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의 스마트 카드 도입 건은 상당 기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었으나 얼마 전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3개 대형병원이 동일한 방식으로 정보를 담는 스마트 카드를 진찰권으로 발행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분위기는 급변하고 있다. 정보기술(IT)이나 생명공학기술(BT)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일상용어로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 IT와 BT의 기술 발전 속도는 매우 빨라 잠시 관심을 놓고 있어도 그 흐름을 제대로 쫓아가기가 어려울 정도다. 뿐만 아니라 이 기반 기술을 이용해서 사회 각 분야에서 응용 기술의 발전도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의료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각종 첨단 장비, 검사법 그리고 관련 서비스들이 만들어지고 적용되고 있다. 이로 인해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과 고객의 만족도 향상이라는 긍정적인 결과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나 의료기관 경영이라는 측면에서 IT와 BT와 같은 기술의 발전과 적용이 얼마만큼의 변화와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의료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변화의 핵심은 고객 욕구의 다양화, 역동성 증가, 고객 중심, 세계화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시장의 변화를 관련 기술의 발전이 가속화시킨다고 볼 수 있다. 시장의 변화에 의료기관이 적응하고 또 발전하려면 경영 혁신이 필요하다. 학습조직, 벤치마킹, 지식경영, 식스 시그마와 같은 경영 혁신이 없으면 급속히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해서 살아남기가 어려워진다. 또 기술의 변화는 경영 혁신과 업무환경의 변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정보시스템의 활용으로 인해 경영 혁신의 실행이 가능해지고, 구성원 개개인의 업무 환경과 방식이 변화하는 것이 그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우리 의료계의 경우 정보통신기술의 적용을 통한 경영 혁신과 업무 환경의 변화가 아직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부분적인 첨단 기술의 적용을 통해 단순히 전시 효과를 노리거나 변화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정도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정보기술을 전면적으로 적용하는 경우에도 이를 통해 경영 전반의 혁신적인 변화와 획기적인 성과 개선을 거두는 경우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정보기술에 대한 이해 부족, 사용자에 대한 고려가 충분하지 않으며 사용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부족한 경우, 정보기술만을 지나치게 중시하거나 기술의 활용 목적이 분명치 않은 경우 등이 그 이유가 되고 있다. 최근 의료계에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정보통신기술의 대표적인 사례로 스마트 카드를 들 수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기존 건강보험증의 스마트 카드 교체 건으로 의료계 전체가 떠들썩하였다. 건강보험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보건복지부가 이를 추진하려 하자 의료계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매우 높았다. 초기에는 강력한 추진 의사를 보이던 보건복지부도 점차 신중한 자세를 보이더니 결국은 추진 여부 자체가 불확실한 채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이로 인해 의료기관의 스마트 카드 도입 건은 상당 기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었으나 얼마 전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3개 대형병원이 동일한 방식으로 정보를 담는 스마트 카드를 진찰권으로 발행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분위기는 급변하고 있다. 이제는 의료기관들이 자발적으로 이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제 생활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신용카드를 비롯해서 우리가 사용하는 카드는 아직 대부분 마그네틱 카드이지만 향후 빠른 시간 안에 스마트 카드로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보다 앞선 나라에서는 이미 국가적 차원에서 스마트 카드의 보급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기도 하다. 우리 정부에서도 금년 중에 공무원들의 신분증을 스마트 카드로 교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스마트 카드는 카드에 IC 칩이 부착되어 있기 때문에 정보를 저장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마이크로 프로세서가 있어 여러 가지 응용 프로그램을 탑재하고 다양한 기능을 제공할 수 있다. 이 스마트 카드의 활용 분야는 대단히 많지만 가장 대표적인 분야가 건강카드라고 할 수 있다. 카드 소지자의 인적 사항과 건강 관련 정보를 저장하고 수시로 갱신할 수 있으며 손쉽게 휴대하고, 안전하고 편리하게 그 정보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의료서비스 이용자, 의료기관 그리고 보험자 모두에게 여러 가지 편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의료기관의 입장에서는 환자 정보 입력 시간과 오류의 감소, 대기 시간 감소, 등록, 수납과 처방전 발행 등 병원 내 각종 업무의 자동화와 신속한 처리가 가능해짐으로써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 내외부 고객의 만족도 향상, 경영의 효율성 향상이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스마트 카드를 도입할 경우 환자 진료와 직접 관련 있는 부문뿐만 아니라 병원 업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