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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소(音素)문자 훈민정음(訓民正音)

배광식 칼럼

 

세계에는 현재 7,164개의 언어가 존재하며, 이중 문자가 존재하는 언어는 250여개였으나, 현재 사용문자는 40여개에 불과하다고 한다. 인간의 언어를 기록하기 위한 시각적인 기호체계인 문자는 말이 갖는 시공상(時空上)의 제약을 극복한다는 특징을 지니며, 단순한 기록 수단을 넘어, 인간의 사고와 문화를 전달하고 보존하는 중요한 도구로, 문자의 발명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혁신 중 하나이다.

 

 

문자는 글자 하나하나가 말의 어떤 단위를 대표하느냐에 따라 흔히 단어문자(單語文字, word writing), 음절문자(音節文字, syllabic writing), 음소문자[音素文字, phonemic writing, 또는 자모문자(字母文字, alphabetic writing)] 등으로 분류된다. 단어문자는 각 글자가 대표하는 단어가 의미를 가지고 있으므로, 표의문자(表意文字, logographic writing, 뜻글자)이고, 이에 반해 음절문자나 음소문자는 각 글자가 대표하는 단위가 의미 단위가 아니고 소리 단위인 음절이나 음소이기 때문에 표음문자(表音文字, phonographic writing, 소리글자)이다. 

 

단어문자의 최초 모습은 상형문자(象形文字, pictograph)로, 기원전 3100년경에 만들어진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문자(Sumerian writing), 기원전 3000년경에 만들어진 이집트의 신성문자(神聖文字, hieroglyphic writing), 기원전 1500년경에 만들어진 시리아지방의 히타이트문자(Hittite文字), 기원전 1300년경에 만들어진 중국의 한자(漢字)는 모두 상형문자이다. 이들은 점차 획의 모양으로 간략화 되어 글자 본연의 모습을 띠게 된다.

 

표음문자는 문자가 말의 뜻을 포함하지 않고 단순히 말의 소리를 나타내는 문자로, 한 글자가 한 음절을 나타내는 음절문자로는 일본의 가나 등이 있다. 더 이상 작게 나눌 수 없는 음운론상의 최소단위인 음소(音素, phoneme) 단위의 음을 표기하는 문자인 음소문자는 예로 한글, 로마자 등이 있으며, 한글은 초성, 중성, 종성의 음소를 합자(合字, 초성+중성, 또는 초성+중성+종성)해 음절을 만든다. (예; ‘받침’의 ‘받’과 ‘침’은 음절이고, ‘받’의 ‘ㅂ’, ‘ㅏ’, ‘ㄷ’은 음소이다.) 

 

말을 문자로 표현하기 위해 필요한 글자 수는 표의문자가 표음문자보다 훨씬 많아질 수밖에 없고, 표음문자에서는 음절문자가 음소문자보다 필요한 글자 수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예; 표의문자인 한자는 약 5만자, 음절문자인 가나는 50자, 음소문자인 훈민정음은 28자)

 

한자는 개개의 한자 즉 음절을 발음 분석할 때 음모[音母, 또는 성모(聲母)]와 운모(韻母)로 이분(二分)한다. 이의 발음을 표시하기 위해 반절(半切)을 사용한다. [예; ‘東 德紅切’에서 표제자 ‘東’의 발음은 반절자 ‘德(덕)’과 ‘紅(홍)’으로 제시, 따라서 ‘東’의 발음은 반절 상자(上字) ‘德(덕)’의 자음인 ‘[ㄷ]’와 반절 하자(下字) ‘紅(홍)’의 모음‘[옹]’을 합친 ‘[동]’이다.]


한글은 음운의 이분법이 아니고, 초·중·종성의 삼분법(三分法)을 사용한다. [예; ‘동’의 경우, 초성(初聲)인 ‘ㄷ’, 중성(中聲)인 ‘ㅗ’, 종성(終聲)인 ‘ㅇ’으로 삼분한다]

 

세계의 문자체계는 크게 페니키아문자계열[Phoenician alphabet, 아람문자·헤브라이문자와 함께 북(北)셈문자에 속하는 고대문자, 그리스 로마자 등]와 갑골문자계열(甲骨文字, 한자, 가나 등)로 분류할 수 있으며, 훈민정음은 양쪽 모두에 속하지 않는 독특한 문자이다.

