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4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혜원스님] 스스로의 삶을 향상시키며

종|교|칼|럼| 삶


혜원 스님
<조계종 한마음선원 주지>

 

스스로의 삶을 향상시키며


요즘 사람들은 제대로 느긋하게 휴식을 위한 자기 시간을 가지지도 못한 채 바쁘게 살아가고 있지요. 우리가 지금 이렇게 부지런히 살아가고 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표면적으로는 먹고 살기 위하여, 가족을 부양하기 위하여, 어떤 목표를 성취하기 위하여 등등의 이유를 가지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사람으로 태어났다는 자체가 각자 스스로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태어나면서 어느 집안의 몇 대 손이라는 위치, 가족 관계에 있어서의 위치, 또 마을, 지역, 국가등이 정해지는 것이지만 이것도 결코 고정돼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그런 관계들도 ‘나’라는 것이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내가 있고서야 세상이 필요하고 존재하는 것이지 나라는 것이 없다면 나머지는 있어서 무엇하겠습니까. 친족이나 가까운 사람이 죽었을 때 슬퍼하는 이유도 결국 그 속에 자신의 삶에 대한 걱정과 근심이 서려 있는 까닭에 더 슬퍼지는 것이라 합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만히 보면 겉으로야 내가 미미하고 힘도 없는 존재로 보이겠지만 모든 세상의 존재는‘나’라는 이 자체를 위해 존재하고 유지해가는 것입니다. 모두가 그러하니 스스로 존귀하지 않은 존재는 없다고 부처님께서도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설파하셨습니다.


스스로의 삶을 더욱더 향상시키는 일이야말로 나와 모두를 위해 이 삶이라는 촛불을 태우는 가장 아름답고 밝은 일이라고 봅니다. 앎을 통해서 자각을 통해서 또는 수행을 통해서 자신이라는 촛불을 태워 밝음을 일으키고 지속해 가는 일, 이것이야말로 생명체들이 존재하는 궁극의 이유이며 그런 이유에서 볼 때 결국 세상 모든 생명들은 수행자입니다. 아무리 악한 일을 할지라도 결국은 자신의 생명력이라는 촛불을 태웁니다. 그런 행위를 한 사람도 그 행위는 나쁘지만 선으로서의 마음을 갖는다면, 그렇게 결심을 할 수 있는 계기를 준다면 그 또한 밝은 빛으로 승화를 하게 됩니다.
집을 짓고자하는 마음이 있으면 설계를 하고 공사를 하고, 그래서 없는 곳에서 있는 곳으로 물질이 되어 나오게 됩니다. 그렇듯 본래 없는 곳에서 마음이 일고 그 이는 마음에 따라 세상의 모습이 생기고 바뀌게 됩니다. 우리의 일상도 역시 거기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바깥의 모습도 변해가니 집착을 할 필요가 없음을 알고, 나의 일어나는 마음도 결국 허공에 이는 바람이니 집착할 필요가 없음을 알아 스스로의 마음이 넓어진다면 결코 세상은 고해의 바다가 아닐 것입니다.


1년이 넘는 시간동안 글을 올리며 여러 사람들의 마음을 오히려 뇌롭게 만든 건 아니었는지 걱정이 됩니다. 지금 우리 앞에 닥친 모든 것들에 대해, 그것이 나를 성장시키는 하나의 재료에 지나지 않으므로 자기 근본에 대한 믿음으로 내려놓는다면 그것이 나를 발전시키고 남에게 이익을 주는 일임을 말씀드리기 위해 이렇게 긴 말들을 했습니다. 그 마음이 한마음의 빛으로 항상 밝아있음을 그대로 믿는 삶이 되시기를 진정으로 발원합니다. 감사합니다.

 

관련기사 PDF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