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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먹는 의료진, 매 맞는 의료진

Relay Essay 제2436번째

최근 치과의사를 폭행한 사건이 또 다시 발생하였습니다.


저도 같은 치과의사로서 매우 안타깝고 “혹시 내게도 저런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불안한 생각이 듭니다.


치과의사들은 항상 환자의 직접적인 폭행은 아닐지라도 간접적 폭행인 언어폭력, 협박 등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저는 우선 ‘왜 환자가 의사를 폭행하게 되었을까?’라는 문제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의 문제뿐만 아니라 과거의 문제들 대다수가 환자와 의료인간의 계속된 갈등 끝에 극단적인 상황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적절한 대처와 예방이 있었더라면, 극단적인 상황만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과거에 환자들은 의학적인 정보가 부족했고 상대적으로 의료진의 위상은 높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환자의 정보 접근이 쉬워지고 커뮤니티 등을 통한 정보의 공유가 자유로워졌습니다. 그만큼 환자의 덴탈아이큐도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대응은 아직 과거에 머물고 있으며, 다소 부족한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 시절만 생각해보아도 환자와의 갈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이야기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아직 경험해보지는 않았지만, 만약 환자가 제게 협박을 하거나 비상식적인 요구를 하는 경우, 그에 맞는 대응 매뉴얼도 모를뿐더러,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서 매우 난처할 것 같습니다.


저는 최근 환자가 힐링을 삼키는 사고를 경험했습니다. 환자가 조금 예민하다고 느껴져서 조심히 수술을 진행하였고 수술도 매우 잘 되었으나, 마지막에 환자가 임플란트 힐링 어버트먼트를 삼키게 되었습니다.


환자의 폐로 넘어간 증상을 보이지 않았지만 확실히 확인하기 위해 근처 내과에 의뢰를 했습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직원도 함께 보냈습니다. 그리고 내과 원장님께서 힐링 사진을 보고는 위와 장의 천공 가능성이 있다고 환자에게 설명을 하는 순간, 환자가 즉시 제거를 원했고 수술 당일 내시경을 통해 제거하였습니다. 그 이후 환자가 과도한 보상을 요구하였지만 어느 정도 원만하게 해결을 하였습니다.


이 일이 있고 나서 주변의 원장님들께 문의를 해보았지만, 사고나 환자와의 갈등이 생겼을 때 어떻게 대처를 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정확한 매뉴얼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우연히 얻은 ‘치과의료기관의료분쟁백서’에도 다양한 사례가 실려 있었지만 저와 같은 사례에 대한 대처는 없어, 아쉬웠습니다. 그 뒤 저는 항상 보철물이나 삼킬 수 있는 기구를 다룰 때는 항상 입 안에 거즈를 넣고 있습니다.


최고의 대처는 예방이라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예방에 대한 매뉴얼과 방지책은 많이 있지만, 사고가 났을 때 대처할 수 있는 프로토콜과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곳은 아직 부족한 듯 합니다. 그렇다보니 결국 사고가 나면 주변에 조언을 구하거나, 할 수 없이 배상책임보험에 의존하는 게 현실이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의료사고가 일어나더라고 환자와의 신뢰관계가 잘 형성 되었다면 좀 더 원만하게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신뢰관계가 무너지고 대응방법도 바람직하지 않다면 그 결과는 정말 참혹할 것 같습니다.


의료인의 폭행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아직도 의료현장에서 진행 중인 문제입니다. 또한 언제든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매번 이런 문제가 터질 때마다 처벌 수위를 높임으로써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하고 예방법과 더불어 대응법을 잘 준비한다면 환자와 발생할 수 있는 의료분쟁을 조금 더 원만하게 해결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