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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사는 처남으로부터 카톡 메시지를 받았다. 충치 치료에 대한 문의였다. 며칠 전부터 상악 제2대구치 부위에 찬 거에 시렸는데 핸드폰 불빛을 비춰보니, 꽤나 큰 충치가 발견됐단다. 아직 치과는 가보지 않았고, 알아보니 root canal treatment나 filling을 조금만 해도 200만원은 족히 나올 것 같단다. insurance가 있긴 한데, 절반 밖에 커버를 안 해준단다. 이런 경우에 한국 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치료를 받는게 나을지, 아니면 하루라도 빨리 가서 돈이 많이 들더라도 치료를 받아야 할지를 긴 장문의 카톡 문자로 물어왔다. 30대 초반의 나이에 먼 타지에서 학업과 일을 병행하며, 아내와 아이를 부양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치아 통증과 불편보다는 미국에서의 높은 치과진료비가 걱정되었는지, 치과의사인 매형에게 우선 상담을 해온 것이다.


나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우선 치과에 가서 구강카메라와 X-ray 사진을 찍어 치아 상태를 확인한 뒤, 신경치료를 할지 단순 수복치료를 할지 결정해야 한다. 당장 치료가 급한 건 아니니, 우선 첨단칫솔(uni-tuft brush)를 구입해 1450ppm 고농도 불소치약으로 충치가 생긴 치아의 cavity를 세심하게 칫솔질하면, 병소의 진행이 느려지거나 정지할 수 있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 자가 관리를 한 후에, 경과를 지켜본 뒤, 치과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라고 권했다. 이와 함께 교과서에 실린 진행 중인 충치 사진과 적극적인 플라그 관리를 통해 정지된 충치 병소의 사례를 전송해줬다. 바로 오늘 일이다. 일주일 뒤의 경과가 궁금해진다.


이렇게 문자 상담을 하며, 남은 한가지 아쉬움은 내가 그 치아의 상태를 직접 보지 못한 점이다. 무리한 상상이지만, 만약 치아 사진을 본인 스스로 직접 찍어 내게 전송해 줬다면, 더 적극적으로 상담해줄 수 있지 않았을까. 구강카메라가 있다면 가능한 이야기다. 최근에는 전문가용이 아닌 개인용 구강카메라도 인터넷쇼핑몰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이러한 상상은 필자 뿐만 아니라, 치과전문가,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은 해보지 않았을까. 이와 함께 우리 모두에게 연상된 단어는 ‘원격의료’, ‘비대면진료’이다.


스마트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우리 생활의 많은 것이 바뀌고 있다. 사람이 기술을 개발하지만, 기술은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제어하고, 제도 변화를 요구한다. 그로 인한 신구 간의 갈등도 존재한다. 필자는 스마트 기술이 지금처럼 대중화되기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원격의료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했다. 의사 단체의 주장대로 원격의료가 허용될 경우, 전통적으로 대면진료를 원칙으로 하는 의료의 본질이 왜곡돼 의료체계 전반에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의료 영리화 가능성, 의료비 상승, 의료기관 간 쏠림, 오진 위험, 환자-의료진 간 진료의 가치 하락, 우리 사회의 높은 의료접근성, 개인정보 유출, 약물 오남용 등 의료인의 입장에선 반길 이유가 전혀 없고, 원격의료를 통해 환자가 얻을 수 있는 이익과 편리도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현행 의료법 34조에서 원격의료를 컴퓨터, 화상통신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먼 곳에 있는 의료인에게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의료인 간 원격의료 행위만을 허용할 뿐, 의사와 환자 간의 원격의료행위는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된 바 있으며, 심각단계의 위기 경보 발령기간 동안에는 비대면 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마련했다는 최근 보도를 보면, 향후 원격의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멀리 미국에 있는 지인과의 원격의료 상담(?)을 계기로 원격의료에 대한 나의 입장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본다. (원격)의료 행위의 주체는 의사이며, 그 혜택을 환자가 보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겪는 사소한 건강문제들은 무지와 오해로부터 기인하는 경우가 많으며, 간단한 보건교육과 상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거나 불안감을 감소시킬 수 있다. 정보의 민주화, 온라인 컨택의 일상화, 개인화, 5G 기술, 스마트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은 사람 간의 또다른 의사소통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의료인들은 의료의 바람직한 방향과 국민의 건강 증진에 대해 매일 진지하게 고민한다. 의료인과 환자의 의사소통이 계속 강조되고 있는 이 시대에 의료인이 먼저 환자에게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새로운 혁신적인 수단과 의료의 민주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현재 의료법 34조는 의료인 간 원격의료만을 허용하고 있다. 이것을 고수할 것인가. 아니면 의료인이 먼저 나서서 의료인과 환자 간의 원격의료 환경을 구축할 것인가. 아니면 시대 흐름에 마지못해 따라갈 것인가.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그것이 환자와 나, 너, 그리고 우리 모두를 살리는 길이 아닐까.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