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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혜원 스님
<조계종 한마음선원 주지>

돌아가게 하려면 놓아라

남이 사는 거 보면 다 수월하게 사는 것 같은데 내가 사는 일은 잘 풀리지를 않는다고 힘이 빠져 있는 분들이 있다면 이것은 전부 마음의 조작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잘못되는 것도 마음이요, 잘되게 하는 것도 마음입니다. 빛은 가다가 어떤 물질에 가로 막히면 통과를 못하기도 하지만 마음은 은산철벽도 뚫을 수 있고 남의 마음과 한마음이 되어 같이 할 수도 있는 신묘한 것입니다. 그래서 자식이나 집식구 중의 누가 잘 안됐을 때 ‘우리의 근본은 본래 한마음이니까 그 한마음 근본에서만이 저 사람과 한마음이 되게 할 수 있다.’ 하고 내 마음이 그쪽으로 투입이 될 수도 있는 겁니다. 내가 남편한테로 들어갈 수도 있고 남편이 아내한테로 들어올 수도 있고, 마음은 체가 없으니 만큼 마음으로 서로서로가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빛보다도 더 빨리 연결이 됩니다.

나쁜 사람이 생기는 것도 모두가 이 마음의 조작입니다. 돈이 있어도 도둑질이 하고 싶어서 도둑질하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별 것도 아닌 일에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러는 것도 그 사람 자체가 악하게 태어나서 그런 것이 아니라 마음의 조작인 줄을 모르고 계속 그 바퀴를 돌다보니 그렇게 벌어지는 일이란 말입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 우리가 만들어서 고통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강물 흐르듯이 흘러갈 것을, 그걸 붙잡는단 말입니다. ‘아이고, 우리 남편은 이렇게 되어야 하고 우리 자식은 이렇게 됐으면 좋겠는데…." 이러고 집착하니까 강물이 흘러가다가도 그냥 걸려 버리는 거죠. 그러니깐 안될 수밖에요.

마음은 체가 없어서 강물 흘러가듯 하는 건데 여러분이 살면서 붙잡는 게 고(苦)이고 그게 인(因)이 되는 것입니다.  잘되는 건 붙잡지 않는데 잘못되면 더더욱 붙잡고 늘어져요. 회사가 망한다 하더라도 좀 느긋하게 진짜로 자기 뿌리를 믿고, 자기 불성이 자기 뿌리거든요. 나무가 자기 뿌리 없이 사는 거 보셨습니까? 뿌리가 있기 때문에 싹이 사는 거잖아요. 그렇듯이 뿌리에서 모든 에너지를 흡수해서 싹으로 올려보내야 싹이 푸르게 살 수 있는 거죠. 

그런데도 불구하고 자기 뿌리는 어디다가 팽개치고 항상 이름이나 형상을 보고 기도를 하고 찾아다니려고 하니 그게 통신이 되겠습니까? 이 나무가 저 나무한테 에너지를 달라고 그러면 주게 될까요?  자기 뿌리만이 자기 나무를 이끌고 있는 거죠. 그런데도 불구하고 행복하게 살려 해도 살지 못하게 우리들이 스스로 그렇게 붙들고 늘어지니 잘 되질 않는 거죠.  어떠한 문제가 생겼어도 그걸 놓게 되면 그냥 저절로 풀려서 돌아갈 걸 외려 붙들어서 돌아가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놓는다는 것은 믿지를 못하면 놓지를 못합니다. 자기 근본이 있어 자기를 이끌고 있음을 믿고 그 근본에다 닥쳐온 모든 것을,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놓아가는 연습을 평소에 해나가는 것이 마음 공부입니다. 모든 것은 내 근본에서 나를 가르쳐주기 위해서 일어난 일이니 내 근본에서 이끌어줄 것이라고 믿는 믿음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