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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닭

Relay Essay 제2442번째

오래 전에 가족과 여행을 하던 중에 경주 시골 농가를 지나가다가 토종닭을 먹게 되었다.


집 근처의 식당에서 먹었던 것과는 확실하게 다른 그 매끈하고 쫄깃한 맛과 식감의 기억이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지독한 향수처럼 나의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고 있다.

 

세월이 꽤 흘렀음에도 그 맛이 잊히지 않은 이유는 지금까지 그때의 육질과 비슷한 느낌의 닭고기를 먹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요새 치킨집에서 조리하는 닭은 전부 냉동이라고 한다. 그래서 직접 잡아서 조리하는 육질과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걸까?

 

그때 경주 농가에는 늙은 부부가 사는 작은 기와집이 있었고 마당과 닭장에는 방목하여 풀어놓은 닭들이 있었다. 닭들은 넓은 마당을 쏘다니면서 운동도 될 뿐 아니라, 자연 속에서 지렁이 같은 먹이를 찾아먹고 있었다.

 

우리 가족의 주문을 받은 할아버지는 날렵한 닭을 힘들게 잡았고 이를 넘겨받은 할머니는 정성스러운 손맛으로 우리의 미각을 사로잡았다. 이렇게 해서 나의 입과 몸은 생전 처음 먹어보는 미끈하고 쫄깃한 육질을 지금까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시간이 날 때 종종 시골마을을 드라이브하다 보면 토종닭이라는 커다란 입간판을 세워놓고 영업하는 곳이 있다. 옛날의 그 농가가 생각이 나서 한번 먹어보기로 하고  핸들을 꺾어 마당에 주차를 하였다.

 

그런데 사방을 둘러봐도 마당에는 닭도 안 보이고 하다못해 닭장도 안 보인다. 그래서 주인에게 토종닭이 어디 있냐고 물으니 주문을 하면 다른 데서 가져온단다.


이왕이면 경주 농가처럼 닭들이 뛰어노는 모습이 보여야 토종닭이라는 실감이 날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호주에서 누렁소를 수입하여 우리나라에서 6개월 이상 양육을 하면 우리 국적을 취득하여 법적으로 ‘한우’가 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렇다면 양계닭을 받아와서 자기집 마당에서 일정기간 키우면 토종닭이 되는 걸까.


몇 개월 동안 마당에서 뛰어다니고 지렁이를 잡아먹으면 경주 농가의 닭과 같은 최고의 식감이 나올까.
궁금한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