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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도 추억의 장소가 될 수 있습니다

Relay Essay 제1893번째

미소를 만드는 치과의 창 밖에는 겨울이 한창입니다. 모과나무에 가득 매어 달린 풍요의 가을을 만끽하기도 전에 혹독한 겨울이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11월이 되자 누구보다 부지런히 크리스마스 시즌에 돌입한 미소를 만드는 치과에 서설처럼 첫눈이 내렸습니다.

 

겨울과 눈 그리고 season’ greeting. 날카로운 계절 속에 사랑과 축복의 상징을 배치한 목적을 누군가는 모순과 균열을 열망하여 이룬 자만의 극치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춥고 강퍅한 계절을 맞는 우리 모두가 열심히 혹한을 견디도록 허락된 선물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괜찬타…. 괜찬타…괜찬타….괜찬타…. 끊임없이 내리는 눈발 속에서는 산도 산도 청산도 안기어 드는 소리”라고 노래한 시인 서정주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이되어 옵니다.


세상사 시름을 모두 덮으며 내리는 눈의 의미를 되새겨봅니다. 그것은 그저 사는 일이 고단함을 뒤꼍으로 물리겠다는 회피의 의미가 아니라 궁지에 몰린 삶에게도 괜찮다고 손 내밀 수 있는 신실한 용기일지도 모릅니다. 그러자 날리는 눈발 속에서 묵묵히 치과 통로의 눈을 쓸어 길을 내는 우리 치과 식구들의 어떤 마음에 생각이 미쳤습니다.

 

사람들이 보통 치과를 떠올릴 때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감정은 ‘무섭다’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이들의 표현대로라면 ‘쓰으~’한 치과 냄새부터 마스크를 쓴 무서운 치과의사선생님께서 무시무시한 드릴(?)로 치아를 뚫는 ‘왱~’ 소리까지, 모든 오감과 결합한 치과 공포증이라는 단어가 우리의 마음을 옥죄어 오기 마련입니다. 치과 공포증은 사실 학습되는 것이어서 치과에 대한 행복한 기억을 심음으로써 그 공포를 극복할 수 있다고 합니다.

 

치과도 ‘누군가의 인생에서 추억의 장소가 될 수 있기를’ 염원하는 저희 치과 원장님의 바람처럼 그 두렵기만 한 마음에 ‘괜찬타….괜찬타….다 괜찬타’고 손을 내미는 시도들이 미소를 만드는 치과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색색의 꽃들을 골라 치과 식구 모두가 두 팔을 걷어 붙이고 정성껏 정원에 심는 일로 봄을 엽니다.

 

더위에 지친 잔디를 늘 푸르게 북돋우기 위한 여름을 나며 가을철 모과를 수확할 때가 되면 월동준비를 위해 장작을 마련하는 일로 겨울을 맞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큰 눈이 내리고 매서운 북풍이 사람들을 덮쳐오는 계절이 오면 내 마음을 닦는 마음으로 눈 쌓인 길을 쓸고 누군가의 마음에 불을 지핀다는 생각으로 벽난로에 불을 지핍니다.

 

누군가의 마음에 손을 내미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근사한 일입니다. 기대하지도 않은 누군가의 따뜻한 마음을 선물로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평소처럼 아침에 기공물을 가져다 주시던 할아버지께서는 그 날 따라 문을 열고 나서던 걸음 멈추고 뒤돌아 서셨습니다. 그리고는 살짝 힘까지 주어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이 곳을 다녀갈 때마다 모두가 밝고 환하게 웃는 얼굴로 반겨주어 기분이 몹시 좋아진다고 말입니다. 하여 그 전에 조금 마음 상하는 일이 있었을지라도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고도 덧붙이셨습니다.

 

그 때 그 할아버지의 웃는 얼굴은 저희가 내민 손에 건네준 꽃다발처럼 감동스러웠습니다. 의식하지 않은 웃음에 누군가의 하루가 조금 더 기분 좋아진다고 한다면 어떤 진심도 사소할 수는 없는 법인가 봅니다.


눈이 쌓인 창 밖 정원을 내다보며 다시 생각에 잠깁니다. 치과를 마치 제 집 마당 혹은 마루처럼 친근해하는 아이들은 눈 위에 발 자국을 남기며 즐거워할 것이며 걔 중 한 아이는 정원 울타리 곁에 저를 닮아 귀여운 눈사람을 몰래 선물해두고 갈지도 모릅니다. 또 난생처음 보는 벽난로를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탄성을 지르기도 하겠지요. 그리고는 군고구마 이야기를 즐겁게 재잘거릴 것입니다.

 

그 아이들의 한 걸음 한 걸음을 위하여 기꺼운 마음으로 치과 통로의 눈을 쓸며 아침마다 벽난로의 재를 청소하고 불을 지필 테지요. 또 아이의 기쁨으로 달아오른 얼굴을 기대하며 진심으로 벽난로에 군고구마를 구울 것입니다. 치과가 아이들의 인생에서 멋진 추억의 장소가 될 것이라는 행복한 믿음으로 말입니다!


이승진
미소를 만드는 치과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