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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그대를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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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이 언제 나갈지 모르겠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연말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추위가 시작되었고 주에 1회 이상은 눈이 오고 있습니다. 집안으로 들어오는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눈내린 풍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아름다운 겨울이 온 것이 실감이 납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연말이 다가오는 것도 느껴지네요. 여기저기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장식과 즐거운 크리스마스 음악이 들릴때 싱숭생숭한 마음을 느끼게 됩니다.

 

이렇게 연말이 지나고 나면 새로운 한해가 다시 시작될 것입니다.

또 다시 따뜻한 봄이오고 푸르른 여름을 지나 아름다운 가을을 지나 지금과 같이 새하얀 한해를 마무리하는 겨울이 올 것입니다. 인생은 반복되는 면이 있습니다. 계절이 반복되고, 역사도 반복되고, 일상도 반복됩니다.

 

특히 우리와 같이 진료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하루하루 진료실에서 반복되는 일상 속에 있게 됩니다. 이런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지치는 일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매일 아침 피곤한 몸을 이끌고 답답한 진료실에 앉아 어두운 환자들의 입속을 보며 진료를 하면 지칠수 밖에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요즘 치과계 현실이 더 저희를 몰아붙이는 면도 있습니다. 수가가 내려가고 경쟁이 심해지며 어떤 이는 돌아가지 않는 챗바퀴를 보며 자책하며 지치고, 또 어떤 이는 달리는 챗바퀴를 멈출수 없어 분주한 마음으로 계속해서 자신을 채찍질하며 챗바퀴를 돌리는 것 같습니다. 점점 사회 시스템이 저희를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치과계만의 문제는 아니지요. 점점 각박해지는 사회에서 모든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점점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는 이유일 수 있겠지요.

 

이렇다 보니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내 마음을 위해 무언가를 찾는 일이 많아집니다. 누군가는 골프를 치기도 하고, 여행을 떠나기도 합니다. 무언가 내가 이만큼 고생했으니 크나큰 것을 누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일상을 벗어나는 일탈을 찾아 나섭니다. 시간을 많이 내야 하고 비교적 큰 비용을 치루어야 하는 일탈을 찾아 나서는 것 같습니다. 인스타그램이나 여러 SNS를 보면 더 그런 것 같습니다.

그리고 누군가 이런걸 누리고 있는 것을 보면 내가 좀 초라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잠시 멈춰서 나를 바라보고 주변을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나를 생각해주세요.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 따뜻한 오전 햇살을 받으며, 오래전 마음이 따뜻해지는 올드팝을 들으며, 향그러운 커피향기와 함께 여유로운 오프날 오전에 오는 이 마음의 안정감과 여유가 지금의 저를 행복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그저 무언가 특별한 것이 아닌데 말이죠.

잠시 하루에 몇 분이라도, 일주일에 몇 시간이라도 그저 내려놓고 나를 바라보고 나를 생각해주는 생각만으로도 다시 열심히 하루를 살아갈 힘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꽤 오래전 베스트셀러였던 혜민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의 제목처럼 잠시 멈추면 많은 것을 다시 볼 수 있고 챗바퀴같은 일상 속에서 삶의 의미와 행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이 책에 나와 있던 구절처럼 나를 위해 기도해주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 안에 행복이 차면 남을 위해서도 기도해 주었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기도해요. 종교가 있든 없든 상관없이 이렇게 힘들어하는 나를 위해 나를 좀 더 사랑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를 해요. 그리고 용서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를 해요. 그래야 내가 사니까, 그래야 또 내가 살아갈 수 있으니까… 힘들어하는 당신이 곧 나이기에 오늘도 그대를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