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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급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 왜?

시론

새해 대한민국 의료계는 작년부터 시행되었던 보건복지부의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를 금년 1월부터 의원급까지 확대하기로 한다는 소식에 어수선하게 시작하고 있다.


당면한 더 중요한 의료계 현안들이 많은 듯 한데 갑자기 왜 이런 제도가 지금 시행되어야 하는지 궁금하여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들어가 본 법령의 제정취지를 살펴보았다.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현황조사·분석 및 그 결과를 공개하는 항목을 다빈도, 고비용 및 사회적 관심도가 높은 항목 등을 추가하여 국민들의 비급여 진료비용에 대한 알 권리 및 의료기관 선택권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나와있다. 결국 그동안 비급여 치료에 있어 국민들의 알권리가 부족하였고, 이로 인해 의료기관 선택을 잘 할 수가 없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이런 제도를 시행하려 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역시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그러면 그간 환자들은 비보험 진료 시 본인의 비급여 진료 비용을 잘 모르고 진료를 받았거나, 혹은 다른 병원과의 진료 비용 비교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었나? 또한 의사들도 진료 전 치료 비용에 대한 안내도 하지 않았고, 진료 후에 환자에게 과당 청구를 하는 경우가 있어서 환자들에게 많은 피해가 있었던가? 하는 점이다.

 

만일 이런 상황이 빈번히 발생하였다면 위 법령의 제정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필자가 아는 현실은 대학병원임에도 보험진료의 경우조차 진료 비용을 꼬치꼬치 따지고 물어보는 환자가 많고, 특히 비보험 진료의 경우 의사의 진료 상담을 마친 후 치과위생사 혹은 간호사에게 구체적인 비용들을 거듭 확인하고, 거기에 더하여 인터넷의 각종 진료 후기 등을 참조하며 주변 다른 병원의 비용 정보를 취합하고 나서야 최종적인 진료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현실이 이러한데 의료인의 감정적 반발을 불러 일으킬 현실감 떨어지는 이러한 법령을 굳이 만들어 시행하는 데에는 뭔가 다른 뜻이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이다. 혹시 최근의 의료계가 정부에 비협조적이었던 것에 대한 어느정도 징벌적 성격의 제도 시행은 아닐까?

 

어찌되었건 법이 시행되는 1월부터 좀 더 확실해 지는 것은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복잡하기 이를데 없는 “의술”을 진료 비용의 공개를 빌미로 고정화, 획일화 함으로써 일종의 “단일상품”화를 하고 “환자”는 보다 더 뚜렷이 “고객”화 하려 한다는 점이다. 아울러 기존의 “의료인”이라는 타이틀 하에 특별한 “자영업”의 위치에 있던 의사들에게는 “건방 떨지 말고 너희는 그저 식당에 메뉴판 붙이고 장사하는 일반 자영업자와 다를 것 없어”라는 메시지를 주어 자존감에 상처를 입힐 수 있을 것 같다.

 

감정적인 부분은 차치하고 행정가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개개 의료 기술의 가치를 획일화 하는 것에는 매우 신중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모든 의료인이라면 잘 알고 있겠지만 사람의 몸은 매우 복잡하다. 일견 비슷한 치료라도 환자의 환부 상황은 너무 다양하며 치료에 대한 반응도 일률적이지 않고 복잡하다. 진단 자체도 한 두 마디로 정의되기 힘들지만 치료 역시 한 두 마디 치료술식으로 정의되기 힘들다.

 

예를 들어 단순한 사랑니 발치라도 환자의 전신상태, 병력, 묻혀있는 깊이, 방향, 신경과의 거리, 뿌리의 방향, 각도, 모양, 환자의 정신적 상태, 사회생활 상황, 약물에 대한 알러지 반응 등 나열하자면 끝도 없을 만큼 고려하여야 할 사항이 많으며, 사용하는 기구 역시, 술자마다, 환자마다 다양하게 선택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매복지치”로 진단명이 붙고, “매복 사랑니 발치”로 치료술식이 정의되며 고작 2-3만원의 획일된 수가로 그 복잡한 “의료”의 값어치가 일률적으로 결정되어 진다. 최근 90대 고령환자에게 발치 후 불행한 사고도 있었지만 단순 발치라도 이렇게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 의료이다. 그럼 지금 정부가 시행하는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는 의료 현장에 어떠한 상황을 초래할까? 이 제도의 시행으로 과연 환자의 권익이 더 높아지고, 환자는 더 나은 치료를 받을 수 있을까?

 

전술하였듯이 환자의 상태는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띠므로 반드시 전문가의 진단이 최우선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 부득이 의학지식이 부족할 수 밖에 없는 환자가 가격이 적힌 메뉴판을 보고 본인 스스로 치료를 결정하고 병원을 골라 의사에게 해당 치료를 요구하는 것과 전문가인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며 적절한 치료를 제안하고 양심껏 합당한 비용을 제안하여 이를 나중에 환자가 결정하게 하는 것에는 그 환자의 안전과 권익에 큰 차이가 있다. 이것이 정부나 이 제도를 추진했던 사람들이 간과한 요지이다.

 

본 제도 시행의 위험성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는 세간에 문제가 되고 있는, 여기저기 치료비 도배를 하며, 가격 비교를 유도하고, 과잉진료, 불법진료 등을 자행하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서 결과적으로 많은 환자에게 위해를 끼쳤던 일부 몰지각한 마케팅 전문 의원, 치과의원의 예와 다름이 아니다. 이러한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정부는 오히려 이러한 잘못된 체계의 예를 아예 법제화 하고 고무하겠다는 것처럼 보인다. 의료 영리화에 반대한다는 그간 정부의 취지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심각한 악법이고, 반드시 폐기되어야 할 것이다.

 

환자가 의사에게 전적인 신뢰를 가지고 있을 경우와 그렇지 못할 경우 치료 결과에 큰 차이가 있음은 이미 많은 연구로 검증된 사실이다. 실효도 없이 의사의 자존감에 상처를 주고 환자가 의사를 존중하는 마음을 없애는 것이 보다 양질의 치료 결과를 얻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겠는가? 그간 우리나라 의료인들이 존중을 받았기에 세계 최저의 보험 수가에도 세계 최고의 진료를 해줄 수 있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국민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본 법령이 그저 “말썽쟁이 길들이기” 취지의 제도 일리도 없을 것이고, 식당에서 음식을 사먹는 것과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상황을 어떻게든 비슷하게 만드는 것이 “고객인 환자”의 권익을 좀 더 보호할 것이라는 “아주 쉬운” 발상에서 나온 것 또한 아니길 바란다. 당부 하건대 정부는 국민 건강의 권익 측면에서 본 제도의 유효성과 타당성, 미래의 잠재적 위험성에 대하여 한번 더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그리하여 하루속히 이 악법을 철회 혹은 보완하고 우선해야 할 당면한 국민 보건을 위한 행정이 무엇인지 현장의 의료진들과 머리를 맞대고 상의해 주길 바란다. 치과의사들도 더 강한 윤리의식과 늘 환자를 위하는 마음으로 진료에 임하여 향후 어떠한 종류의 다른 악법이 시행되는 빌미를 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