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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시론] 고심하시는 후배들께

월요시론


고심하시는 후배들께

  

김성수
희망을주는치과의원 원장


제가 게으르게 치료를 미루었다가 많은 우식이 생겨서 치관이 부러지고 남은 긴 뿌리를 치관확장술을 해서 겨우겨우 보존을 시도하는 치아를 보면서 나의 곰손이라도 적당한 때에 치료가 되었다면 이것보다는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1995년 처음 치과의사가 되어서 떨고 있던 소심한 마음이 1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떨고 있고 저의 손은 믿을 수 없습니다. 저에게는 고속 핸드피스가 참 어색하고 집중한다고 해도 마음이 급하면 인접치를 다치기 일쑤 입니다. 이때는 제법 자신감이 생겼다고 생각할 때입니다.


다시 조심조심 천천히 한단계 한단계씩 단계를 세분화하고 목표를 낮게 잡고 중간중간 쉬어줍니다.

  

그렇게 해도 미숙하지만 환자분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으면 이마저도 어렵습니다.


능숙하신 치과선생님들께서는 금세 다 하는 일을 지금도 전전긍긍하면서 진행합니다.


저는 잘못하는 치료가 많습니다. 인레이를 포함한 전반적인 보철은 항상 저를 긴장하게합니다.


인레이는 치과의사가되고 10개 가량 만들어보았습니다. 교합력이 강하신 체육과 교수님은 2년도 되지 않아서 변형된 인레이와 부러진 치아를 가지고 나타났습니다.


대구치의 근관치료는 나름 열심히 하지만 사실은 치수 건사제 덕분입니다.


치근단 조직에 파일이 닿았을 때 벌떡벌떡 일어나시는 환자에게 어느정도에서 치료를 마쳐야할까하는 고심을 하게 되고 그날 밤이면 그 상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지만 잠을 이루지 못하곤 합니다.


그래서 치과의사로서 부끄럽게도 환자를 위한 최선의 말은 “제가 치료를 시작하면 이미 늦었습니다. 이를 잘 닦으셔서 충치나 잇몸병이 생기지 않도록 하셔야 합니다” 라고 이야기하면 상당히 양심적인 치과의사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곰손인 자신을 알고 있고 게으른 자신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10여년간 치주재식술이라고 하는 시술을 하여서 여러선생님께 소개해 드렸습니다.


여러 선생님들께서 아시겠지만 수년이 지나는 동안 다시 치주질환이 생기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주 극소수는 상당기간 동안 안정적인 경우도 있지만 치근막을 재생해보겠다는 저의 여러가지 시도들은 모두 실패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좋은 의사일 것이라고 착각을 하시고 열심히 저를 격려해주시는 환자분들이 있습니다. 저는 그 분들의 격려로 조금씩 여유로워지고 진료실이 행복해지고 있습니다.


의료사고에 처해서는 스스로도 참 바보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겁에 질려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여러 사람들에게 부끄러운 마음에 물어보지못하고 혼자서 전전긍긍하다가 궁지에 몰리게 되거나 수일 수개월동안 고심을 하고 나서야 겨우 한사람 한사람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좋은 치과의사가 된다는 꿈을 항상 꾸고 있지만 조금 못난 치과의사도 나쁘지 않다고 스스로 위로하고,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지만 모자란 좀 게으른 아버지가 되고 좋은 남편이 되고 싶지만 아내에게는 부족한 남편이 되어서 일상의 작은 격려에 감사하고 하루의 작은 기쁨에 감사하고 불면의 시간중에 하루의 단잠에 감사하게 됩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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