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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소식을 통해 배우는 사람의 삶

월요시론

매일 매일 오늘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해 보곤 합니다.
최근에는 제가 좋게 생각하는 세분을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황 선생님께서는 참 따뜻하신 분이었습니다.
혼자 간병을 해주시던 사모님의 일을 덜어드리려고 찾아 갔었지만 위중하셔서 그러지 못했습니다. 마지막 시간에 가장 소중하게 여기시는 사모님과 시간을 보내시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멋진 모습의 선생님의 영정사진은 살아있을 때 황 선생님께서 항상 이야기해주신 조호성 선생님께서 찍어주신 것이었는데 너무도 푸근한 웃음을 짓는 모습이었습니다.
추석이 되어 찾아뵈니 사모님께서는 튜브를 꽂고 병원에 누워있던 남편이 꼭 다시 일어날 것이라 생각했고 남편께서 자신은 떠난다는 말을 해와도 믿어지지 않았다고 하셨습니다. 얼마나 다정한 남편이었을까 좋은 치과의사 선배님인 것은 말이 필요 없습니다.

한 분은 자신의 친구와 여동생으로부터 조금의 시간 간격을 두고 죽음을 전해 들었습니다.
제가 미진한 관계로 치료도중 한 번의 실패가 있었음에도 치료를 마칠 때까지 묵묵히 따라와 주셨던 분으로 특별히 모자란 저를 배려해주셨던 분입니다.
어이없게도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려던 길에 주차카드를 뽑기 위해서 안전띠를 풀고 카드를 뽑다가 차가 움직이자 밟은 페달이 그만 가속페달이었습니다.

여동생이셨던 선생님께서 자신의 언니의 죽음을 상세히 이야기해주셨고 그간 어떤 삶을 살아오셨는지 말씀해주셨습니다. 친한 친구 분께서 눈물을 글썽이면서 저에게 그분의 삶을 이야기해주셨습니다. 가족이야기와 어려움을 어떻게 대처하면서 열심히 살아오셨는지에 대해서 말씀해주셨습니다.

마지막 사람은 이제 스물여섯으로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려고 준비하던 여자 분으로 오늘 그분의 어머니께서 점심시간에 오셨습니다. 자신의 딸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곰손이 저는 이 환자에게도 한 번의 치료실패를 경험했습니다.

그럼에도 치료를 받고 돌아가서는 집에서 자신을 치료한 의사를 칭찬해주었다고 합니다.
그 어머니께서는 다시 자신의 딸의 삶과 죽음의 과정을 저에게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오랫동안 관리해오던 부정맥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밖에서 밤을 지새운 언니가 자신의 방에 잠들어 있던 동생을 보고 “너는 무슨 좋은 일이 있다고 그렇게 웃고 자니?”라고 했고 이후에 파릇한 입술을 보고서야 상황이 자신의 판단과 다름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자신의 딸의 죽음이후에 얌전하던 딸의 폭넓은 인간관계와 그 깊이에 깜짝 놀랐다고 했습니다. 이 세상에서의 숙제를 온전히 다해서 하나님께서 데려가셨노라고 해석하셨던 어머님의 말씀을 듣고 이 분은 무엇을 바라보고 살았던 것인가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어머님께서는 자신의 딸이 살아왔던 삶의 방향을 자신이 이어가겠다고 이야기하셨습니다.
오랜시간 세 분은 저의 마음속에서 자주자주 떠오를것 같습니다. 어쩌면 저에게 무언가 가르쳐주시고 싶은 메시지를 깨닫게 될 지도 모릅니다.

김성수 희망을주는치과의원 원장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