 

세종실록 1443년 12월 30일자에는 다음과 같은 언급이 있다. “이달에 임금이 친히 언문(諺文) 28자(字)를 지었는데, 그 글자가 옛 전자(篆字)를 모방하고, 초성(初聲)·중성(中聲)·종성(終聲)으로 나누어 합한 연후에야 글자를 이루었다. 무릇 문자(文字)에 관한 것과 이어(俚語)에 관한 것을 모두 쓸 수 있고, 글자는 비록 간단하고 요약하지마는 전환(轉換)하는 것이 무궁하니, 이것을 훈민정음(訓民正音)이라고 일렀다. [是月, 上親制諺文二十八字, 其字倣古篆, 分爲初中終聲, 合之然後乃成字, 凡于文字及本國俚語, 皆可得而書, 字雖簡要, 轉換無窮, 是謂訓民正音.]” <세종실록 102권, 세종 25년 12월 30일 경술 2번째 기사 1443년 명 정통(正統) 8년>

 

여기에서 1443년 12월에 세종대왕이 훈민정음 28자를 창제했다는 것, 음소(초성, 중성, 종성)를 합자(合字)해 음절단위의 글자가 완성된다는 것, 이어[俚語, 항간(巷間)에 떠돌며 쓰이는 속된 말]도 훈민정음으로 표기할 수 있다는 것, 28자의 간요(簡要, 간단하고 긴요함)한 요소를 전환(轉換, 다른 방향이나 상태로 바뀌거나 바꿈)하여 무궁한 응용이 가능한 것, 새로 창제된 문자를 언문(諺文) 또는 훈민정음(訓民正音)이라 부른다는 것 등을 알 수 있다. 

 

훈민정음의 문자 체계를 해설한 한문본 책인 『훈민정음(해례본)』은 1446년(세종 28년) 음력 9월 상한[上澣, 상순(上旬)]에 목판본 1책으로 간행되었다. 이 책의 정인지 서문 중에 “지혜로운 사람은 아침나절이 되기 전에 (이 글자를) 이해하고, 어리석은 사람도 열흘 만에 배울 수 있게 된다. [智者不終朝而會 愚者可浹旬而學]” 또 “비록 바람소리와 학의 울음이든지, 닭울음소리나 개 짖는 소리까지도 모두 표현해 쓸 수가 있게 되었다. [雖風聲鶴唳 鷄鳴狗吠 皆可得而書矣]”라고 쓰여 있다. 

 

훈민정음이 누구나 배우기 쉽고, 사람의 말뿐 아니라, 자연의 소리까지도 잘 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훈민정음(해례본)』 제자해(制字解)에는 “정음 스물여덟 자는 각각 그 모양을 본떠서 만들었다....어금닛소리 ㄱ은 혀뿌리가 목구멍을 닫는 모양을 본뜨고, 혓소리 ㄴ은 혀가 윗잇몸에 붙는 모양을 본뜨고, 입술소리 ㅁ은 입 모양을 본뜨고, 잇소리 ㅅ은 이의 모양을 본뜨고, 목구멍소리 ㅇ은 목구멍의 모양을 본뜬 것이다. [正音二十八字, 各象其形而制之....牙音ㄱ 象舌根閉喉之形. 舌音ㄴ 象舌附上腭之形. 脣音ㅁ 象口形. 齒音ㅅ 象齒形. 喉音o 象喉形.]” 등으로 자음의 글자형태가 발음기관의 모양을 본뜬 것이라고 한다. 또 그 세기가 증가함에 따라 기본음에 가획(加劃)을 하였다. 또 이를 5행(五行)에 배대하였다. 모음(중성) 11자는 천지인 (天地人)의 형상(· ㅡ l) 세가지를 기본으로 역시 지인의 형상(ㅡ l) 상하 또는 좌우에 천의 형상(·) 한 개 또는 두 개를 가획한 8자(ㅗㅛㅜㅠㅏㅑㅓㅕ)를 더해 11자를 만들었다. 

 

한글이 세계 모든 말의 공용문자로 사용되도록 ‘한글 세계공용문자 추진화운동’을 시작하면 좋을 것이고, 그를 뒷받침하기 위해 우선 현재 자모 24자를 훈민정음 본래의 28자로 돌릴 뿐만 아니라, 각국 언어의 음가를 분석해 필요한 자모를 추가한 증보정음(增補正音) 제정을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