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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치과의사협회 창립일 수정을 주장하며(1945년 광복 이후로)

특별기고

처음 내가 이 주제를 접한 것은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 31대 집행부’에서 ‘치협 창립 100주년 행사’를 하겠다고 언급한 다음부터이다. 창립 100주년이면 치협이 일제시대에 창립되었단 말인가? 그것이 가능한가? 그런데 지역 내에서 1925년 한성치과의사회를 창립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와 관련해서 제주특별자치도치과의사회 이사회에서 논의를 하고, 회원들에게 의견을 물은 다음, 그 결과를 바탕으로 치의신보에 기고1)를 했다. 그리고 대한치과의사협회 창립일에 관한 공청회에서 ‘1945년 창립일’ 주제로 발제를 하였다.2)

 

기존의 창립일은 1981년 경주 대의원총회에서 결정된 사항이다. 1921년 일본인들로 구성하고 일본인이 회장으로 선출된 ‘조선치과의사회 창립’을 ‘치협의 창립일’로 결정했다. 1981년 당시 대의원들의 나이가 50대나 60대라고 생각한다면, 일제시대에 태어나서 일본인 교사들로부터 교육을 받고, 일본인들에게 치과학문을 배웠을 것이다. 그래서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이 만든 조선치과의사회 창립’을 ‘치협 창립’으로 결정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역사가 긴 것이 좋다고 그렇게 결정했다고 하니, 당시의 분위기도 역사가 긴 것을 훌륭하게 생각했던 거 같다.

 

그러나 필자는 역사적 사실과 법적, 제도적 사안에 대한 혼동이 있다고 판단한다. 치협은 대한민국의 법률에 의하여 대한민국 치과의사들이 만든 법정 단체이다.3) 그러므로 대한민국의 건국 이후에만 의미를 갖는다. 최대한 확장한다면 그 준비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 1945년 광복 이후여야 한다. 일제시대에 대한치과의사협회가 창립되었다는 말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일제 강점기 식민지 조선은 대한민국과 같은 나라가 아니다. 치협이 존재하려면 회원들이 ‘대한민국 치과의사’라는 정체성을 가져야 하고, 대외적으로 대한민국 치과계를 대표한다는 대표성이 있어야 한다.

 

물론 일제 강점기 조선치과의사회는 명백한 역사적 사실이다. 일본인들로만 구성되었다고 하지만 ‘대한민국 영토안에 구성된 치과의사단체’임에는 틀림이 없다. ‘대한민국 치과계의 역사’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대한민국이라는 개념도 없을 당시에 치협이 만들어졌다고 주장하는 것은 심각한 비약이다. ‘대한민국 치과계의 역사’와 ‘대한치과의사협회 창립일’은 별개의 사안이다. 그래서 2021년 70차 정기대의원총회에서 ‘1921년 치협 창립일’은 폐지하고, 다음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새로운 창립일을 지정하기로 하였다.

 

1925년 조선인들로만 구성된 ‘한성치과의사회 창립’을 ‘치협 창립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조선인 최초 치과의사인 함석태 선생님이 회장이고 조선인들로 구성되었으니, 민족사적 의미도 크고 그에 대한 업적도 기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 말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위에서 주장한 바와 같은 이유로 치협이 1925년 일제 강점기에 창립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한성치과의사회의 정신을 계승한다’거나 ‘기원으로 삼는다’ 등 상징적이고 역사적인 문구는 가능할지 모르나, 창립일을 일제강점기로 하는 것은 곤란하다. 일제시대의 치과의사들을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원’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4) 함석태 선생을 ‘대한치과의사협회 초대회장’이라고 불러도 되는가? 세종대왕이 훌륭하니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을 세종대왕으로 하자는 주장과 비슷해 보인다.

