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9 (일)

  • 맑음동두천 26.7℃
  • 맑음강릉 20.5℃
  • 맑음서울 27.4℃
  • 맑음대전 28.9℃
  • 맑음대구 31.3℃
  • 맑음울산 24.0℃
  • 맑음광주 29.3℃
  • 맑음부산 24.7℃
  • 맑음고창 ℃
  • 맑음제주 22.0℃
  • 맑음강화 22.8℃
  • 맑음보은 27.5℃
  • 맑음금산 27.8℃
  • 맑음강진군 29.4℃
  • 맑음경주시 29.5℃
  • 맑음거제 27.3℃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치의학 전공의 교육의 전환

월요시론

의학 전공의의 근무시간을 포함하여 전공의의 수련환경개선과 관련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5인 이상 사업장은 주당 근로시간이 40시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근로기준법은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 의료현장에서의 전공의 근무시간은 주당 100시간이 훨씬 넘는다. 치의학 전공의의 경우 환자와의 대면 진료시간에 더하여 기공물 제작, 동물 실험, 연구발표준비와 같은 업무가 가중되어 그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전공의들의 과도한 근무시간과 의무를 초과하는 비정상적 근무관행은 피교육자인 동시에 병원의 고용자라는 이중적 신분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지난 3월 공포되어 시행에 들어간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정’에 의해 병원은 전공의들의 근무시간과 휴식시간 등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 지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 그러나 전공의의 수련환경개선을 위해 필요한 일은 근로시간과 같은 물리적 요인 보다는 보다 근본적으로 교육 여건에 대한 교수와 병원 및 학회 등 교육공급자 사유의 전환을 요구한다.

전공의 수련과정은 이론교육과 체험(경험)교육이 접목되는 시기로서 실제 임상 상황에서의 대처 능력 함양을 바탕으로 하여 장차 경험할 문제를 미리 학습(high fidelity)하는 고등사고 능력의 함양에 가장 유리한 학습 여건을 가진다. 학부 교육보다 유리한 교수/학습자 비율과 시간·공간 제약이 적은 환경에서 소조활동과 자율학습을 바탕으로 역할분담의 기회를 가짐으로써 전문가가 되기 위한 의미 있는 학습이 가장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는 시기이다. 따라서 성인학습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며 사회화와 전문화가 이루어지는 대단히 중요한 시기이다.

도제식 교육을 근간으로 하는 임상 현장에서는 지식과 수기를 중시하는 가치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이 때문에 지식의 권력화가 쉬 형성된다. 특히 ‘의국’이라는 공동체 체계는 권력화의 희생자를 생산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교수와 전공의 혹은 연차별 전공의 관계는 자칫 전공의가 노예화되는 퇴행적 관계로 함몰되기 쉽다. 전공의에 대한 언어폭력과 신체적 폭력, 무관심, 사적인 업무 등의 일화는 지난 수십 년 간 전혀 변하지 않은 전공의 교육 관행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치의학 전공의는 국가의료보장 우선 순위에서 그 시급성이 높지 않다는 이유로 정부와 사회로부터 무관심하게 수십 년 간 방치되어 왔다. 이들이 가지는 사회적 필요성과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함으로써 사회중심적 가치에 적합한 교육과정으로서의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변화를 가지지 못한 취약점을 가진다. 전공의 교육에 필요한 경비와 전공의 급여 까지도 국가가 지원하는 선진국의 예는 차치하고서라도, 의료전달과 수가에 대한 절대적 힘을 행하는 정부는 치의학 전공의에 대한 지원은 전혀 외면하고 있다.

열악한 전공의 교육은 이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우리나라 치의학 전공의 교육은 의료환경의 변화와 사회경제적 여건에 기인한 의료수요양상의 변화에 대하여 전문직업인으로서의 필요사항을 구조화된 문제 제기를 통한 어젠다 세팅을 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전공의가 더 이상 교수와 ‘의국’의 노예가 아닌, 사회 중심적 가치를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거시적 시야를 가지고 의료계의 주도자로서 일상적 환경 변화에 대한 능동적 대처를 할 수 있도록 교육하여야 한다.

따라서 전공의 교육의 발전을 위하여서는 현재와 같은 ‘의국’ 기반의 폐쇄된 교육 울타리를 벗어나 대학과 학회가 협력하여 사회적 공동체 바탕의 역량을 부여하는 것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치의학교육은 과거의 전문적 기술자 양성교육에서 벗어나 치의학전문직(professionalism)을 육성하고, 변화를 능동적으로 주도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방식으로 전환하여야 할 때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