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생주의 적용하면 자산·부채관리 가능
병원 사고 팔거나 정리시 정보역할 한 몫

가슴 벅찬 뜻을 안고 공동개원을 한 지 3년, A원장과 P원장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각자의 길을 가기로 맘을 먹었다. 그동안 키워 온 병원 자산을 평가하고 지분을 정산하는 일이 남았는데 두 사람의 의견은 좀처럼 결론을 내지는 못하고 수개월을 끌게 됐다. 병원 자산이 정확하게 얼마인지 어느 누구도 몰랐기 때문이다. 현금, 예금, 주요 재료, 의료장비, 인테리어, 보증금 등이 5억원 정도이고 은행차입금이 2억원. 차액 3억원의 절반을 뚝 잘라 1억5000만원을 받고 떠나자니 P원장은 아무래도 뭔가 잃는 느낌이다. “같은 대가를 받고 당신이 떠날 수 있겠냐”는 되물음에 A원장도 찝찝한 것은 매 한가지였다. 자산과 부채, 수익과 비용을 평가하는 일은 이처럼 쉽지 않은 작업이다. 타당한 평가를 위해서는 기준이 일정하고 그 기준을 일관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러한 기준에는 현금주의와 발생주의가 있다.

# 현금주의와 발생주의

현금주의란 말 그대로 현금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기준으로 수입·지출을 인식하는 것이다. 거창한 느낌에 어렵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가계부를 생각해 보자. 가계부는 현금주의의 전형적인 산물이다. 그리고 병원에서 활용되는 자금일계표 등도 가계부의 일종이다.
발생주의는 현금주의보다 다소 복잡하다. 발생주의는 현금주의와 비교 시 다음의 4가지가 추가되기 때문이다.
▶돈이 들어왔지만 수입이 아닌 경우 : 환자가 4차에 걸친 진료비를 최초 진료시에 완납한 경우
▶돈이 안 들어왔지만 수입인 경우 : 공단미수금, 카드 미수금 등
▶돈이 나갔지만 비용이 아닌 경우 : 대량구매를 위해 납품업체에 대금의 일부를 미리 지급
▶돈이 안 나갔지만 비용인 경우 : 의약품대금을 월 말에 결제하기로 함
기업 부문의 회계는 이미 오래전부터 발생주의에 의하여 처리돼 왔고 최근에는 정부부문이나 비영리단체들도 발생주의로 전환하고 있는 추세다. 그렇다면 왜 어려운 발생주의 회계를 적용하려고 하는 것일까?

# 발생주의 적용이 유익한 3가지 이유

발생주의를 적용하면 병원의 올바른 가치를 알 수 있고, 자산과 부채의 적정관리가 가능해지며, 투자가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유Ⅰ. 병원의 올바른 가치 평가

수 년 전에 구입한 의료장비의 구입가격이 현재에도 그대로는 아닐 것이다. 공단에 청구한 미수금, 카드회사로부터 받아야 할 미수금, 환자들로부터 받아야 할 미수금도 있을 것이며, 이들 채권 중 일부 금액은 회수하지 못하고 결국 떼이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병원이 지금까지 쌓아온 단골들에 대한 좋은 이미지, 지리적인 여건, 연구 결과 등은 병원의 중요한 무형자산이다.
이러한 정보는 발생주의에 의해서 지속적으로 장부를 관리한 경우에만 제대로 파악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병원의 가치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발생주의 회계가 필요하다.

이유Ⅱ. 자산과 부채의 효율적 관리

고가의 시술은 장기간에 걸쳐 제공되며 진료비의 수납도 여러 차례로 나눠 받는 경우가 있다.
현금주의는 사전 약속대로 제 때에 돈을 받지 못한 경우, 별도의 메모나 비망기록을 하지 않는 한 진료수입과 채권으로 기록할 수 없다.
궁여지책으로 환자들로부터 받아야 할 미수금을 엑셀에 별도로 기록해 두기도 하지만 미수금관리가 제대로 될 수 없다.
발생주의에 의해 회계처리를 한다면 병원이 받고 주어야 할 돈이 모두 자산·부채로 기록된다. 이 경우 병원의 자산으로 기록된 미수금 잔액을 환자별로 관리하고, 매월 말 회수현황을 점검하며, 회수 실적을 성과평가에 반영할 수도 있다. 발생주의에 의해서 모든 자산·부채를 관리하면 현금주의보다 관리수준이 한결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이유Ⅲ. 효과적인 투자

시설 투자를 위해서 몇 년 전부터 체계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