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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할 수 있는 참선

종|교|칼|럼|


혜원 스님
<조계종 한마음선원 주지>

 

항상 할 수 있는 참선


항상 할 수 있는 참선지금 전국의 선원과 선방이 있는 각 사찰은 안거철을 보내고 있습니다. 안거란 원래, 옛 인도에서 우기인 여름철에 수행자들이 외출을 삼가하고 수행에만 몰두하던 데서 유래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4월 보름부터 7월 보름까지의 여름 안거 외에도 음력 10월 보름 다음 날부터 다음 해 정월 보름날까지를 겨울 안거라고 하여 시행하고 있습니다.


하루에 15시간 이상씩 앉아서 좌선한다는 것 자체가 육체적으로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오직 일대사를 해결하기 위한 염원으로만 모든 것을 극복해 나갑니다.  자기 마음 근본에 대해 깨치게 된다는 것은 오직 자기 자신만의 성불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밝아짐으로써 모두를 더불어 밝힐 수 있는 공덕을 지니고 지혜를 깨닫게 되는 일이므로 이같은 노력은 결국 모두를 위한 것입니다. 스님들은 가행정진을 통해 경우에 따라 일주일 이상을 잠을 자지 않는 정진을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신도님들은 스님들의 공부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안거철에 더욱 정성스런 공양을 올리기도 합니다. 이렇게 소중한 시주물을 받아서 살면서 잠시라도 공부에 게으름이 있다든가 해서는 안되겠지요. 그래서 스님들은 더 열심히 공부에 매달리게 됩니다.


안거에 대해 한마음선원의 대행큰스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마음공부 하는 데는, 선(禪)에는 안거라는 것이 특별히 없습니다. 왜냐하면 해제를 했다 하더라도 선이고 안거를 했다 하더라도 선이기 때문입니다. 해제했을 때는 지구가 안 돌아가고, 또 안거했을 때는 지구가 돌아가는 게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우리 사는 것도 그렇습니다. 안거했을 때는 우리가 살고 있고 해제했을 때는 우리가 죽는 게 아니잖습니까. 그러니까 이 마음공부 하는 데는 누워서 잘 때 와선, 서서 다닐 때 입선, 또 일을 할 때 행선, 앉아 있을 때 좌선, 이것이 전부 네 가지가 송두리째 그냥 요만큼도 끊어지지 않고 참선이 되는 것입니다.”


따로 공부라고 찾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자체가 자기를 성장시키는 공부인 줄 알면 먹는 일에서, 자는 일에서, 사람을 만나는 일에서 일체의 가르침을 받게 되고 알게 됨을 일러주신 것입니다. 내가 전념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인생의 목표조차도 집착이 되지 않도록 항상 모든 걸 내려놓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일상이 그대로 참선이 된다는 말이지요. 요즘은 큰 사찰에서 템플스테이를 많이 시행을 하고 있어 출가의 느낌을 알 수 있는 생활을 잠시나마 할 수 있습니다. 복잡하게 돌아가는 머리를 쉬고 자신이 걸어온 발걸음들을 가만히 한번 봐줄 수 있는 시간은 바쁜 현대생활에서 자주 가질 수 있는 시간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정신없이 돌아가는 우리의 일상이 우리에게는 안거의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벗어나고 싶고 탈출하고 싶은 그 시간들을 한 걸음 떨어져서 좀 담담하게 바라봐주면서, 지금 힘들게 다가와 있는 이것들을 통해 나는 진정코 성숙한 사람이 되어갈 거라고 믿고 그 마음들을 내려놓는다면 그 힘든 일상이 그대로 참선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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