈적 치료를 할 때는 검사하는 것이 좋다. 환자의 요구사항이 많아질수록 술 전 준비로 검사도 많아진다. 치과대학병원에서는 중증 환자 진료하느라 바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1년 전만해도 사랑니 발치 약속을 하려면 2-3개월이 걸린다고 했는데, 요즘은 6개월 후에나 약속이 가능하다고 한다. 약속기간이 길어지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어쨌든 쉽지 않다는 것을 환자에게 설명해줘야 한다.

 

건강보험 요양급여를 산정하는데 상대가치점수(점수)가 이용된다. 점수는 요양급여(진료 등)에 소요되는 시간, 노력 등 업무량, 인력, 시설, 장비 등 자원의 량과 요양급여의 위험도를 고려하여 산정한 요양급여의 가치를 각 항목 간에 상대적 점수로 나타낸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진료의 난이도와 치료에 소요되는 시간, 여기에 위험도, 후유증의 발생 가능성 등이 고려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점수에 1점당 정해진 금액이 곱해져서 급여가 결정되는데, 1점당 비용에는 원가상승변동 등이 영향을 미친다.
http://www.hira.or.kr/dummy.do?pgmid=HIRAA030074010000


물론 보험수가를 산정 시 치과 재정 내에서 많은 치과의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항목을 중심으로 인상한다고 하지만 일부 치과의사들이 쉽다, 금방 할 수 있다 등의 말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랑니 발치는 모든 평가항목에서 상위에 있다고 본다. 사랑니 발치 시 창상의 크기, 소요되는 시간, 발치 후 나타날 수 있는 후유증의 중증도와 발생률 등 어느 것 하나 신경 쓰이지 않는 것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진료의 난이도를 스스로 낮추지는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쉬우니까 쉽다고 하겠지만 대부분의 치과의사들에게 그렇게 쉽지 않다. 일반외과를 전공한 의사라면 맹장염 수술을 다반사로 하겠지만 어디에서도 맹장수술이 쉽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일이 없는 것 같다. 사실 말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쉬우면 그냥 쉬운 대로 하면 되는 것이고, 그렇게 자랑할 만한 일도 아니었을 것이다. 

 

필자는 어떤 수술을 하더라도 “간단하다, 쉽다.”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대학에서 “치과의사가 쉽다고 했는데.....”라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었다. 언젠가 발치 상담을 하는데 환자가 “후유증 없게 해주세요.”라고 말해서 웃으면서 말했지만, 그렇게는 못한다고 하였다. 대신에 열 명 중에서 열 명이 다 괜찮았지만, 이번에도 괜찮을 것이라고 약속 못한다고 하였다. 필자는 주사를 맞자마자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면서 쇠로 된 물 잔을 내동이 쳐서 진료실에 굉음을 일으키는 것을 보았고, 마취 후 눈이 안 감긴다고 소리치며 뛰어 들어오는 전공의도 보았다. 환자가 간단한(?) 발치를 한 후 귀가하다가 복도에서 쓰러졌다고 개원의가 연락해온 경우도 있었다. 계단에서 쓰러졌으면 어쩔 뻔 했을지 아찔하였다. 얼마 전에는 이전에 임플란트 수술도 잘 받았던 60대 환자가 침윤마취 후 기절했다가 응급실에서 깨어나 아프다면서 있지도 않은 주사침이 꽂혀있다면서 빼달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


사랑니 발치 후 입술이나 혀에 감각이상이 나타나서 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힘들어 본 적은 없었나? 건치와가 발생되어 고생한 적은 없었나? 같은 환자를 필요 이상으로 여러 번 보는 것도 힘들다. 쉽지 않다. 코로나19로 환자가 줄면서 하지 않던 사랑니를 발치하는 치과의사도 늘어났다고 하는데 이들의 어려움을 무엇으로 보상해줄 수 있나? 이 어려움에 동참하는 맘이 필요하다. 건강보험에 관계하는 기관들은 아마도 말없이 어려움을 감내하고 있는 치과의사보다는 쉽다고 큰 목소리 내는 몇몇 치과의사의 이야기에 중점을 두고 평가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 요즘의 비급여 문제처럼 세상 일이 대개 그러니까.

 

대학에 있을 때도 어려운 일이 있었지만 개원의가 되니 치과의사처럼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도 없는 것 같다고 새삼 느꼈다. 어려움을 겪어보지 않았다면 행복한 치과의사라고 생각한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