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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Clinic>
치과는 무엇을 하는 곳인가?
권영대(경희대학교 의료경영학과 교수)

아름다운 치아를 위해 필요한 지식을 창출하고, 이를 고객에게 전달함으로써 고객의 행복과 삶의 질 향상을 추구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을 대상으로 자신이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면 어느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되고 싶은지를 물어보았을 때 가장 많이 선택한 기업은 어디일까? 미국에서 이런 질문을 던졌을 때 과거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꼽은 기업은 GM(General Motors)이었다고 한다. GM은 지금도 매출액 규모(2000년도 매출액 1850억 달러)에서 세계 3번째일 만큼 덩치가 큰 기업이다. 보유하고 있는 토지, 시설, 인력(2000년도 기준 38만6000명)과 장비는 우리가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규모가 크다. 과거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이었기 때문에 상당수의 응답자가 GM의 최고경영자가 되고 싶다고 대답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질문에 대해서 전혀 다른 답이 나왔다고 한다. 이제는 Nike사를 가장 많이 꼽는다고 한다. Nike사도 세계적으로 규모가 큰 기업이지만 매출액(2000년도 기준으로 GM의 1/20 수준)이나 자산 규모는 GM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작다. 그렇다면 Nike사를 가장 부러운 기업으로 꼽도록 만든 요인은 무엇일까? Nike사라고 하면 우리 독자들의 대부분은 고급 운동화를 만드는 기업이라고 연상할 것이다. 이 대답은 맞기도 하고 틀린 답이기도 하다. Nike사는 각종 스포츠 신발, 의류와 운동 용구를 판매하는 기업이다. 그러나 신발을 직접 제조하지는 않는다. Nike사가 판매하는 상품은 대부분 개도국의 생산업체가 Nike사로부터 제작을 의뢰받아 만들고, Nike 상표를 부착해서 납품한 것들이다. 과거에는 자체 소유 공장에서 직접 상품을 만들었지만 이제는 외부의 기업에 주문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Nike사는 새로운 상품의 개발, 기술 연구, 마케팅과 같은 기능만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고정 자산이 줄어들고 과거에 비해 몸집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몸놀림은 훨씬 빠르고 정확해졌다. 이제 Nike사는 자신을 운동화를 만드는 기업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또 그렇게 소비자에게 인식되지 않기를 바란다. 대신 신발과 관련된 지식을 창출하고 이를 관리, 판매하는 기업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변화는 많은 것을 의미한다. 이는 유형의 제품과 이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 인력, 자본과 같은 자원 대신에 지식이 기업의 가장 중요한 상품이자 자산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일종의 패러다임(paradigm) 변혁 또는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패러다임이란 특정한 시대를 지배하는 이념, 이론, 가치, 규범 등의 총체를 말한다. 이 말을 처음 사용한 미국의 저명한 과학철학자 토머스 쿤은 자연과학의 발전이 점진적인 진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전통적 이론과 단절되어 혁명적으로 일어난다고 보았다. 이후 패러다임은 과학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문화 등 우리 사회 전반에서 혁명적이고 급격한 변화를 설명하는데 자주 인용되고 있다. 과거에 기업을 경영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가 규모라고 생각하던 경영자들이 이제는 속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그리고 유형의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던 기업이 이제는 지식을 가장 중요한 상품이자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과거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패러다임의 변화가 급작스럽게 우리 주변에 일어난 것이다. 이러한 패러다임 변혁의 바탕에는 정보통신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확산이 자리 잡고 있다. 아무튼 Nike사는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혁에 가장 빠르게 성공적으로 적응한 기업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경영자들이 Nike사를 부러워한 것이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혁은 기업에만 적용되는 것인가? 치과 의료계는 이러한 변혁과 무관한 곳인가?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사실 일부 치과 의료기관과 치과의사들은 이러한 변혁을 감지하고 그 대열에 남보다 앞서 참여하고 있다. 과거의 치과 경영 패턴을 답습하지 않고 혁신적인 사고와 개념을 도입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치과 의료기관의 조직과 기능 자체에도 여러 가지 변화가 생기고 있다. 결국 개인과 조직의 성공은 얼마만큼 빨리 변화하는 패러다임에 적응할 수 있는가에 좌우될 것이다. 치과 의료기관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 치과의사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과거에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는 자체가 우스꽝스럽고 부질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진지하게 스스로에게 이를 묻고, 적절한 대답을 찾아보아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과 치과 의료기관의 변화를 시작하고, 또 지속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치과는 치아에 문제가 있어 찾아오는 환자를 진료해 주는 곳이 아니라 건강한 치아, 아름다운 치아를 위해 필요한 지식을 창출하고, 이를 고객에게 전달함으로써 고객의 행복과 삶의 질 향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