 

해방이후인 1945년 12월 9일 ‘조선치과의사회 창립일’을 ‘대한치과의사협회 창립일’로 삼아야 한다. 치협의 정체성으로 보아 타당한 주장이다. 이 단체가 그대로

1) 1949년 5월 23일 ‘대한치과의사회’로 이름을 변경,

2) 1952년 3월 16일 국민의료법에 의거 법정단체가 되고,

3) 1959년 4월 28일 ‘대한치과의사협회’로 개칭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2010년에 발간된 ‘대한치과의사협회사 2010’에 ‘치협설립일 관련 의견합치사항’ 이라는 문건이 있다.5) 그 내용을 보면,

 

1. ‘대한치과의사협회의 전신인 조선치과의사회는 해방 후인 1945년 12월 9일 설립되었으며, 한인 치과의사들이 1925년 4월 15일 이후 설립한 한성치과의사회의 정신을 계승한다. 이 땅에 최초로 설립된 전국적인 치과의사단체는 1921년 10월 2일 일본인 치과의사들이 주축이 되어 창립한 조선치과의사회로 한인의 참여는 1930년 이후 이루어졌고, 1944년 10월 2일 광복이전에 소멸되었다.’ 라고 정리가 아주 잘 되어있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반만년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1948년 건국하여 2022년 현재 ‘건국 74주년’이다. 대한민국 근대치의학의 역사는 100년이다. 그러나 치협은 1945년 창립하여 2022년 현재 ‘창립 77주년’이다. 역사가 짧다고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히 길고, 치과의사들의 역량도 역사가 짧은 것을 걱정 안 해도 될 만큼 커졌다.

1921년 조선치과의사회나 1925년 한성치과의사회 모두 대한민국 치과계의 역사다. 그렇다고 대한치과의사협회 창립이 이 시기에 되었다고 주장하면 곤란하다. 40년만에 바로잡을 때가 왔다. 지금 이 시기를 놓치면 또 40년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결론을 말하겠다.

첫째, 대한치과의사협회가 일제시대인 1921년 창립되었다는 것은 수정되었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인 것은 분명하므로 1921년 한반도에 ‘최초의 치과의사회’가 창립되었다는 것은 기억하자. 그래서 2021년은 ‘근대치의학 100주년’이 되는 해다.

둘째, 1925년 한성치과의사회는 ‘최초의 민족치과의사회’라고 명명하자. 일제강점기에 훌륭한 선배 치과의사가 있었다는 것을 알고 업적을 기리고, 기념행사도 하자. 그래서 2025년은 ‘민족치의학 100주년’ 기념행사를 성대하게 했으면 한다.

셋째, ‘대한치과의사협회 창립일’은 대한민국 건국이나 그 준비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 광복 이후로 결정되어야 한다. 법정단체 여부를 따져서 1952년 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1945년 12월 9일 해방된 조국에서 조선인들로만 설립된 ‘조선치과의사회’가 대한치과의사협회의 전신이 되고 ‘대한치과의사협회 창립일’이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어떤 역사학자가 이런 말을 했다.

역사논쟁은 끝이 나지 않는다. 각자 자신의 입장을 대변할만한 사료가 나오면 아전인수격 해석을 하고 상대편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것은 과거의 일이라 정확한 진실을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니 역사논쟁은 우리같은 역사학자에게 맡기고 당신들은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해 밤을 세워 토론했으면 좋겠다.’

 

비슷한 말을 치과계에 하고 싶다. 일제 강점기의 치과역사에 대한 논쟁은 뜻있는 분들끼리 지속하면 좋겠다. 그만큼 역사가 풍성해질 것이다. 그러나 대한치과의사협회 창립일은 대한민국 건국과 관련된 ‘1945년 12월 9일’이다. 치협창립일은 ‘2022년 4월 23일 제주대의원총회’에서 결정을 하고 더 이상의 논쟁은 하지 말도록 하자. 그 대신, 대한민국 치과계가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인류에 기여할 것인지를 밤을 세워 토론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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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20.11.30. 칼럼, 대한치과의사협회 창립일에 대하여.

2) 2021.03.04. 2차 공청회, 대한치과의사협회 강당.

3) 대한치과의사협회 정관 1조 ‘본 협회는 의료법 제28조(중앙회와 지부)에 의하여 설립한다.’

4) 대한치과의사협회 정관 7조 ‘본 협회의 회원은 대한민국치과의사 면허증을 취득한 자로 한다.’

5) 12월 9일 합동회의(대한치과의사협회사 2010 p777).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